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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우아빠 Mar 02. 2021

잠 잘재우는 아빠

잠버릇(잠습관) 만들기 교육 -2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 누구보다 싱글맘 싱글대디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신생아 잠 잘재우기를 위한 아이 잠버릇 만들기. 나의 방식은 이랬다.
너무나 어린 아기이니만큼 반복된 패턴이라도 최대한 단순하고 일정한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굿나잇 타임을 항상 비슷한 타이밍에, 동일한 순서와 속도로 진행했다.
타이밍은 지금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잘 시간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시키기 위해 목욕 후, 마지막 수유를 한 뒤 바로 시작했다. 그전에는 마지막 수유 후 기약 없는 1>4>2>3 패턴을 시작했지만, 굿나잇타임을 통해 잠을 준비하는 시간 역시 일정하게(길지 않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코스는 낮시간의 대부분을 거실에서 보내는만큼 거실을 제외한 집안으로 했다. 거실이 아닌 다른 공간을 만나면서 이제 다른 행동(잠)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큰 집은 아니지만 아기의 입장에선 거대해 보일 수 있는 세계, 각 방의 구조나 디자인, 가구들이 다르기 때문에 이제 막 시각이 트인 아이의 인지 발달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굿나잇타임 투어(?)를 도는 순서는 드레스룸 -> 아이방-> 욕실 -> 침실이었다(이때까지는 모든 생활을 세 식구가 함께 했지만 최대한 빠르게 분리 수면을 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고자 처음부터 아이방을 별도로 꾸며 놓았다.)  그리고 각 방에서 아이와 함께 굿나잇 타임을 하는 스팟도 나름 지정해서 차례로 찾아가 인사했다. 예를 들면 드레스룸에서는 전신거울과 달력, 아이방에서는 책꽂이 가장 아래에 꽂힌 책 같이 화려한 색감이 있는 물건들을 대상으로 했다(이 역시 색깔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려는 초보아빠 혼자만의 전략이었다.)

이렇게 나름의 잔머리와 분석, 그리고 약간의 아이디어를 더한 잠버릇 만들기. 결과부터 말하자면 실패였다. 정확히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야 할까? 잠버릇 만들기 진행일지는 다음과 같았다.

- 2일차 :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첫날과 똑같은 순서와 시간으로 집안을 한 바퀴 돌았다. 아직 아이는 패턴에 대한 이해도, 잠을 자기 전에 집안을 돌아본다는 사실에 대한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발견한 유일한 사실은 우리 아이가 드레스룸 서랍장 위에 던져놓은 영수증 조각들을 엄청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 5일차 : 내 가설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굿나잇 타임을 돌면서 아이가 한 곳에서 굿나잇 인사를 한 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예상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드레스룸 서랍장과 화장실 거울에 갈 때는 약간 신나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집안을 거닐며 힘을 빼서 그런지 잠들기 전 칭얼거림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 6일차 : 내가 그간 노력한 덕분인지 아이의 밤잠을 재우러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눕혔는데 아이가 울질 않았다. 고개만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깐 짜증을 부리더니 허우적거리던 두 팔이 금세 잠잠해지더니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 '성공이다!' 아이를 눕히고 잠들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간 나의 인내와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인지, 아이가 그새 이렇게나 성장한 것인지. 무엇이라도 좋았다.
- 9일차 : 3일 천하. 지난 3일 동안 굿나잇 타임 후 침실에 들어가자 아이는 별 저항 없이 자기 침대에 누워 울지 않고 금방 잠이 들었다. 천국을 맛보았다. 단 3일 동안.
- 10~11일차 : 나는 굿나잇 타임이 잠에 대한 준비를 하고 밤잠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습관 만들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난 며칠 동안은 들어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의 생각은 좀 달랐나 보다.
'굿나잇 타임은 내가 자야만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굿나잇 타임이 끝나면 좋든 싫든, 졸리든아니든 침실에 뉘여야만 한다.'
아이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 수유를 끝내고 굿나잇 타임을 하러 출발하자마자 갑자기 미친 듯이 울어대며 내 품에 안겨있기를 거부했다. 이틀이나 눕히기와 잠재우기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

2주를 채 진행하지 못하고 나의 잠버릇 만들기는 수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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