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한 것 말고요. 아이를 위한 결정을 해주세요.
얼마 전부터 뉴스나 인터넷 포털에는 '학부모 갑질'기사가 넘쳐흐른다.
그 기사를 보면서 우리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이 나를 걱정했다.
"혹시 너도 이런 엄마들이 있어?" 하며 물어보기도 했다.
"응. 있어."라고 대답하면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건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모든 교육기관의 문제라는 걸 사실 나도 얼마 전에 알았다.
나는 내가 학원을 운영해서, 엄마들이 학원을 무시해서 그러는 걸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런 엄마들은 학교고 학원이고 가리지 않는 것이었다.
학원을 운영한 지 이제 6년이 넘었다.
그동안 별의별 아이들을 다 만났는데 제일 힘든 아이들은 사실 아픈 아이들이다.
요즘 ADHD가 아무리 흔한 질병이라고 해도 나는 이렇게까지 많은 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엄마가 아이의 이런 문제를 빠르게 인지하고 선생님에게 공유해 주면 좋은데..
정말 끝까지 '우리 아이는 아닐 거야'라는 생각으로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모든 탓을 아이와 선생님에게 돌리는 경우에는 정말 너무너무 힘들다.
ADHD는 그나마 좀 낫다.
발달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아이가 한 자리에 앉아서 다른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도 힘들어하지만 이 아이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다.
이 아이가 책만 읽어도, 이 아이가 질문만 해도 아이들은 이 친구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런 시선에서 아이가 받을 불편함과 상처는 선생님인 나에게도 엄청 스트레스다.
그런데 엄마들은 그런 것 보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기를 바란다.
이게 바로 문제의 시작이다.
여기에서부터 엄마와 나의 의견차이가 생기기 시작하고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런 시선도 견뎌야 아이가 사회에 나간다고 생각하는 엄마와
그런 시선으로 아이가 받을 상처와
이 친구 때문에 수업에 방해받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나와의 의견차이.
여기에서 내가 이기면 둘 중 하나다.
아이가 나를 온전히 믿고 수업을 이어나가거나 그만두거나.
이 문제로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머니가 나빠서도 아니고, 아이가 못돼서도 아니다.
그냥 어머니가 나의 수업 방식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나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나는 자기 아이가 아닌 다른 친구들도 생각해야 하는데 이 엄마에게는 오로지 자기 아이의 사회화가 중요했다.
결국 그 아이는 수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나는 아이를 친구들과 함께 수업시킬 수 없다고 했고, 엄마는 친구들과의 수업을 원했다.
수업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하면서 그만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뭔가 내가 더 책임질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이 아이가 어딘가에 가서 또 이런 시선을 받으며 공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나는 좋은 선생이 아니다.
아직도 나는 글 쓰고 방송하는 게 훨씬 더 쉽고 재미있다.
그러나 좋은 선생님은 되고 싶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
엄마에게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