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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Dec 10. 2022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에 진심인 미국 사람들

D+124 (dec 3rd 2022)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이곳 사람들이 엄청 분주해졌다. 마침내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마당에 내어 놓을 여러 장식들을 정비한다. 혹시 고장이 나거나 추가적으로 필요한 장식이 있다면 대형 마트에 가서 한 보따리를 구매한다. 집안 거실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선물 꾸러미, 선물이 담길 양말을 준비한다.


전에 미국에 살 땐 크리스마스 시즌에 약간 김이 새는 느낌이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아무래도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서 크리스마스라 해도 춥지도 않고 눈이 올 리도 없다. 한국의 봄이나 가을 날씨 정도에 크리스마스를 맞다 보니 크리스마스 정취를 느끼기 쉽지 않다. 또 겨울이 우기이기도 해서, 비가 오는 탓에 장식을 밖에 많이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곳은 겨울이 거의 한 달 전에 왔다. 영하의 날씨가 찾아온 지는 한 달 가까이 되었고 첫눈도 2주 전에 맞았으니 말 다했다. 미국에서의 두 번째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지났으니, 사람들은 이제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야 한다. 우리가 할리우드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에서나 보았던 그런 풍경이 우리 눈앞에 실제로 펼쳐진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커다란 픽업트럭에 진짜 살아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싣고 가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벌써 주택의 마당에는 온갖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등장했다. 이층 집 지붕 높이의 커다란 풍선 피겨가 등장한다. 심슨 같은 유명 만화의 캐릭터도 있고, 성경의 한 구절을 묘사한 모형도 있다. 저녁이 되면 형형색색의 장식 등이 온 집을 휘감고 있다. 모두들 경쟁이 붙은 듯, 너도나도 집 크리스마스 장식에 열을 올린다.


크리스마스 장식이야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진짜는 지금부터다. 대형마트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크리스마스 무늬가 그려진 식기들이 전시된다. 접시와 보울, 수프 스푼에다가 머그컵까지, 식탁보나 매트에 냅킨까지 모두 크리스마스 무늬가 있다. 일회용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접시에 컵까지 바꾸다니. 저렇게 판매는 해도 실제로 누가 저렇게 크리스마스라고 그릇까지 바꾸겠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스쿨 가드 조이에게 물어보니 (이제 나의 미국 문화 리서치 인터뷰 대상자가 되었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독립기념일 등 명절 때마다 실제로 분위기에 맞는 접시를 갈아 내놓는다고 한다. 물론 조이는 첫째 아이가 서른이 된 50대 후반의 백인 여성이니, 옛날 세대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마트에 가서 보니,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접시와 컵 등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도 작게나마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곤 했다. 내 키 반만 한 인공 트리를 사서 거기에 여러 장식과 등을 달아 점등식도 하고 그랬다. 미국에 오긴 했지만 아파트에 사니, 장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도 않고, 마당도 없어서 커다란 풍선 피겨도 세울 수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집에 천장이 조금 높은 편이고 벽난로도 있고 하니, 한국에서 쓰던 트리보단 큰 트리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조명도 더 화려하게 달고 해야지 마음먹고 아마존을 헤매고 헤매 6피트(180cm) 높이의 트리를 최저가로 구매했다. 


미국에서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꽤 많은 사람들이 진짜 나무 트리를 사 와서 장식을 꾸민다고 한다. 조이도 다음 주 토요일이 되면 북쪽에 위치한 트리 농장에 가서 트리를 사 올 예정이라고 한다. 시내에 사는 딸을 위해 큰 트리 하나를 사서 위의 작은 부분은 잘라서 줄 거라고 한다. 아니, 트리를 진짜 나무로 한다니. 그 옛날 ‘나 홀로 집에’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그렇게 사 오는 나무 트리가 2미터가 훌쩍 넘는 크기에도 30불밖에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럴 수가. 내가 아마존에서 최저가를 찾아 헤매서 구매한 6피트짜리 인공 트리의 반값밖에 하지 않는다. 


진짜 나무 트리만큼은 못하겠지만, 트리에 장식을 달고 불도 켜고 그러니 제법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난다. 남들처럼 대형 장식을 마당에 내놓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장식 등을 사서 베란다를 둘러주었더니 밖에서 봐도 제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디디 산책시키느라 밤에 밖에서 봤더니, 우리 집 말고도 여러 집에서 그 정도 크리스마스 장식은 꾸며 놓았다. 멀리서 보면 제법 예쁘다.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다가오자, 올 한 해도 다 갔구나 생각한다. 큰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 왔고 직장도 그만두었다. 아내는 치열한 워킹맘에서 박사 유학생이 되었고, 아이는 한국 초등학교에서 미국 초등학교에 적응해야 했다. 소망했던 변화였기에 힘들었지만 감사함으로 적응하고자 노력했다. 새로운 한 해도 아직까지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으나, 감사함이 넘치는 한 해이길 기도한다.


날씨도 춥고 크리스마스 불빛도 있으니 연말연시 느낌이 나서 좋네.


Photo by Tessa Rampersa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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