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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우 Feb 15. 2023

층간소음은 음악이 될 수 있을까?

뒹굴대며 읽는 음악치료 이야기_알면 재미있는 음악_첫 번째

음악치료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음악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음악이 무엇인지 알아야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일상에서 늘 자연스럽게 듣고 있지만 막상 말로 정의하려고 하면 어렵다. 어떤 음악은 오케스트라처럼 수많은 악기의 소리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음악은 기타 하나만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의 목소리만 있는 음악도 있으며 멜로디 없이 드럼 연주만으로 이루어지는 음악도 있다. 과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전자 악기가 개발되자, 현대음악에서는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아날로그 악기로는 구현할 수 없는 전자음도 빈번하게 사용한다. 이를 통해 미루어 봤을 때 아마 미래에는 더욱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음악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가장 큰 공통점은 무엇일까? 맞다 바로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소리로 이루어진 예술이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다. 그러면 여기서 의구심이 생긴다. 왜 어떤 소리는 음악으로, 어떤 소리는 소음으로 인식될까?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가 나뉘어 있는 것일까?




스톰프(Stomp)라는 이름의 공연이 있다. 빗자루, 물통, 신문지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두드려 곡을 연주한다. 이 공연이 특별한 것은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소리가 모여 오케스트라처럼 하나의 연주를 만들기 때문이다. 아래 영상을 보고 오자.


https://www.youtube.com/watch?v=tZ7aYQtIldg&t=204s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 우리 윗집에서 들리는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옆집에서 공사를 할 때 들리는 드릴 소리는 소음이다. 귀에 소리가 들리는 순간 짜증부터 난다. 그런데 왜 여기 등장하는 소리는 음악으로 들릴까? 이 차이를 찾을 수 있을까?

맞다. 음악의 경우 소리가 일정한 속도로 반복해서 들린다는 것이다. 윗집의 발소리나 아랫집 개가 짖는 소리는 그렇지 않다. 언제 들릴지 예상도 되지 않으며 규칙적이지도 않다. 물론 반복해서 들리긴 하지만 속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 소리가 언제 들릴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음은 음악이 되지 못한다. 사람이 예측할 수 있는 규칙적인 소리 패턴, 이 한 가지만 지킨다면 어떤 소리든 음악으로 만들 수 있다.




잠시 우리도 음악을 만들어 보자. 시계를 하나 준비하자. 초 단위가 나타나 있다면 스마트폰 시계도 상관없다. 1초마다 ‘짝’하고 손뼉을 친다. 12초간 초침에 맞춰 손뼉을 쳐 보자. 훌륭하다. 당신은 방금 음악을 연주했다.


음악이라고 하긴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한다면 하나의 미션을 더 주겠다. 아까처럼 1초에 한 번 손뼉을 치되 3초, 7초, 11초일 때는 무릎을 치자. 아까보다는 조금 더 음악처럼 들린다. 이것도 익숙해졌다면 4초, 8초, 12초에는 연주를 하지 말자. 어떤가? 재미있는 리듬이 되지 않던가? 방금 당신은 4/4박자의 리듬을 연주했다. 이 리듬을 조금 더 빠르게 연주하면 록밴드 퀸(Queen)의 We will rock you의 리듬과 같아진다. 리듬에 대한 설명은 다음 코너에서 더 자세히 할 예정이니 지금은 당신이 음악을 연주했다는 것에 의의를 가지자.




소리가 규칙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 음악일수록 듣기가 편하다. 지금부터 두 가지 노래를 들어볼 것이다. 첫 번째 노래는 프리템포(FreeTEMPO)의 Sky high라는 곡이다. 이 노래는 반복되는 멜로디가 명확하게 들린다. 노래의 후렴구 부분의 멜로디를 잘 들어보자. 노래 도입부부터 피아노로 같은 멜로디를 반복해서 연주한다. 현대 가요에서는 이러한 반복되는 패턴을 즐겨 쓴다. 빌보드 차트에 있는 많은 노래가 네 마디 정도를 무한 반복하는 형식이다. 이런 노래는 귀에 쉽게 들어온다. 다시 말해서 뇌에서 ‘듣기 편한’ 음악이라고 인식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8aE8eEejhvk


두 번째 노래는 오넷 콜먼(Ornette Coleman)의 연주이다. 조성도, 박자도, 형식도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프리 재즈 연주이다. 감상하고 이야기를 계속해 보자. 굳이 끝까지 들을 필요는 없다. 필자도 끝까지 듣지 못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bRTFr0ytA8


혹자는 이건 음악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가끔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사람도 있다. 확실히 프리템포의 노래보다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세히 들어가면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 테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반복되는 패턴의 유무다.


프리템포의 노래는 반복되는 패턴이 명확하게 들린다. 후렴구 멜로디를 처음부터 피아노로 연주한다. 그리고 사람의 두뇌가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들려준다. 반면 오넷 콜먼의 연주는 반복되는 패턴을 찾기 힘들다. 사람들이 대중음악보다 클래식을 듣기 힘들어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보다 패턴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클래식이나 재즈를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음악적 내공이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하나의 소리가 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속도로 들려야 하며 규칙적인 패턴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패턴을 알아채기 쉬울수록 듣기 쉬운 음악이 된다.


만일 윗집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난다면 어떨까? 1초에 한 번, 그것도 3초, 7초, 11초에는 의자 끄는 소리가 들린다면? 아마 그때부턴 당신의 뇌가 그 소리를 음악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다만 듣기 싫은 음악을 듣는 것은 고역이다. 이 때문에 비록 규칙적인 소리 패턴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층간소음은 짜증을 유발할 것이다. 사람 사는 데는 이론적 탐구보다 이웃 간의 배려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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