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주 차
9/9 월
한 주가 시작됐다. 월요일은 늘 심기일전이다.
주초에는 야무지게 다짐하지만,
목요일 금요일이 되면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사실 일을 그만두고 미국에 온 뒤에
바쁘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계속 유튜브로 무언가를 한다고 도전했었고,
글을 써서 블로그나 매거진 등을 해본다고
이래저래 시도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공부도 하고 입시도 준비하지만,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든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회사에 있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잘 못한다 불평이지만,
집에 있다고 해서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래저리 집안일 하는 시간 빼고나면
모두 한두 시간씩 두세 번의 자투리 시간 뿐이다.
그럼 여유가 많은 것 아니겠냐 하겠지만,
무언가를 각잡고 하기엔 늘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목표가 분명히 없거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을땐 더욱 그렇다.
그래도 입시는 목표가 분명히 있으니 집중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한 일도 그렇다.
하지만 간사하게도
데드라인이 있는 일들을 시작하니 조급증이 몰려온다.
너무 늘어진다 불평하다가,이젠 조급하다 불만이니.
한심하다.
모든 일이 그러하니 지금에 감사하며 충실하자.
9/10 화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나의 삶과 커리어를 돌아보게 된다.
어렸을 때 석사나 취직 준비를 할 땐
자기소개서에서 스스로의 인생을
자꾸 거창하게 포장해야 했다.
뭔가 대단한 의도가 있고 포부가 있는양 말이지.
40대 중반에 쓰는 자기소개서에선 그럴 필요는 없다.
이때까지 한 일이 있으니까.
뭔가 부풀리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건 꼰대처럼 '나때'를 시전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 정도?
그래도 이 두 문서에 대한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났다.
하지만 좀 길다.
아마도 '꼰대력'이 문장에 묻어난 듯하다.
잘 절리를 마쳐서
내 진심이 잘 전달되는 문장으로 완성되었으면 한다.
이제 곧 이니까.
9/11 수
루틴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한 번 루틴이 정해지면
꽤나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이를 지키는 편이다.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를 계속 생각하는 것이 워낙 두렵기 때문에
미래가 예측 가능하도록 액션 플랜을 짜고
그 플랜대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그 계획을 지켜가도록 움직이는게
결국 루틴이기 때문이다.
한두 달, 혹은 그 이상 정도의 계획을 실행하기에
꽤나 좋은 생활습관이지만,
그 보다 오래 지속되는 생활습관을 만들기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계획의 목표나 목적이 이루어지는 것이 뚜렷하지 않으면
지치고 권태가 오기 때문이다
지금이 조금 그렇다.
호기롭게 시작한 공부와 대학원 입시가
계속 잘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당장 목표달성(합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마음이 쉽게 지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해야 한다.
마음에 무거움이 있지만,
다시 한 번 목표를 향해 고개를 들고 뛰어야 하는 시기다.
다시 화이팅이다.
9/12 목
어제 저녁 2년전 퇴사한 회사 대표님께
추천서를 요청하는 메일을 드렸는데,
밤 사이에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는 답장을 받았다.
회사를 8년 다니면서 대표님께 직보하는 일을 했는데
메일을 보낼 때면 늘 떨렸다.
일주일에 한 번은 대표님께 메일을 보냈고,
컨펌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업무 중에선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메일을 다 써놓고도 바로 보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적어도 반나절은 지나고 한 번 더 체크한 후에야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퇴사한지 2년이 넘어도
대표님께 메일을 쓰는건 꽤 스트레스다.
이번에도 내용을 적어 놓은건 일주일 전인데,
어젯밤에야 보냈다.
늘 보내기 전에는 걱정이 앞선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대한 걱정들.
하지만 그런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미리 걱정만 앞설 이유가 없다.
지지부진하게 내가 붙들고 있지 말자.
토스하자. 빨리 나의 고민이 아닌, 그들의 고민으로 만들자.
이제 추천인은 다 모았다.
서류를 잘 모아서 잘 지원해 보자.
9/13 금
대학교 입시와는 다르게 대학원 입시는
내가 이 전공과정과 얼마나 잘 맞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지원하는 학과가 나와 찰떡같이 맞는 경우는 잘 없다.
그러다보니 설득 과정에서
내 스스로 설득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과정이 정말 힘들어진다.
가끔은 나 자신을 속이는 느낌도 들고.
사실 그렇게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러면서.
그런데 보면, 어릴 때는 더 심했던 것 같다.
네기 열망하는 학과 외에는 아예 쓰지도 않았다.
그랬다면 '서열'이 더 높은 대학을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 자신을 속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은, 마흔이 넘은 지금은 알고 있다.
그것이 꼭 나 자신을 속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세상은 무 자르듯 나뉘어 있지 않고,
그 안에서 관심있고 나에게 잘 맞는 것들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또 하나, 아직도 내 자신을 내가 잘 모른다는 사실도.
그래서 지금 나 자신을 속인다 너무 생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