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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Oct 13. 2022

미국에선 정말 분리수거 안 해도 되나요?

D+70 (oct 10th 2022)

미국에선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가정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다. 즉 쓰레기는 모두 커다란 봉지 하나에 때려 담아 커다란 덤스터 쓰레기통에 때려 넣는다. 음식물 쓰레기도 분리배출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배출을 아예 하지 않는다. 그저 배수구에 쑤셔 넣고 그라인더로 갈아 하수구로 흘러내려 보낸다.


한국에서 가사에 익숙해 쓰레기 분리배출을 실천하던 사람들에게, 이런 행동은 엄청난 죄책감으로 돌아온다. ‘아니, 이렇게 쓰레기를 버려도 돼? 환경오염이 심하다고 하는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이렇게 하다니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그래서 양심에 비추어 분리배출을 하려고 해도, 따로 담을 곳이 없어 분리배출이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충격받고 미국 사람들은 재활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비판한다. 쓰레기 및 자원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인 높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내가 쓰고 버린 쓰레기가 재활용되어야 한다고 강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 시민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쓰레기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것과, 재활용을 실제로 하지 않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약 59%(2013년)로 OECD 국가들 중 2위 재활용 국가라고 한다. (이 기사 참조. 독일이 1위라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재활용률 통계는 선별 단계에서 멈춰버린다.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그렇게 선별된 재활용 대상 쓰레기들 중 30% 정도만이 실제로 재활용된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선별되는 재활용품은 복합 재료 플라스틱이거나 다양한 이유로 재활용 비용이 너무 높아 재활용 처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일반 가정에서 뼈 빠져라 쓰레기를 뒤지고 분리해서 플라스틱, 비닐 등을 분리배출해도 많은 양이 그저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주마다, 카운티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쓰레기 분리배출을 우리나라처럼 하지 않는다. 일부 분리배출을 한다고 해도 재활용 물품(종이, 플라스틱, 캔 등)과 매립 쓰레기 정도로만 나누어 배출한다. 섞여 있다고 수거를 거부하거나 벌금을 먹이거나 하는 것도 없다. (아, 물론 쓰레기 수거 비용은 월 단위로 지불한다. 옛날 9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생활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32% 정도(2018, 이 블로그 인용)라고 한다. 하지만 이 통계는 실제 재활용 처리가 이루어진 자원의 통계로, 해당 재활용된 자원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한 통계까지 모두 있다.


양국 재활용률의 통계 수치가 모든 변인이 모두 통제되지는 않아 완벽한 비교 대상이 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느끼는 것처럼 미국이 재활용 후진국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쓰레기 선별 시스템이나 처리 시스템의 경우, 민영화되어 있어 비용이 비싸기는 하지만, 오히려 첨단 선별, 처리 장비를 갖춘 기업이 대규모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어, 자원 재활용의 능력만 보면 국내의 시스템보다 더 앞서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국내 쓰레기 재활용 정책이 너무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통상 쓰레기 재활용이라 하지 않고 분리수거라 한다. 즉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행위 자체가 품목대로 분리해 배출하고 그렇게 수거 업체에서 분리수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실질적인 자원 순환이 될 수 있도록 자원 활용을 설계하고 재활용 선별 및 처리가 선진화될 수 있도록 각종 정책도 기술 발전에 맞추어 진화해야 하는데, 재활용 정책이 여전히 시민들의 재활용품 분리배출에만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슬프게도 내가 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내가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파트 쓰레기통이 덤스터 하나다. ㅡㅡ) 그런데 재밌는 것은 우리 가정에서 일주일에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은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선 일반 쓰레기봉투 20리터 하나 정도, 그리고 수많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린다. 택배 박스에 배달 음식 용기 등 다 하면 생각보다 양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일주일에 13갤런(49.1리터) 짜리 쓰레기봉투 1~2개 정도를 버린다. 여기에는 종이, 플라스틱 비닐 등 모든 재활용 쓰레기가 포함되어 있다. 전체 부피를 보면 한국에서 버렸던 쓰레기의 양이 더 많았단 느낌이다.


시민 의식을 높여 개개인에게 쓰레기 재활용 과정에 동참하게 하기보다는 사회적 비용과 노동력을 앞세워 자원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미국의 정책은 틀림 보다는 다름에 가깝다. 쓰레기 처리 비용은 당연하게도 한국보다 미국에서 지불하는 금액이 더 크다. 그렇지만 내가 지불한 처리 비용이 쓰레기 재활용품 선별/처리 시설 및 시스템 선진화에 사용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관련 자료 조사를 하면서 미국 재활용 문제에 대한 브런치 글이 있어 공유해 본다. 처음에는 미국의 재활용 방법이 시민들에게 더 좋은 방법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 글을 보면서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환경을 지키고 자원의 순환을 통해 기후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실천해야 하는 사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Photo by Nareeta Mart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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