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언어 안에서도 번역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사람을, 생각을, 행동을, 말을 오역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내가 겪은 경험과, 내가 가진 소박한 지식으로,
때로는 그 순간 증폭된 감정으로 무언가를 오역한다.
잘못 번역된 말들은 누군가를 거치며 훼손되어 또 다른 이에게 전해지고
그것들은 오염을 거듭하며 세상에 퍼지기도 한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단어 사전과 같은 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행히 (?) 이 책은 번역가 황석희 님이 쓴 에세이다.
영어로 원작자가 써낸 글을 우리말로 구현해 내며 겪은 일들과
오역이라는 단어로 자신이 겪은 삶의 여러 가지 경험들을
아주 좋은 문장으로 풀어내었다.
아주 좋은 문장은 쉬운 문장이다.
말을 꼬지 않고, 어려운 단어를 굳이 섞지 않고, 불필요한 꾸밈말들을 최소한으로 섞어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과 같은 대본들을 번역하고 있는 작가라서 그런지 그의 문장은 말과 유사하다.
다시 오역이라는 주제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듣고 보는 모든 표현들이 나만의 번역 과정을 거쳐 내안에 들어온다면 나는 그 모든 것을 정역해 낸 것일까? 그 문장 전후의 전문맥과 후문맥 그리고 내포하고 있는 의도와 의미들을 온전히 읽어낸 것일까? 나는 그 어떤 것을 제대로 읽어낸 적이 있었을까? 그것을 읽어내기 위해 부단히 문맥을 살피고, 배경을 공부하며, 의도와 목적을 알아채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을까?
작가가 펼쳐낸 고민들은 오늘도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몰라서 한 오역이든, 의도한 오역이든,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오역이든
그 모든 오역 앞에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