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중년수험생 jcobwhy Mar 06. 2024

미국 이사 준비는 힘들어 3 -서비스신청/해지 편

2024년 2월 23일(이주 574일 차)

미국에서 이사 준비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언어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무래도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여러 절차들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언어 문제 때문에, 미묘하게 다른 절차와 과정들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한 채 절차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자면 누군가 영어로 설명해 주는 모든 과정과 절차가 한국과는 다른데, 이해가 쉽지 않으니 실수가 나오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반복적인 과정이 이어진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새로운 집의 전기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전기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집의 주소를 알려주고, 내 개인 정보를 알려준다. 회사 쪽에서는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고 이메일로 신분증 사본을 보낸다. 그럼 본인 확인을 마치고 모든 신청 절차를 마치게 된다. 지금 글로 쓰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이 과정이 이렇게 단순하고 별일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절차를 마치기 위해 난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첫 번째로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드는 건, 전기 서비스 신청을 인터넷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엔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길래 인터넷으로 신청을 했다. 그랬더니 하루인가 이틀 후 이메일이 왔다. 전화를 걸어 달라고.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신청을 처음부터 전화로 다시 하는 거다. 웹사이트에 신청하는 기능은 왜 넣었나 싶었다. 두 번째 미치게 만드는 일은 전화 연결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거다. 한번 전화를 걸면 상담원 연결까지는 한두 시간이 기본이다. 즉, 전화 연결을 해도 뭔가 새로운 액션을 요구받아 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전화 연결을 하려면 다시 한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무식하게 전화가 연결된 채로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되기는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시간이 가고 있다는 점이 사람을 정말 미치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인터넷, 전기, 가스 해지하는 것과, 인터넷, 전기 서비스 신청하는 것이었다. 같은 서비스를 이전하면 되지 뭐 하러 서비스를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나,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거다. 미국은 기간산업이 민영화되어 있어서 같은 서비스를 많은 회사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있기도 하지만, 아파트 단지마다 자기네들이 계약해서 쓰고 있는 회사들이 다 다르다 보니 해당 서비스로 가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원래 사는 집과 이사 가는 집이 같은 회사가 관리하는 단지인 데다 거리도 2~3km 밖에 안 떨어진 가까운 곳인데도, 인터넷, 전기, 가스 회사가 모두 다 다르다. 두 집 모두 인터넷을 제공하지만,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다 신청은 개인이 해야 한다. 이전 집은 가스를 개인이 별도로 내야 하는데, 새로운 집은 가스가 관리비에 포함된다. 이런 모든 서비스를 일일이 개인이 신청하고 해지하는데, 인터넷으로는 되지 않고 일일이 전화로… 하… 해지하고 신청해야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전화 통화로 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에 덜컥 겁부터 났다. 가뜩이나 한국에서도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어로 전화 통화를 해야 한다니. 미국에 살면서 영어가 아무리 익숙해져도 전화통화는 쉽지 않다. 처음엔 내가 원하는 것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표현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미국 고객센터의 직원들도 한국처럼 특유의 ‘쪼’가 있어서 잘 들리지 않는다. 거기에, 특정 민족 악센트까지 있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재택 고객센터 직원들도 있어서 전화 감도 가지각색이다! 이런 환경에서 전화 통화를 100퍼센트 이해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어찌어찌 문제는 모두 해결했다. 어쨌든 원래 집 가스와 전기는 마지막날까지의 이용량만 내 요금에 포함될 것이고, 인터넷 라우터는 잘 반납하면 된다. 이사 간 첫날 전기는 들어오고, 인터넷 기사가 방문할 예정이다. 이 모든 것들이 일주일 내내 이삿짐 싸는 중간중간, 아내를 학교 셔틀해 주고, 아이 라이드하는 중간중간 계속 통화하면서 해결해 나갔다. 이사 두 번만 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다.


지난주 이사 문제로 연재가 늦었습니다. 금일 연달아 연재 예정입니다. 소식 기다리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송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