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구글 내부 연구 Project Aristotle는 한 엔지니어 팀(일명 Team B)을 주시했다. 팀원들은 MIT, 스탠퍼드 출신으로 개별 실력은 최상위였지만, 신규 서비스 제안서는 반년째 백지 상태였다. 회의는 “그건 이미 시도했어” “리스크가 커” 같은 즉각적 반박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팀을 맡은 매트 사카구치(Matt Sakaguchi)는 설문을 돌려 보니 아이디어를 내면 평가받을까 두렵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집단지성에 있어 IQ보다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하다는 Project Aristotle의 통찰을 확인한 그는 팀원들을 외부로 불러 모아 먼저 자신의 4기 암 투병 사실을 털어놓았다. 낯선 침묵 뒤에 엔지니어들은 각자 가족, 불안, 실패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회의 톤이 180도 바뀌었다.
카네기멜런대학교의 애니타 울리(Anita Woolley) 등 연구진은, 팀의 집단 지성이 단순히 팀원들의 IQ 평균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팀원들의 '사회적 민감성'(서로의 감정과 반응을 잘 읽는 능력)과 '발언의 균등성'(누구 한 사람만 말하지 않고 모두가 고르게 의견을 나누는 정도)이 팀의 집단지성 수준을 좌우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c-factor’라고 불렀다. 뛰어난 팀이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뛰어난 머리보다,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관계의 뇌'가 더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팀원들의 사회적 민감성 평균이 표준편차 기준으로 +1 높아지면, 팀의 집단 지성, c-factor도 +0.33만큼 상승했다. 또, 팀 안에서 발언이 더 고르게 이루어지면(발언의 편차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팀이 해결하는 과제 수가 50%나 늘어난다. 반면, 팀원들의 IQ 평균을 +1 표준편차 올려도 집단 지능은 겨우 +0.11만 올라가는 데 그쳤다(Woolley, A. W., Chabris, C. F., Pentland, A., Hashmi, N., & Malone, T. W. (2010). Evidence for a collective intelligence factor in the performance of human groups. science, 330(6004), 686-688.).
미시간대학교 제인 더튼(Jane Dutton) 연구진은 팀의 관계의 질을 High-Quality Interpersonal Relationships(HQIRs)라는 척도에서 다섯 개의 ‘능력’과 ‘경험’으로 구분해 설명한다(Carmeli, A., Brueller, D., & Dutton, J. E. (2009). Learning behaviours in the workplace: The role of high‐quality interpersonal relationships and psychological safety. Systems Research and Behavioral Science: The Official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for Systems Research, 26(1), 81-98.).
- 관계 능력: 감정, 갈등, 새로운 지식을 학습 자원으로 전환해 충격 완화 기능
① 감정 수용 역량 – 긍·부정 감정 모두 안전하게 표현하고 흡수
② 관계 탄성 – 갈등·압박에도 꺾이지 않고 회복
③ 개방적 연결성 – 소수 의견에도 열려 있음
- 관계 경험: 정서적 에너지와 신뢰를 통해 관계 능력이 만든 구조를 실제로 가동
④ 긍정적 존중 – '나는 이 팀에서 가치 있다'는 소속감과 자부심
⑤ 상호성 – '우리는 서로를 위해 움직인다'는 공동체 의식
감정 수용 × 긍정적 존중 → 심리적 안전감
- 불편한 진실도 테이블 위에 오르며 정보 깊이·사회적 민감성 상승.
관계 탄성 × 상호성 → 실패 성찰 → 빠른 회복탄력성
- 실패를 개인의 경험이 아닌 공동 자산으로 처리해 학습 속도 상승.
개방적 연결성 × 긍정적 존중과 상호성 → 발언 균등성 & 정보 다양성 동시 확보
- 울리 등의 집단지성 연구에서 c-factor의 두 핵심 변수
2024년 중국 66개 팀, 306명을 추적한 연구는 HQIR 능력과 경험 요인이 팀 학습 행동을 통해 팀 창의성을 끌어올림을 확인했다(Liu, M., Zhao, R., & Yu, X. (2024). The impact of high-quality interpersonal relationships on team creativity: No person is an island. Journal of Personnel Psychology.). 특히 목표가 또렷할 때 이 선순환이 더욱 강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스타트업 기업은 HQIRs 다섯 톱니를 동시에 돌렸다.
