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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수험생 jcobwhy Nov 25. 2024

중년수험생, 윈터이즈커밍

11월 4주 차

11/18 월

이번주에는 첫 지원서 데드라인이 있는 주다. 사실 진짜 데드라인은 아니고 얼리 어플라이다. 결과가 일찍 나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학교 지원비가 할인된다고 한다.


물론 이번 데드라인을 넘겨도 지원을 할 수는 있지만, 데드라인이 눈앞에 오니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괜히 이때까지 고생했던 지원 서류에서 실수가 있을 것만 같고,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큰 실패를 겪을 것만 같다.


사실 지금 내가 어떻게 하느냐는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할 수 있다. 지금의 몇 개월이 나의 삶에 대한 평가를 다 바꿀 수 없듯, 이 결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길 뿐이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11/19 화

감기에 걸렸다 회복한 이후로 생활리듬과 루틴이 엉망이 되었다.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진 것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떨어져 있고 싶었던 부분도 있다.


아마도 오늘 한 학교 지원을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어제도 같은 마음이었는데 작은 실수 하나가 결과를 망쳐버릴까 봐 걱정이 크다. 한편으론 쓸데없는 걱정과 우려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믿음이 중요하다.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면서, 결과에는 잠잠하게 기대하며 기도하며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11/20 수

어제 드디어 학교 하나의 지원서를 접수했다. 맨 처음 대학원 박사과정을 지원한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최우선으로 두었던 학교는 아니었다. 내 생각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커리어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준비과정에서 가장 열정을 가지고 꼭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학교 학과다.


내가 알고 있는 이 학과의 지원자들의 트랙과 내 커리어 트랙이 워낙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어필하고 싶은 것들은 다 어필한 것 같다.


이제 접수한 학교는 잊고 다른 학교들의 지원서를 마무리해야 한다. 한 학교는 거의 마무리됐지만, 다른 학교 하나는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오랜 시간 준비한 과정이 헛되지 않도록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마무리를 잘하자. 결과가 내 손에 달리지 않은 것과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11/21 목

이제 날씨가 제법 추워진다. 겨울이 오는 듯하다.


어느 정도 지원서류 작업하는 것도 마무리가 되어간다고 불과 20여 일만이 남았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만큼, 데드라인까지 기다리지 않고 다음 주 추수감사절 전까지 지원 접수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때까지, 무슨 일을 하든 늘 마지막 데드라인까지,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마무리를 하곤 했다. 학창 시절의 당일치기는 물론이고 직장에서 방송을 납품할 때도 그랬다. 한편으론 게으르고 한편으론 자신감 없었던 것인데도 그게 마치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물론 접수 버튼을 누르고 접수비를 결제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소홀히 하는 부분은 없어야겠지. 하지만 이제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마무리다. 조금만 더 힘내 보자.


11/22 금

눈이 온다. 진짜 겨울이다. 내가 사는 이곳은 눈이 정말 많이 오는 편이다. 눈이 오니까 그제야 겨울이구나 싶다.


오늘 또 한 개 학교 지원 접수를 하려고 한다. 이번에는 인문학부에 있는 과를 지원한다. 지원하는 학교나 학부마다 전공과 연구분야가 다 다르다.


내년 2월이나 3월에 합격 여부가 결정 날 때 어디에 붙느냐에 따라 앞으로 몇 년간의 내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너무 막무가내식 지원이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이가 들어 그나마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방송을 하겠다고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타과에 진학한 후 방송하는 이들을 편법이라 생각하며 낮춰 봤었다.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다. 오히려 그들이 더 좋은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나 자신도 남도 너무 판단하지 말자. 내 커리어에서의 경험이 다양한 선택지를 허락해 줬다. 참 감사한 일이다.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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