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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Sep 23. 2024

중년수험생의 진정한 역경

9월 4주 차

9/16 월

지난 주말에 스케줄이 많아서

지난주에 공부하고 지원서 준비하던 과정과

단절이 확 되어버린 느낌이다.

체력적으로 힘들다보니까, 루틴이나 식습관도 엉망이 되었다.


다시 쌓아 나가야 한다.

사실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기다.

연구계획서, 자기소개서, 추천서의 내용 하나하나는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


마음을 잘 다잡고 최선을 다해 준비를 잘해서

꼭 원하는 목표를 이뤄보자.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조금 접자.

어차피 내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으니까.


9/17 화

아내와 아이가 개학을 하고 나서는 마음이 분주하다.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혼자 있게 돼서

집중해 내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도,

오히려 집중하기 힘들다.


생각해보면 아이와 아내가 개학함과 동시에

내가 준비하는 것들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영어시험만 준비하고 있었으니,

그 준비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역시 한국인에게 공부는 시험준비다.


그런데 지원서를 쓰고 연구계획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은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고 뭔가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너무 오랜 기간동안 공부=시험

연결고리에만 집중해서 그런 건 아닐까?


세상에는 많은 공부가 있다. 잘하고 있다.

너무 나의 예선 습관 때문에 혼란스러워 말자.


9/18 수

어제는 우리 집에서 아내의 학교 동료들의 송별회를 했다.

한 명은 포닥, 한 명은 포르투갈 교환학생이었다.

포닥 친구는 고향으로 돌아가 계속 잡서치를 한다고 하고,

교환학생 친구는 고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 한다고 한다.


유학 생활동안엔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떠난다.

주로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직장을 얻어 거주지를 옮긴다.

학업을 마친 후에도 relocation 없이 계속 머무는 사람은 드물다.


빅 이벤트 없이 졸업 후에도

익숙한 곳에 머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는데,

한편으론 꼭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같이 가정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거주 지역을 옮기는 것이 큰 부담이다.


아내나 나의 학업을 마친후에도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이곳에 잘 머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


9/19 목

지금부터는 정말 하는것 없는데 시간은 모자르고,

뭐 하나를 마무리해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하루들이

계속되는 그런 나날들이다.


지난주에는 SOP를,

이번주에는 Personal Statement의 Revision 2를 정리했다.


지난주 아내가 점검을 한 번 해줬다.

아내는 상대방을 휘어잡는 글쓰기 실력으로

어떤 서류심사도 떨어져본적 없는 사람이다.

역시나 보완할 점이 있다.


아내는 정말 잘 썼다며

'이 부분만' 수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 글이라는게 어느 한 부분을 고치면

다른 부분도 모두 고쳐야 한다.

논리와 서술의 구조가 모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면적으로 다시 한 번 보완을 했다.

이번에는 그 내용이 괜찮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몇 번 더 수정을 거쳐야 한다.

또 학교와 전공에 따라 그 내용도 조금씩 달라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어서어서 정리를 잘해서 마무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화이팅이다.


9/20 금

어제부터 지원서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지원사이트 계정을 만들고 전체 프로세스와

필요한 서류와 내용들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모든 요구하는 서류, 내용들이 커다란 장벽처럼 느껴졌다.


그전까지 연구계획서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동안에는

그래도 결과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워낙 아내가 긍정적인 에너지로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교수님들이나 입학사정관 같은 사람들이 본다면

내 경력과 자질이 매력있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원 사이트라는, 뭔가 기계적인 장치 앞에 서게 되니

나의 정성적 가치가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매번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난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런식으로 되뇌면서도,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내 자신에만 집중한다.


오늘도 또 하루동안 지원서와 씨름할텐데

내 안의 실력과 자질에 대해 너무 집중하지 말자.

어차피 결과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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