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위한 실험동물 '토끼'(출처: Humane Society International, HSI)
외모로 자존감을 높이는 사회
요즈음 남녀노소 구분 없이 화장품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일상화된 화장품 사용 시 '적당히 바르기'의 기준이 모호하다. 화장품에는 몸에 유해할 수 있는 각종 화학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화장품을 얼굴이나 팔다리에 발랐을 때 특정 성분이 얼마나 우리 몸에 흡수되고 그로 인한 위험 요소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2017-07-20 KNN 뉴스에서는 어린이 화장품 시장이 연간 3천억 원 규모로 급성장 중이며, 초중고 학생 70%가 화장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피지분비가 많은 나이에 두터운 화장의 일상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함께 전하고 있다.
또 녹색건강연대가 2017년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여학생 4736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행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색조 화장을 한 경험이 있는 초등학교 여학생은 42.7%, 중학교 여학생은 73.8%, 고등학교 여학생은 76.1%로 조사됐다(출처: 서울신문 2022-11-14).
드디어 식약처는 2017년 9월부터 화장품 유형에 어린이 제품류를 추가해서 어린이용 화장품 관리 감독의 강화를 결정하고 나섰다.
앞으로 AI기술 덕분에 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수출 유망산업은 화장품 등 코스메틱 제품 관련기업과 성형외과 관련기업이라는 주장도 있다.
* 자외선과 인지기능 *
2017년 서울대병원 피부과 연구팀은 실험동물 생쥐를 대상으로 생쥐 피부에 2주간 총 6회 자외선을 쬐게 한 후 몸의 기억력과 인지기능 등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변화를 관찰했다. 자외선을 쬔 생쥐는 신경섬유 양과 시냅스 단백질 발현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자외선을 쬔 쥐의 혈액에 피부에서 생성된 코티졸의 양이 급격히 증가했다. 즉 자외선이 피부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만들며 코티졸은 혈액을 타고 뇌에 작용하여 해마의 신경섬유 생성을 감소시켜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이 연구는
"자외선이 기억력과 인지기능 감소 원인 중의 하나일 수 있으므로 항상 선크림을 발라 자외선에 의한 뇌기능 손상을 최소화할 것"
을 권유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7-11-29).
*자외선과 자외선 차단제 *
1988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길거리가 온통 빙판인 서울에서 동경을 거쳐서 환승하며 비행기를 12시간여를 타고 우리 가족은 남반구의 시드니에 도착했다. 그곳은 짙은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뜨기 어렵게 쨍한 햇살이 내리쬐는 한여름이었다. 유아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아동들이 자외선을 차단하는 목까지 덮어주는 챙이 큰 모자 없이는 운동장 놀이에 참가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등교 시에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과 팔다리에 필수적으로 발라줄 것을 학부모 통신을 통해 강조하곤 했다. 호주 하늘 위 오존층이 크게 뚫려서 피부암환자가 늘어난다는 신문기사도 잦았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야 자외선차단제 사용이 강조되었다. 한동안 프랑스 L*사의 자외선차단제 25+와 50+가 여행객들의 면세점 인기품목이 되었다. 1970년대와 80년대 고등학교에서는 교련시간이 있었다. 우리 여고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 시간에 운동장에서 챙이 있는 모자 착용도 없이 땡볕아래 학생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서 교장의 훈시를 들었다. 훈시가 끝나면 구급약품이 들어있는 교련가방을 메고 군인들처럼 열병과 분열 훈련을 하곤 했다. 그런 중 여학생들은 쨍한 햇볕을 견디지 못하고 창백해지며 쓰러지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쓰러진 학생들만 등나무 아래 그늘에 앉히거나 양호실에 눕혔다. 강렬한 자외선 아래 학생들을 오래 세워두었으니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로 학교장이 고발당할 지도 모르겠다.
근래에 피부과 의사들은 외출 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노화를 막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인 선크림(sun block)을 필수적으로 발라야 된다고 강조한다. 여성화장품 선크림의 자외선 차단지수도 30+이하였던 것이 50+를 진작에 넘어섰다.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게 된 코로나가 지배한 3년여 동안 여성들이 화장을 덜 하게 되어 화장품 회사 매출이 감소했다지만, 여름철 직사광선아래로 나가는 경우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갈등을 자주 하게 된다. 골프라운딩 시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 목 팔과 다리에 허옇게 바르고 나선다. 자외선 차단제를 팔다리에 바른 경우에는 민감하지 않으나, 얼굴에 바르면 바르지 않은 눈 주변에서 가려움이 시작되어 자꾸 얼굴을 만지게 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쉬운 자외선차단제는 꼼꼼히 세안을 해줘야 한다.
* Lipstic Effect(립스틱 효과) *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란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에 매출통계를 근거로 만들어진 경제학 용어이다. 경제 침체기(an economic downturn) 즉 불황기에 여성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도(cut back their spending) 품위유지와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기 위해 립스틱과 같은 저가 상품으로 치장하는(treat themselves with low-cost luxury items) 현상을 의미한다. 심지어 경제가 침체될수록 립스틱의 색갈이 더 짙어진다는 설도 있다(출처: 조선일보 2019-02-21).
최근에는 경기 가늠 척도로 '향수'가 새로운 '립스틱 효과'의 지표로 등장했다(Financial Times 2024-08-24., Fox business 2024-06-26., CNN 2023-08-09., 한국경제 2023-08-10).
Price-conscious consumers may eventually wake up and smell the eau de toilette(출처: Financial Times 2024-08-24).
화장이 귀찮거나 화장품의 화학성분에 대한 피부알레르기가 다소 있다 해도 간단한 지인 만남이 아닌 바에는 여성들이 화장을 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식적인 행사나 방송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 여성들이 화장을 하지 않고 모임이나 행사에 나가면 성의 없어 보일뿐만 아니라, 화장품으로 얼굴을 가꾸었을 때 스스로 자존감이 더 높아지는 것도 간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Google Scholar에 "lipstic effect" 단어를 쓰면 학술검색결과가 0.07초 만에 약 66,300개로 나온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과 이탈리아의 키에티 대학이 함께 186명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공동 연구에서 여성의 경우 화장을 한 그룹의 여학생들이 심리적 안정뿐 아니라 학업성적에서도 가장 좋은 결과를 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른바 "립스틱 효과"로 알려진 '화장을 하면 외모가 더 돋보이게 되고 스스로도 매력적이라고 느끼며 자존감도 높아져, 화장을 한 사람의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화장이 여성의 자존감과 학업 성취 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출처: 조선일보 2017-07-31).
국내의 연구에서도 구글학술검색에 " 화장과 자아존중감"으로 검색을 하면 0.06초 만에 김종흠과 최승희의 "남성의 화장동기와 화장태도에 관한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2020, Vol. 21, No. 3, 453-470)를 비롯해 1,100개의 관련 논문들이 검색된다. "화장, 자신감"으로 검색하면 약 2,650여 개의 관련 자료가 검색된다. 주로 화장의 사회, 심리적 기대효과가 크다는 주장이 많다.
2022-11-14 서울신문은 "청소년이 화장하고 성적이 '쑥쑥' 오르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말을 빌어 청소년들의 화장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청소년기 메이크업은 자기 만족감을 높여주고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외모만족도가 높아지면 학업성적이 오른다는 하버드 대학과 키에티 대학연구결과에서처럼 심리적 안정이 시험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활용도가 높은 화장품을 사람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출시되기 위해서 수많은 동물들이 실험대에 올라 영문도 모르고 생명을 잃었고, 현재도 희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