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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Oct 10. 2022

아침에 휴대폰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있/없는 것들

모닝폰라클 #2

모닝 폰라클을 결심한 첫 번째 날.


다짐은 쉬웠다. 그때는 저녁이었으니까. 아침에 두 시간 동안 휴대폰을 안 보겠다는 다짐에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어림해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하기가 쉬웠다.


다음날 아침 비몽사몽한 가운데서도, 나는 용케도 그런 이상한 운동을 하겠다고 자처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휴대폰을 잠재우며 자꾸 눈길이 폰으로 향하려는 걸 애써 거뒀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출근 준비를 하려던 나는 작게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날씨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날씨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 시간, 버스 도착 정보 등의 정보에 대해 모조리 차단되었다.


그제야 내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실감 나기 시작했다. 실시간의 정보가 코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그걸 (잠시 동안이지만)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아니, 그래서 대체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는 어떻게 살았던 거야.


마치 실연당하고 나서 솔로일 때 내가 어땠는지 더듬어보는 사람마냥, 아득한 기억을 더듬거려 보았다.


그래. 그래서 시계란 게 있었지. 날씨는 뉴스의 일기예보를 봤었지. 버스는... 아니, 버스는 대체 어떻게 타고 다녔던 거지?


일단 급한 시계부터 찾아 휘휘 둘러보았고,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서 째깍거리고 있었을 거실의 벽시계와 눈이 마주쳤다.


벽시계는 원래부터 '시계'로 기능하며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시계'의 기능을 이용한 게 너무 오랜만이었다.


'시계를 사서 방에도 넣어놔야겠어' 생각하던 나는 한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방의 책상 위에는 이미 탁상시계가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조금은 웃기기도,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오프라인의 세상을 인지하지 못했었다니. 나는 그동안 또 어떤 것들을 놓쳤던 걸까.


혼란스러워하며 출근길에 나서는 내 주머니에는, 버릇처럼 휴대폰이 꽂혀있었다. 출근길에는 보지도 않을 휴대폰이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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