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야, 네 생각이 중요해
오늘 어린이도서관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인문학과 함께 하는 동물교감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이다. 말티스 '수리'가 이 프로그램에는 처음으로 동행한다. 오늘은 사랑 감성이 가득한 시를 수리와 읽으며 강아지 인형에게 읽어줄 때와 수리에게 읽어줄 때의 감정을 비교해 볼 요량이었다.
어제 수리는 오늘 무대 데뷔를 위해 모발 정리 겸 목욕차 미용실을 다녀왔다. 1시간 조금 넘게 미용실에 머물렀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이 지나가니 하얀 말티스 '수리'의 외모가 반짝반짝하다. 미용실에서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주면 그 뒤로 2,3개월은 집에서 가족들이 샴푸하고 털을 다듬어서 수리의 청결한 건강이 유지된다.
사실 정기적인 미용은 사람에게도 좋지만 개도 청결하게 관리하는 과정이니 좋다. 털갈이가 잦은 큰 개들은 털이 많이 빠지는 편이라서 대체로 스스로 관리가 되어(?) 작은 개처럼 미용실 출입이 잦지는 않다. 관건은 매일 규칙적인 빗질 관리에 있다.
다행히 수리는 지금의 미용실 원장님을 좋아한다. 수리를 입양하고서부터 맺어진 인연이니 7년째이다. 가끔 반려동물을 호텔링으로 맡거나 미용을 하는 곳에서 학대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당황스럽다. 말 못 하는 비인간 동물을 상대로 인성이 덜된 못난 동물인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일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인간도 동물의 범주에 속한다. 21세기에는 동물권을 설명할 때 인간도 동물임을 강조한다. 우리들이 얘기하는 반려동물, 가축등 농장동물, 실험동물, 동물원과 서커스 등 전시용 동물의 동물복지와 동물권 설명에서 동물들을 '동물'인 인간과 구분하기 위해 '비인간 동물'로 지칭한다(참고문헌: 위키백과 '동물권', 남종영 (2022). '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북트리거)
사람 못지않게 기쁨, 만족감, 불안, 스트레스, 불쾌감, 고통 등 온갖 감정을 느끼고 인간과의 교감에서 '자신의 즐거움'이 최상급인 비인간동물 녀석들은 상대의 비호감적인 태도와 손길을 금세 느낀다. 자신에 대한 인간의 학대와 폭행의 손길에 얼마나 심장이 두근대고 불안과 고통으로 힘들었을까 싶어 미안해진다.
그런 연유로 수리가 미용실을 오가는 길에 마음이 편안한 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리의 몸짓 언어를 살펴본다. 녀석은 미용실에서 원장님의 품에 안길 때도 불안해하지 않고, 픽업시간에 우리가 가면 마치 유치원 하교 시간의 어린아이처럼 우리를 향해 달려오면서도 스트레스를 표현하지는 않는다.
이웃에 조금 더 저렴한 애견미용실이 있어서 잠시 마음이 흔들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리는 이미 현재의 미용실 원장님과 소통이 잘 되어서 편안해 보인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미용실을 바꾸면 반려견이 적응하는 시간이 새로 필요하다. 조금 가격이 높지만, 이미 수리가 적응된 곳에서 미용을 하는 것이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일이다. 수리에 맞춰서 원장님이 워낙 잘 마무리를 해주므로 그 가격의 가치로 충분하다.
물론 개 미용은 사람 기준으로 행해지는 일이다. 개가 스스로 원하는 건 아니니 동물권 이론이 법제화된 해외 선진국에서는 지나친 반려동물 미용도 '동물학대'로 간주한다. 우리 가족은 수리 미용 기준으로
"수리야, 네 생각이 중요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