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연결고리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은 동전도 튕기면 소리가 나고 금세 사람들이 눈길을 돌려 관심을 받는 와중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으로 인정받고 눈길을 받는 건 한평생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성인이 된 이후, 처음 깨달았다.
누군가 말할 것이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을 받는 것이라고.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노력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생각도 아주 미세한 노력에 불과하다. 단 1%의 영감을 받는 것이 천재성을 발휘한다. 창의적인 일은 대부분 가장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환영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노력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일평생 1%의 영감을 획득하지 못한다.
나는 어릴 적 화가가 꿈이었고 예술, 감성과는 거리가 먼 천문학자도 내 꿈이었다. 두 개를 동시에 할 수가 없으니 어쩌면 신이 나에겐 이상적인 계산과는 거리가 먼 두뇌를 주신 걸지도 모른다. 계산에 탁월한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한 꿈이었지만 감성과 예술, 철학적인 접근으로 그림 이외에 우주에 관한 재능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젊은이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도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세상이 원하는 보통이 아니라, 천부적인 영감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평범한 노력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젊은 나이에 일깨워준 것이다. 그런 세상에 질려버린 나는 오갈 데도 없이 평온을 주는 마음속에서 헤엄만 치고 있었고 그렇게 자유로이 생각을 생각에 거듭해 예술로 가고자 하는 길을 택했다. 마음속에 나만 간직하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보이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문과와 이과를 오가는 독특한 언변과 특별한 생각을 해오던 터라, 주변에서도 '독특하다', '특이하다', '사차원이다' 등등 이런 말을 자주 듣는 편이었고 나는 그걸 즐겼다.
항상 아이디어는 넘쳐났지만 이걸 어디에 써야 할까 라는 고민을 늘 해왔었다. 그림도 그리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기분이 충족되는 일이 무엇일까. 깊은 고민을 하다가 이모티콘에 도전을 했다. 일단 도전하는 것부터 새로웠고 실패하더라도 기죽지 않는 일부터 난 이모티콘을 택했다. 스토리를 입혀서 귀여운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야말로 나에겐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잘 알려진 카카오 플랫폼은 너무 어려워서 몇십 번의 도전을 거절당했고, 네이버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총 5개의 캐릭터를 판매하게 되었다. 일단 합격이라는 결과물로 받고 나니, 기분은 정말 좋았다. 얼마를 벌든지 간에 계속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판매를 시작했고 비록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건 나의 첫걸음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비전공자'라고 부른다. 항상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상황이 익숙해져도 마음가짐은 본래의 내 잠재력을 열어주는 비밀 열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별해야만 책을 쓰는 줄 알았다. 유명해야만 책을 쓰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떤 책 구절에 이런 문장이 있다. "유명한 사람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써야 유명해지는 것이다." 나는 멍하니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와 동시에 용기가 생겼다. 나는 항상 일처리를 완벽하게 해야만 하는 나름의 규칙이 있기 때문에 남들이 보면 좀 게을러 보이더라도 나름 머릿속에선 열일을 하는 그런 사람이라, 당장의 실천은 잠시 미루어 둔 채로 골똘히 생각에 잠겼었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내 마음의 이야기를 글로 풀이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면서.
계속해서 도전하지만 끝도 보이지 않는, 아니 어쩌면 결과가 나오지 않는 무제한 기다림의 연속을 어느샌가 나태해지면서 마음속에 헤엄치던 그런 여유도 사라졌고, 조금씩 용기를 잃어갔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비교하게 되고 손에 쥐고 있던 내 안의 잠재력을 열어줄 비밀 열쇠도 놓아버렸다. 바닷속 가장 깊은 심해에 잔뜩 웅크린 채 가장 어두운 공간으로 자리 잡고 고개를 푹 숙이는 나날들이 계속될 줄 알았다. 거기서 유일하게 빠져나올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바로 마음가짐이다.
사람은 가장 어두운 그늘에 있을 때 성장하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최대의 기회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너무 어두워서 쉽게 착각하고 앞을 볼 능력을 잠시 잃어버리기 때문에 기회라고 깨달을 때까지는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짧게 혹은, 오래 걸리기도 한다. 마음가짐은 결국 내 안의 내가 다시 바꿀 수 있는 것을 뜻하고 누군가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내 안의 나 자신이 손을 내밀줄 알아야 한다. 그 손을 잡든 안 잡든 자유이다. 그렇지만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 또한 내 선택이다. 그것 또한 내 자유이다. 유일하게 방해받지 않는 곳이 내 마음의 깊은 어둠이다. 어둡다고 나쁘고 안 좋은 것이 아니다. 잠시 쉬어갈 공간이기도 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강렬한 빛이 아니라도 좋다. 잘 보이지 않는 빛이라도 좋다. 내게 닿지 않는 유일한 빛이라도 좋다. 그것들이 내 손아귀에 벗어나도 좋다. 벗어난 채로 도망간 빛이라도 좋다. 측은한 심정으로 나를 보살필 때 유유히 빛은 들어오고 희미했지만 확실한 빛이었다. 글을 쓰며 안도하고 마음이 온전해지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의 빛이 이 길로 인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