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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an 01. 2024

조직문화 담당자를 위한 참고서

개인적으로 논문을 볼 때,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관점을 제시해 '역시 천재는 다르구나'하고 감탄하며 읽을 때도 있고 '나도 이런 생각을 적이 있는데, 이게 이런 방식으로 연구되고 검증되는구나'하며 공감하며 읽을 때도 있다. 또 다른 장면은 나같은 사람은 평생 공부하고 연구해도 감히 시도조차 못할 것 같은 압도적인 느낌의 논문을 만날 때가 있다. 마지막에 해당되는 논문들은 대개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여러 연구를 종합한 메타 연구를 통해 이론적 통합을 보여주는 경우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조직풍토에 관한 통합적 이론의 틀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와 조직 풍토(organizational climate)는 개념적 차이가 있다. 조직 풍토 또는 조직 분위기가 구성원들의 공유된 인식이나 느낌을 의미한다면, 조직문화는 그 기저에 깔린 당연시하는 가정이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조직 문화가 보다 근본적인 행동 규범이나 가치에 해당한다면, 조직 풍토는 겉으로 보이거나 느껴지는 분위기를 말한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하는 일은 조직의 미션, 비전, 핵심 가치, 구성원들의 몰입과 직무 만족, 조직 학습 등의 변화 관리 활동을 통해 조직 풍토를 바꾸는 것이다.



출처: Iljins, J., Skvarciany, V., & Gaile-Sarkane, E. (2015). Impact of organizational culture on organizational climate during the process of change. Procedia-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213, 944-950.


모든 변화관리 활동이 조직 풍토에 동일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각 활동이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는 고용 안정감, 심리적 안정감으로 인한 구성원들의 만족도인 안정감(stability)은 비교적 높은 영향을 미치는 반면, 비즈니스 환경 적응을 위한 변화 창조(creating change)와 같은 활동은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을 미친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협업과 팀워크를 의미하는 팀 오리엔테이션(team orientation)과 권한 위임(empowerment)과 같은 팀 리더의 영향력이 큰 영역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여러차례 글을 통해 내세운 주장이 다시 검증되고 있다. 팀장의 권한은 줄었어도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조직 풍토를 바꾸기 위해 중요도가 높은 순으로 변화관리 활동을 시작하면 성공할까?

나는 조직문화 담당자가 현재 하는 활동이 조직 문화나 조직 풍토 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설계도를 펼쳐 보고 현재 활동의 위치와 앞뒤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변화관리를 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짓일 수 있다. 그런 설계도와 같은 논문이 참고서처럼 있다면 변화관리 활동의 타당도를 높이고 조직문화 담당자가 리더와 구성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워싱턴주립대학교 경영학과 제레미 베우스(Jeremy Beus) 교수 등의 연구진이 최근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쓴 논문이 딱 이런 설계도이자 참고서에 해당된다.


출처: Beus, J. M., Smith, J. H., & Taylor, E. C. (2023). Integrating organizational climate theory: A domain-independent explanation for climate formation and functi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논문의 저자들은 개인 레벨과 집단 레벨에서의 활동이나 맥락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 영향을 미쳐 조직 풍토를 바꾸는지 설계도를 그렸다. 그냥 직관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조직풍토에 관한 많은 논문을 검토한 후에 완성했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변화관리 활동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무분별한 벤치마킹이다. 구글에서 뭘했더니, MS에서 어떤 활동이, 애플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등등 이런 식의 복붙이 당신 회사에도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장은 없다. 이를 조직심리학에선 영역 특정(domain-specific)이라고 표현한다. 영역 일반(domain-general)은 보편적인 조직의 특성을 의미하지만 영역 특정은 말그대로 특정한 조직에서 통하는 방식일 뿐 일반화할 수 없다. 이 논문의 제목을 보라. a domain-independent explanation이다. 영역독립적 설명이라는 말은 영역과 관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모형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모든 조직의 조직문화담당자에게는 참고서처럼 활용할 수 있는 논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간단 활용법을 제시하겠다.



만약 당신 조직에서 개인 활동이 팀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측정하거나 방법을 알고 싶다면 path O를 위 표에서 찾아보라. Individual behavior to group behavior에서 참고할 수 있는 논문과 저서가 오른 쪽에 제시돼 있다. 엉뚱한 벤치마킹으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논문과 저서를 학습해 인과구조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한다음, 어떤 활동이 타당할지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Path O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Path K, F, C, H까지 완료해야 조직 풍토(climate)에 미치는 과정을 이해한 것이다.


나는 모든 조직문화 담당자가 이 논문을 숙독하고 참고서처럼 곁에 두고 활용하길 바란다. 그래야 변화관리 활동이 단편적인 이벤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변화 관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면 좋지만, 사정상 여의치 않은데 논문이 필요한 독자가 있다면 메일(crethink@paran.com)로 요청하시길. 최소 몇 분에서 최대 24시간 내에 회신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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