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18회차 후기.
10이 넘어가는 회차만으로 제목이 굉장히 거창해 보인다...
독서모임을 한지는 약 1년 4개월, 그리고 회차로는 18회차를 거쳤다 (오늘!)
강제성이 없으면 점점 하나의 활자를 붙잡기 어려워진 때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내 삶이 "덕질"에 기울어서 인가, 매체를 한 번 스쳐가는 것만으론 만족하지 못한 탓이 클테다. 독서모임을 하며 "어떤 것"을 남기고 기록하고 싶어지는 탓은.
우리 넷의 공통 지인 역할을 해준 친구의 고마운 주선 덕에,
우리는 굳이 서울로 향하지 않고도, 생활반경 (한명: ㅠㅠ) 내의 도시에서 독서모임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 독서 모임은 좋다.
넷 다 (소화 능력은 둘째치고) 맛있게 먹는 걸 좋아한다. 그 중 셋은 술도 즐긴다. 한 명도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점은 인권 감수성이 비슷하단 점이다. 잠시 말을 새자면, 왜 나이가 들수록 새 친구를 사귀거나 혹은 새 장르 (덕질적 의미로서의)를 접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클리셰가 대부분의 장르에 적용되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함도 있고, 더욱 큰 것은 내 큰 머리에 들어찬 많은 인권 감수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극단적 예로는, 지금은 오마주의 원본으로 거론되는 많은 작품들을 지금 즐길 수 없다... 정도? (예: 에반게리온, 프렌즈 등등)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서른이 넘고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이렇게 편안함을 느끼는 게 고맙고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사람이 싫어할까, 과하게 내가 조심하는 게 아니다. 나 역시 이부분은 쉽게 건드리고 싶지도,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데. 그것에 대한 생각이 모두 동일하다. 쉽사리 사이다성 발언을 뱉지도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라는 발언을 하기도 편하다.
오늘도 "알페스"와 "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에 대한 인권 감수성은 동일하나 표현 방식에 대해 짧은 설전을 벌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기분이 상하지 않고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고 반대하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좋더라고...
버넌 리의 <사악한 목소리>가 공통책이었으니 이를 시작으로
나의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욕구들>
ㅈ의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 <중화미각>
ㅇ의 <애니캔>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ㄴ의 <엘리트 세습> <알페스x퀴어>
총 아홉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하는 편이나 (그냥 자주 질리는 편이라...) 에세이를 좋아하고, ㅈ 친구는 주로... 붉은 책을 (ㅋㅋ) 읽는다. 그리고 ㅇ 친구는 내가 스스로라면 접하지 않을 법한 귀엽고 아기자기하지만 가끔은 그래서 내가 쉽게 간과하는 이야기를 고른다. ㄴ 친구 역시 나와 같이 아무 장르를 넘나드나 주로 내가 혼자 읽기 힘든 인문학을 많이 고른다. 이렇게 서로 고르는 책이 아주 달라서 매번 공통책+개인책을 골라 읽을 때 관점까지 여러 모로 흡수할 수 있단 점이 좋다. (전공도 완전 다르다...)
어쨌든, 오늘도 맛있는 걸 먹으며 즐거운 얘기를 한바탕 약 5시간에 걸쳐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 우리의 기력이 닿는한 아주 오래오래 이 모임이 지속되길 바라며 짧은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