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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모순

by 이숲
모순.jpg


#모순


삶은 모순 투성이다.

실수는 반복된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다.

알면서도, 보았음에도, 해 봤음에도 다시 그것을 선택하고 불행하고 행복하다.

삶은 복잡하고, 인간은 더 복잡하다.

행복은 불행과 같은 말 일지도 모른다

불행은 행복은 서로 맞닿아 있다.


모순3.jpg 출처 : 대전일보

우리 삶이 자주 모순적인 이유는 뭘까?

내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족은 원래 그다지 이성적이지 못하고 약해 빠져서?

외적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이유들이 너무 많아서?

우연과 운명의 장난은 능력과 노력에 상관없이 수시로 변수를 만들기 때문에?

이유가 뭐든 선택과 결과를 감당하며 살기에 삶은 너무 무겁다.




소설의 이야기는 이렇다.


엄마랑 이모는 구별하기 어려운 일란성 쌍둥이였다. 늘 한 몸처럼 붙어 다녀 마치 한 사람 같았다.

이 둘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결혼 이후다.

중매아줌마가 먼저 다리를 놔준 사람이 나의 아버지가 되었고, 사흘 뒤에 소개해준 사람은 이모부가 되었다.

아버지는 술을 먹고 엄마를 때렸다. 다닌던 직장도 다 그만두고 엄마가 시장에서 벌어온 돈을 들고 자주 집을 나갔고, 급기야 몇년 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모부는 건축사무소 대표다. 반듯하고 성실한 그는 이종사촌들을 미국에서 조기유학에 박사학위까지 마칠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모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남편이었다.

엄마는 억척 같이 생을 살고 있고,

이모는 우아한 삶을 살고 있다.

권오상.jpg 출처 : 권오상_아라리오갤러리


나는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김장우는 희미하다. 사진작가인 그는 형의 여행사를 돕고 있고, 야생화를 사랑한다.

그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다.

나는 김장우에게 나의 비밀을 말할 수 없다.

그의 웃음은 여운을 남긴다

나영규는 분명하다. 매사에 철저한 스케줄과 깔끔한 준비로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나는 김장우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를 나영규에게 할수 있다.

그의 웃음은 즐거움을 준다.


김장우를 만난던 어느 날 김장우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감당할수 없는 얽매임을 느꼈다.

아버지가 엄마랑 결혼하고 얼마 후 느꼈던 감옥 같은 답답함과 같은 것이다.

내 속에 아버지가 살아있다.

아버지는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던 것이다.

이 갑갑함은 나영규에게서는 절대 느껴지자 않는다.

나는 김장우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모는 자살했다.

우아하고 고상한 삶을 견딜수 없었다고 했다.

엄마의 생은 활력으로 넘쳤다.

병들어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감옥에 갇혀있는 동생 그리고 여전히 고단한 생업을 이어가며

더욱 더 생생하게 살아났다.

모든 사람에게 행복해 보였던 이모의 삶은 불행이었고, 모든 사람에게 불행이었던 엄마의 삶은 행복이었다.


이모의 죽음을 보고

나는 나영규와 결혼하기로 했다.



권오상2.jpg 출처: 권오상_아라리오갤러리

때로는 의지와 상관없이,

때로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삶은 예측할 수 없는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원인과 결과들이, 크고 작은 이유들이 얽히고 섥혀 삶을 꼬아 놓는다.


책을 덮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오는 건

이 모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소설은 마음에 불편함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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