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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Jan 30. 2024

'괜찮아, 잘될거야'보다 이렇게 말해보자.

객관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당신 조직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경영자로서 당신은 조직에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할 것인가?


1. 위기임으로 솔직히 밝히고 구체적 대안을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2.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현재 위기는 수면 아래로 숨기고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직의 리더들은 2번에 대한 선호가 매우 강하다. 아무리 불리한 환경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마인드는 위기 극복에 황금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상황을 솔직히 말하면 구성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조직 이탈로 이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현재의 위기를 직감하면서도 리더의 입에서는 낙관적인 희망을 기대할 것이다. 이 시점에리더가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지는 못할망정, 패배자의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뭐있겠는가?


위기가 명확한 상황에서조차 낙관적 메시지를 기대할텐데,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이라면 어떨까?긍정적인 기대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낙관과 긍정이 중요할까?


최근, 행동 의사결정 저널(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실려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진들은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추정해야 바람직할지 물었다. 


역할은 6가지(보통 사람, 친한 친구, 가족 구성원, 정책 입안 공무원, 정책을 소통할 정치인, 자신), 추정해야 할 사건은 7개(코로나 감염, 코로나 증상으로 입원, 코로나로 호흡기가 부족한 상태, 향후 12개월내 백신이 준비됨, 3개월 내에 치료법이 개발됨, 따뜻한 날씨로 확산 감소, 직장이나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됨)였다. 연구진들은 이렇게 총 42개의 시뮬레이션 상황에서 응답을 분석했다.


추정방식은 리커트 척도로, -2점: 과소평가, -1점:약간 과소평가, 0점: 정확하게 추정 1점: 약간 과대평가, 2점: 과대평가로 제시되었다. 


출처: Miller, J. E., Strueder, J. D., Park, I., & Windschitl, P. D. (2024). Do people desire optimism from others during a novel global crisis?.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37(1), e2362.


연구 결과,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에 낙관적인 추정치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관적인 추정이 더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사람들이 부정적이거나 불확실한 사건에 긍정적으로 편향된 방식으로 추정해 정보를 제공받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사람들은 심각한 사건에 더 나빠질 상황을 고려해 추정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원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정에 있어 개인차는 컸다.




전반적으로 비관적이거나 정확한 추정치를 원했으나, 실험 참가자의 30%는 매우 낙관적이었다. 특히, 시점을 달리하고 측정했을 때 이 경향은 강했다. 사람들은 단기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거나 정확한 추정치를 원했지만, 장기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원했다.


치명적인 사건이 단기적으로 발생할 경우,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 생기는 손실은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크다. 이럴 때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길 원한다. 그러나 미래의 부정적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낙관적이길 바란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조직의 리더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부정적 사건에 대해서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소통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해 비판적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구성원들의 기대와 너무 다른 장밋빛 전망은 감언이설로 들릴 뿐이다. 


그렇다고 미래의 사건에 대해서는 희망적이어도 되느냐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좀 더 낙관적이라는 뜻이지 낙관성이 미래 전망에 도움이 되지는 아니다.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되,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정도가 옳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가 삭막한 도시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인터스텔라의 쿠퍼의 명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길을 찾을 수" 있는 마인드는 필요하다. 인간의 낙관성에 관한 편향 연구로 일생을 바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도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낙관성은 편향이지만, 자본주의의 엔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시하는 것은 거대한 성장을 낳기도 하지만, 거대한 위기의 씨앗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낙관적인 전망으로 살아남은 것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영향을 발휘하지만, 낙관적 전망으로 사라진 것들은 흔적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착각한다. 낙관성만이 희망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분석적 사고의 생존율이 훨씬 높다. '모 아니면 도'식의 접근보다 유리한 방식이 있다면 그걸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현대의 정보와 기술은 굳이 극단적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아도 될만큼 발전돼 있다. 


과도한 낙관주의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 다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가설들을 검토함으로써 줄일 수는 있다. "괜찮아, 잘될거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현재 닥친 위기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리스크를 분석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은 객관적 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가설을 세워 최상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좋다.


현재를 모면하기 위한 그럴듯한 낙관은 이후에 벌어질 재앙과 같은 상황에서 리더 자신과 구성원들을 더 무력하게 만들 뿐이다. 위기상황에서 "괜찮아, 잘될거야"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어. 정신 똑바로 차리자"가 정답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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