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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Sep 30. 2024

중년수험생의 위기

9월 5주 차

9/23 월

지난주는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나의 목표를 가로막는 여러 가지 현실과 허상의 장벽 앞에

좌절했다고 해야 할까?


지난 몇 달간 공부할 때는 루틴이 비교적 잘 잡혀서 그런지,

다른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지난 몇 주 동안에는 내가 떨어질 것 같은 불안에

계속 떨고만 있었다.


일단 떨어질 것 같은 가장 큰 이유부터 제거하자.

영어 시험을 다시 보고-이번에는 듀오링고 시험이다.

해야 할 일들에만 집중하자.

태스크 위주로 하나씩 하나씩.


걱정한다 하지만,

결국 결과는 떨어지고 붙고 가 다다.

그 조차도 내 실력 외에 변수가 너무 많은.

그저 오늘의 최선을 다할 뿐이다.


9/24 화

지지부진한 대학원 지원 과정에서,

지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진전을 느낄 수 있도록

큰 목표를 작은 목표로 나누어야 한다.

TO DO 리스트를 만들고 계속 지워낼 수 있도록 말이다.


아주 많은 학교는 아니지만 여러 군데 지원하니까

학교별로 지원 패키지를 만들고 있다.

잘못하다간 지원서류를 엉뚱한 곳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다행히도 조금 능동적으로 지원과정을 준비했다.

넓은 관점에서 보자면야 전혀 아무 진전이 없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작은 목표로 분절된 태스크를 만들어

그것을 달성하는 하루하루를 이어가다 보면

종국에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다.


최선을 다하자. 내가 할 바를 다하자.


9/25 수

작은 프로그레스를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

어제는 지원할 학과 교수님들께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인데,

연구실에서나 교수님이 신규 학생을 뽑는지 확인하는 메일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아직 합격하지도 않은 학교에 이런 걸 확인하는 게 맞나 싶은데,

꼭 해야 하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두 분의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냈는데,

한 분에게서 정말 5분 만에 답장이 왔다.


자신의 합격 전에 학생과 접촉하지 않는다며,

열심히 해 보라고(Best of Luck in your application process)

메일이 왔다.


너무 깜짝 놀랐다.

무슨 방향이든 답장이 너무 빨리 와서.


원래 나는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지, 잘 모를 때,

안 하는 걸 선택하는 성향의 사람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아내는 같은 상황에서 무조건 행동하는 사람이다.

아내의 실천력에 깜짝 놀라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이 여기에 와 있다.


이번에는 아내의 성향대로 움직여 보려고 한다.

이메일 보내기가 딱 그랬다.


조심스레 한 발자국씩 프로그레스를 밟아보자.

작은 거 하나하나를 실천해 가면서.


9/26 목

불안하고 걱정되었던, 그리고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확실히 영어 시험에 대한 불안이 조금 컸던 모양이다.

한 달 여 동안 꾸준히 공부하고 연습하면

성적이 나올 수 있단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영어 공부와는 별개로 지원서 접수도 계속 준비해야 한다.

지원하는 학교의 과가 서로 다르다 보니,

연구계획서나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많이 다를 수 있다.

내 경력과 관심, 그리고 이로 인한 연구주제를

서로 다른 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이게 헷갈리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 한다.


사실 대학원 입시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그때는 예술학 석사여서 포트폴리오가 훨씬 중요했다.

그래도 SOP는 썼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직은 쳇바퀴 돌 듯 계속 제자리다.

지원서류 작성하고 영어공부하고..


자리를 지키면 결과는 따라온다.

불안한 마음에 휘둘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


9.27 금

미국의 학교라고 해서

시스템이나 정책 등이 모두 잘 갖추어져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입시 과정에 매우 민감한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허술해 보이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원서를 접수하는 시스템은 느리고 오류도 많다.

입시자격을 제시하는 페이지는

학교의 공식 입시 페이지와 학과 페이지의 내용이 다르다.


물론 학과 페이지의 정보가 우선이라거나,

그 기준을 훌쩍 넘으면 된다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으나,

잘 모르겠으면 물어봐야 한다.


영어 점수 기준과 면제 사류를 다르게 표시한

페이지들이 혼재해서 학과 사무실에 이메일로 문의했다.

기존에 발견한 새롭게 페이지에선

내가 다시 영어시험을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점수도 넘고, 면제 사유에도 포함되고)


결론적으론 영어 시험을 봐야 하지만,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정보는 과정이 어려워져도 머리는 덜 복잡하니까.


미국 대학원 입시는 한국 수험생에겐

스스로를 적극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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