- 2-Minute 감정 체크-인 – 회의 전 이모티콘+한 문장으로 기분 공유: 감정 수용과 긍정적 존중을 통해 심리적 안전감 향상과 발언 장벽 낮춤
- 1-3-All 토론법 – 개인→3인→전체 순 발언 구조화: 개방적 연결성과 상호성을 통해 발언 균등성을 확보하고 정보 다양성을 높임
- Failure-Card Wall – 작은 실수와 배움을 카드로 붙여 공개: 관계 탄성과 상호성을 통해 실패를 공유해 학습 루프 가속
실제 이 조직은 3주 만에 투자 설명회에서 새 위성 모듈 아이디어를 통과시켰다. 높은 IQ가 아니라 관계 IQ가 팀을 구한 셈이다.
감정 수용 역량(Emotional Carrying Capacity): 리더가 취약한 감정을 공개해 불편한 감정도 안전하게 표출해 비판보다는 공감이라는 규범 형성
관계 탄성(Tensility): 개인 실패담을 공유해 갈등과압박을 학습 자원으로 재해석해 회복 탄력적 성찰 확산
개방적 연결성(Connectivity): 질문과 미친 아이디어 환영 스티커를 도입해 소수 의견 수용력 향상
긍정적 존중(Positive Regard): 동료가 발표하면 나머지가 ‘+1 칭찬’부터하기를 통해 존중 체감도를 높이고 긍정 감정에 기반해 접근 동기 자극
상호성(Mutuality): “나는 ___을 돕겠다”로 회의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 강화
그 결과 3개월 후 Team B는 파일럿 기능 2건을 런칭했고, 코드 품질 지표 velocity가 40 % 상승했다는 구글 내부 리포트가 뒤따랐다. 연구진은 지적 능력이 아니라 관계적 질이 집단지능(c-factor)을 점화한다는 결론을 남겼다(https://iremdenver.starchapter.com/images/downloads/Documents/project_aristotle_comprehensive.pdf?utm_source=chatgpt.com).
HQIRs가 궁금하다면 아래 문항으로 테스트해 보자. High-Quality Interpersonal Relationships(HQIRs) 20개 문항을 번역했다. 모두 5점 Likert(1 = 전혀 그렇지 않다 ~ 5 =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5개 하위 차원(관계 “역량” 3 + “정서적 경험” 2)을 측정한다.
1. Emotional Carrying Capacity(감정 수용 역량, 5문항)
1. 내 동료들과 나는 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2. 우리 팀은 직장에서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3. 누군가 불쾌한 감정을 표현할 때 팀원들은 항상 건설적인 방식으로 한다.
4. 다른 동료에게 화가 나더라도, 팀원들은 동료들이 서로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믿는다.
5. 나는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고 답답함을 표현할 수 있다.
2. Tensility(관계 탄성, 4문항)
1. 우리 팀은 직장에서 겪는 갈등을 잘 해결한다.
2. 우리 팀은 직장에서의 긴장을 잘 다룬다.
3. 우리 팀은 업무 압박을 잘 견뎌낸다.
4. 우리 팀은 스트레스가 큰 시기에도 항상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낸다.
3. Connectivity (개방적 연결성, 4문항)
1. 우리 팀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꺼이 경청한다.
2. 우리 팀원들은 신입사원, 고객 등 비전통적 출처라도 다양한 아이디어에 개방적이다.
3. 우리 팀원들은 시스템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회에 주의를 기울인다.
4. 우리 팀원들은 서로 다른 사람을 수용할 줄 안다.
4. Positive Regard(긍정적 존중 경험, 3문항)
1. 나는 동료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느낀다.
2. 나는 나와 동료들이 의미 있는 관계를 발전시키려 노력한다고 느낀다.
3. 나는 동료들이 나를 이해한다고 느낀다.
5. Mutuality(상호성 경험, 4문항)
1. 나와 동료들과의 관계는 상호 의존성에 기반한다.
2. 우리는 업무를 하면서 서로에게 헌신한다.
3. 동료들과 나 사이에 공감이 있다.
4. 우리는 서로를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한다고 느낀다.
이 연구의 핵심 결론은, 똑똑한 개인만으로는 집단 지성과 집단 창의성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애니타 울리 등의 집단지성 연구나 구글의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Project Aristotle)’와도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울리의 연구가 집단 지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 개인의 지능이 아니라 정서적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 이번 연구는 그러한 정서적 요인들을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검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