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주 차
12/2 월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이 지났다. 다행히도 연휴가 시작하기 직전에 마지막 지원서류 중에 하나인 아카데믹 에세이 형식 문서를 완성해서, 마음 편하게 연휴를 보낼 수 있었다.
연휴 내 갑자기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집안에만 콕하고 있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기간도 있었는데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제대로 쇼핑도 하지 못했다. 합격만 하면 이것도 사겠다, 저것도 사겠다, 행복회로를 돌리고는 있는데, 사실 확실하지도 않아 의미 없다.
오늘이면 마지막 학교 지원을 마무리할 것 같다.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어쩌면 허송세월할 수도 있는 기간 동안 공부하고 서류 준비하면서 의미 있게 시간을 보냈다.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 마음을 다해서 기대하면서, 기도하면서, 기다릴 시간이다.
12/3 화
어제 마지막 학교에 지원서를 넣기 위해 서류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다가 아카데믹 에세이의 줄간격이 더블스페이스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보니까 내 문서의 포맷은 통으로 싱글스페이스. 부랴부랴 더블스페이스로 바꾸었더니 이번에는 페이지가 37쪽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논문보다도 긴데...
가까스로 여백 조정까지 마치고 나니 25쪽 이내로 들어왔다. 덕분에 지원은 또 하루가 미뤄졌다. 오늘 오전에 지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서류는 다 준비됐고, 그저 지원 버튼 누르고, 돈만 내면 되니까...
가자. 지원 버튼 누르러.
라고 했는데, 해당 글을 스레드에 올리다가 이상한 사진을 보았다. 길에 있는 장갑차 사진이다. 계엄이란다. 응? 그 사진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계엄령은 사실이었다. 그것도 10분 전에 있던 일이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떻게 되는 거지?
12/4 수
어처구니가 없다. 나라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외국에서 살면서 모국에 생긴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한국에 있을 대와는 사뭇 다르다. 특히 대외적으로 부끄러울 수 있는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나야 집에만 있으니 그럴 일이 없지만, 보통은 다른 외국인들로부터 사건, 사고에 대해서 수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이태원 사건이나 오물풍선 사건 때도 그랬다)
부끄럽고 자랑스럽다. 정말 터무니없는 역사적 사건이 나서 부끄럽고, 민주적으로 해당 사건을 제지했음에 자랑스럽다. 부디 폭력적이고 공포스러운 사건 없이 평화롭게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었으면 졸겠다.
이런 큰일이 있고 나면 나머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소하게 만들어 버린다. 특히 개인적인 일들을 겪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현타를 느낀다.
진짜 나쁜 사람들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수많은 일반인들의 일상을 엉망을 만들어 버리다니.
이젠 끝이다.
12/5 목
6월 초, 아내를 따라 박사과정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딸도 내년이면 13살로 7학년이 되고 그전보다 직접적인 케어가 필요한 나이를 넘어가게 된다. 경제적으로 돈을 벌어야 할 필요성도 많아졌는데 합법적으로 돈을 벌 방법은 대학원에서 연구지원비를 받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대학원 입시. 영어는 언제나 걸림돌이다. 꾸준히 하지 않기도 했고 원체 언어적 소질이 없기도 하다. 4개월 동안의 영어공부로 점수를 맞추고 나서는 글쓰기의 수렁에 빠졌다. 나의 지난 커리어를 자랑하고 나의 삶에 대한 통찰을 설파하는(?) 시간이었다.
아카데믹 에세이도 써야 했다. 20년간 써본 적이 없는 양식, 그것도 영어로, 거기에 코딩으로 양식 맞춰가며. 신세계였다. 추천서 요청과 접수는 지난날 나의 삶에 대한 반추였다.
그렇게 모든 지원과정은 끝나고 이제 기다림이다.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계속 기다려야 한다. 이것저것 또 해보려고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좋은 결과가 있길 기도한다.
12/5 금
새로운 일상 루틴을 짜기 위해 태스크와 목표, 스케줄을 잡고 있다.
대학원을 지원하고 나면 합격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주어진다. 명확하게 할 업무나 소일거리가 없으면 이 시간이 정말 힘들다.
16년 전에 석사 지원하고 나서는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하루에 8시간 일하는 거 이외에는 마땅히 할 일이 없었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3년 전 아내가 박사 지원을 했을 때에는 둘 다 직장에 다니고 있던 데다, 아이가 겨울방학이라 굉장히 바빴던 기억이다.
이번에는 다시 주부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전과 같이 다시 열심히 유튜브를 하면서 여러 가지 공부도 해보려고 한다.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집중해서 하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다리는 시간도 뜻깊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