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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Feb 21. 2024

미국 이사 준비는 힘들어 2 -이삿짐센터 편

2024년 2월 18일(이주 569일 차)

사실 지난주에 글을 쓰면서, 이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리라 생각했다. 특히 지난주에 쓴 글은 이사에 대한 막막함을 토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즉, 실제 이사가 힘든 것이 아니라, 이사를 하려니 머리가 아프다는 정도라고 해야겠다. 이사를 하는 것이 확정되면, 머리 아픈 것들이 정리만 되고 나면, 그리고 실제로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그렇게 힘든 일이 있으랴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불과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히 이사 과정이 그 앞선 준비 단계보다 힘들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ADHD 의심자인 나는 (아내는 내가 ADHD일 것으로 확신하고, 난 의심하는 정도다. 다만 진단을 받은 적은 없다) 당면한 문제가 아니므로, 가볍게 무시하고 눈앞의 일들에만 몰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이사가 확정되고 날짜가 확정된 뒤에, 더 우왕좌왕하며 뭐 하나 쉽지 않게 진행되는 것은 매우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이삿날이 정해지고 가장 당면한 과제는, 당연히 이삿짐센터를 예약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이삿짐센터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한국은 어느새 포장 이사가 기본이 되어가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짐은 우리가 직접 싸야 한다. 만약 포장 이사를 하고 싶다면 수천 불의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데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포장 이사 경험이 없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통상적으로 이삿짐센터는 2명의 짐을 나르는 분과 트럭이 제공된다. 통상적인 계산은 시간당 얼마, 이런 식의 계산과 트럭 비용 얼마 이런 식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비용을 시간당으로 계산하다 보니, 인부들이 굉장히 천천히 짐을 나르고 쉬는 시간도 많이 요구하곤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통상 턴키라고 부르듯이, 플랫으로 계약을 하기도 한다.


이삿짐센터를 알아보던 중, 지인 분이 자신이 추천하는 업체를 알려주셨다. 비용을 플랫으로 계산하기에 예산을 초과하는 일이 없고, 빨리 끝내면 빨리 집에 갈 수 있으니 훨씬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한다며 본인의 좋았던 경험을 알려주시며 소개를 받았다. 유학 생활, 해외 생활에서 이런 식의 도움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바로 해당 업체에 연락을 드렸고, 합리적인 가격과 친절한 통화를 잘 마쳤다. 다만 이삿날 당일이 이미 예약이 찼다고 해서 다른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었더니 주말에 집에 방문해 견적을 자세하게 뽑아주겠다고 했다. 유연한 이삿날을 제공하는 아파트 사무실이 새삼 감사했다. 문자로 이름, 주소와 같은 정보를 전달하고 견적 방문을 기다렸다.


그날이 월요일이었는데, 목요일이 되어도 확인 문자나 전화가 없었다.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어 전화를 했더니 우리가 누군지도 잘 기억하지 못했고, 자신이 콜백 하지 않은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런 부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아쉽고, 또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약속을 정하고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도 다소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지인분의 추천을 다시 한번 신뢰하며 약속을 확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견적 방문을 하기로 한 일요일이 되었다. 오후 2시 이후에 방문하기로 했는데, 오전에 문자가 왔다. 구구절절한 문자였다. 


‘어제저녁에 아내가 응급실에 갔는데, 병원에 긴급 입원을 하게 되어 지금까지 병원에 있다, 그래서 오늘 방문을 못하게 되었다, 대신에 집 가구 사진들을 보내주면 자신이 견적을 보내주겠다’


아내가 아프다는 문자에 거짓말 핑계를 대면서 일을 미룬다거나 책임감 없는 업무진행을 한다거나 하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당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사정이 있을 수 있고, 때로 일이 틀어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요청한 대로 사진을 보내주고 견적을 요청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하루가 지나서까지 이 분은 연락을 주시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급하게 ‘옐프’를 통해서 이삿짐센터를 알아봤고, 온라인을 통해 몇 가지 정보와 함께 견적 요청을 보냈다. 그랬더니 2시간 이내로 6개 업체의 견적이 메시지로 날아왔다.


온라인을 통해 업체 찾는 것을 조금 배제한 측면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거의 모든 업체의 리뷰와 평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리뷰의 개수는 많아봐야 예닐곱 개. 표본이 작다 보니 평점의 숫자도 2, 3 이렇게 천차만별이었다. 4점이 넘어도 5개 리뷰 중에 하나가 ‘절대 여기랑 이사하지 마’ 라면 누가 쉽게 예약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사를 불과 열흘 남짓 남긴 상황에서 이삿짐센터조차 없이 이사를 할 수는 없다. 워낙 눈탱이 맞는 경우가 많으니 업체를 잘 선정해야 한다고 하던데, 이건 뭐 과정이 워낙 험난하니 눈탱이고 뭐고 되는 곳으로 정해 이삿짐센터 계약을 하게 된다. 다행히 그나마 그 적은 표본에서 평점도 높고, 리뷰도 나쁘지 않고, 전화 응대도 나름 친절한 곳으로 업체를 선정했고,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이삿짐센터 계약을 마무리했다.


기존에 연락하던 업체에는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연락을 보냈다. ‘너에게 피드백이 없어 다른 곳에 계약했다. 아내 건강해지길 바란다’ 정도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는 아직도 답변이 없다. 콜백과 메시지백이 기본인 미국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런 태도는 매우 의외다.


이제 또 한 단계 산을 넘었다. 보아하니 이사하고, 짐을 풀고, 모든 서류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이 시리즈가 계속될 것 같다.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1년 6개월 전의 다사다난한 미국 이주 여정이 떠오른다. 한 한 달 정도는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 그래도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집을 사서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운홈으로 이사를 가면, 한 발짝 더 미국 생활에 정착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하지만 누가 알겠어? 얼마나 더 많은 난관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을지. 그래도 묵묵하게 한 걸음씩 극복해 나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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