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의 덕목

덕을 분류하는 명목

게으르다는 말이 나에게 적합한 단어일지 모른다. 일상에서 게으름을 추구하다 보면 나태해지는 건 물론이고, 생각은 많은데 실천을 미루고 미루다가 온갖 악의 조건을 내 삶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러한 불리한 상황에서도 가파른 길이지만 올곧지나갈 수 있게 누군가는 도와주기 마련이다. 그 누군가는 바로 덕목이다. 덕목은 충(忠), 효(孝), 인(仁), 의(義) 따위의 덕을 분류하는 명목으로, 바른 행동을 의미한다. 요즘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뜻이 직업과 연결하거나 천성에 따른 실천해야 할 가치로도 생각한다. 살다 보면 무수히 많은 곳에서 깨달음을 주는 덕목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며 배워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게으름의 덕목이란, 사람이 나태해지는 건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 게으름 속에서도 덕목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더 이상 아무것도 깊이 하지 않고 쉬면서 흘러가는 그 시간 속에서 사람은 나태해지는 걸 빌미 삼아 온전한 생각을 깨우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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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흘러가는 세월을 세상에 맡기고 살다 보면 내가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생각들을 지나치기가 쉽다. 자연의 소리와 아름다움은 기본이고, 근본적인 것들을 무심코 지나치다 보니 정말 중요한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중요한 걸 깨우치게 하는 것이 게으름의 덕목이다. 나름대로 그 사람은 누워서 할 일 없는 순간들을 누구보다 하찮게 보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내면에선 엄청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덕목은 아무 이유 없이 깨달음을 주지 않는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해 봐도 답은 안 나오고 머릿속만 복잡해지는 자신에게 덕목은 느닷없이 나타나서 자신에게 생각할 시간을 부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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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없는 질문 속에 덕목은 대답 대신 깨달음을 보상으로 준다. 잠재력을 열어주는 비밀열쇠가 첫걸음을 내딛게 하고, 생각꼬리에 잡혀 푸드덕푸드덕거리고, 이제 포기하고 돌아서려 할 때 게으름의 덕목이 깨달음을 준다. 어떠한 상황이든,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충분한 생각을 할 수 있게 게으름을 선사한다.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덕목은 느닷없이 나타나서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했던 시간을 부여해 준다.


어떻게 보면 참 쉬운 게, 우린 그걸 그냥 받아들이고 그 시간을 즐기면 된다. 어떠한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좋다. 아직까지 인정받을만한 위대한 일이 아닐지라도 좋다. 금칠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지니고 있지 않아도 좋다. 유행은 돌고 세상은 바뀌고 사람은 변한다. 뭐,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도 유행 따라 돌고 돌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았다고 너무 급하게 먹다가 체하지 마라. 천천히 가는 것이야말로 이기고 지지 않는 유일한 나만의 길로 걸어갈 수 있다. 요즘 세상 사람들은 뭐든지 빠르게 부자가 되어야 하고, 공부를 시작했으면 몇 달 내에 끝내야 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유행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행동도 어수선하게 의미 없이 지나가고 있다. 마치 그것을 따라야 진정 세상을 살아가는 옳은 방향이라고 믿고 있듯이 말이다. 아니 어쩌면 성공한 이들을 보며 그렇게 해야지만이 나도 그 사람이 될 수 있고 특별한 삶을 부여받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측면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보는 위치에 따라서 그 사물은 다르게 보이고 바래지는 빛도 다르게 빛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세상은 절대 한 면만 보고서는 전부를 알지 못한다. 마치 달의 보이는 한 면도 절대 볼 수 없는 다른 면을 우리가 의도치 않게 보지 못하듯이, 우리 세상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다.


이렇듯,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직시하고 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내가 믿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우치기도 한다. 그걸 깨우친 즉시에는 각기 다른 고통도 주어지겠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듯,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가 되면서 내가 진정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