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주 차
9/2 월
지난 금요일 전 회사 팀장님께 추천서 부탁을 위해 연락을 드렸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터라 오랜만에 수다가 터졌다.
다행히 추천서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셨고,
이야기 중에 프리랜서로 일할 기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나름 쓸모 있는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는 건
경력이 단절된 사람들에겐 큰 힘이 되어준다.
오늘은 Labor Day지만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일주일을 시작한다.
빌어먹을 라이팅 1점 때문에(!!)
듀오링고 시험을 준비하기도 해야 하고,
추천서와 함께 연구계획서, 자기소개서 초안도 작성해야 한다.
오늘은 사장님께도 추천서 부탁을 드리는 메일을 보내려고 한다.
회사를 그만 둔지 2년이 넘어도,
아직도 사장님께 보내는 이메일은 너무나도 떨린다.
이번 한 주도 꾸준히 열심히 잘 준비해 보자.
9/3 화
일상이 흐트러지면 준비하는 것들의 결과도
엉망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
계획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 해야 할까?
루틴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가 루틴대로 잘 생활하고,
'생활 계획표'를 잘 지키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업무나 공부, 과업에 대한 결과에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어쩌면 습관이나 루틴이 결과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반면에 그것만으로 늘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고
이것에 실망하곤 한다.
그러면 또 습관과 루틴이 무너지고
생활과 과업과 모든 일에 대한 좌절과 혐오가 넘쳐난다.
그러다보니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습관과 루틴에만 집착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다(!)
병적으로 결과에만 집착하지도 말고,
습관과 루틴에 매달리지도 말자.
다만 순간에 최선을 다하되 즐겁게 하자.
다 행복하려고 하는 일들이다.
9/4 수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지니까 우왕좌왕 하게 된다.
정말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모습이다.
아내랑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우리가 가진 자존감 높은 사람에 대한 지나친 착각은
모든 일에 의연하고 감정의 동요가 없는 모습이란 거다.
갑자기 일이 많아졌어도 언제나 준비가 되었던 사람처럼
능수능란하게 대응하고 여유가 넘치는.
그런 완벽한 모습이 되기를 바라니까.
늘 부족하고 실수하고 심장이 벌렁벌렁하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면 한심하고 좌절하게 되는 거겠지.
너무 스스로
완벽하다 생각하는 이상향을 상정해 놓고
그 모습과 비교하며 스스로에 좌절하지 말자.
열심히 준비하며 잘 살고 있잖아.
9/5 목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이 동시에 터지면
항상 안 좋은 일에만 집중하게 된다.
지구가 멸망할 일도 아니고
특별히 오랜 시간 고생해야 하는 진짜 힘든 일이 아니어도
그런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나의 치명적인 단점인 것 같다.
사소한 일에도 진짜 해결되기 전까지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것.
의식적으로 계속 바꾸어야 한다.
좋은 일이 많이 있었다.
토플 성적도 내가 걱정했던 것 보다는 잘 받았고,
학교 지원하는 문제도 주변에서 도와주시겠다는 분들이 많았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프리랜서 일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러가지 고민하던 부분들을 풀어주는 좋은 일들이다.
그런데 당장 눈 앞에 생긴 안 좋은 일에 집중하지 말자.
좋은 일이 계속 생긴다. 해결책이 생긴다.
이건 다 좋은 거다.
힘내고 늘 긍정적으로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보자.
9/6 금
중년에 공부하는 것이 힘든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현생이 있다는 점이다.
자고로 공부하 하는 것은 미래는 준비하는게 가장 큰데,
이미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지금 당장을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어제는 아이의 중학교 오픈 하우스가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진다.
지금까지야 과목외 활동이 많지 않아도
아직 정착, 적응 중이라 생각하지만,
이제부터는 다양한 과외활동, 음악, 체육활동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입시에 목을 매지는 않겠으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젯밤엔 한국 휴대폰 개통으로 씨름했다.
해외 이주 정착 초창기엔 한국 본인인증 할 일이 많다.
휴대폰 본인인증은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일이다.
한국 번호 유심카드 정보가 날아갔다.
e심 도전했는데 실패. 새벽 두 시까지 씨름하다가 포기다.
오늘 아침엔 정비소 예약하고 왔다.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인가 그렇다.
이번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 달 생활비의 1/4 수준이다.
학교만 붙어봐라. 차부터 바꾼다.
20대 때는 이런 현생 없이 공부만 했다.
물론 그 시기에도 그럴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많았을 거고,
난 꽤나 축복 받았던 시기를 산 건 맞다.
현생에 고달퍼도 미래를 위한 이 공부 멈출 수는 없다.
달려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