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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완벽한 피드백으로부터 배우지 못할까?

by 박진우
정확한, 즉각적, 지속적, 공개된 피드백에도 왜 사람들은 배우지 못할까?


체스 경기는 피드백 연구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 결과는 숫자로 측정된다.

- 매 경기의 기록이 공개된다.

- 실력 차이가 그대로 수치화된다.

- 경기 데이터를 자신이 직접 볼 수 있다.

- 본인의 성장 과정을 누구보다 선수 스스로가 정확히 안다.


이 정도 피드백이면 효과성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피드백 과정을 통해 인간의 과신(overconfidence)은 자연스럽게 교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Psychological Science의 연구 결과는 정확히 반대였다.


2개의 대규모 연구가 보여준 진실: 과신은 고착되고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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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eck, P. R., Benjamin, D. J., Simons, D. J., & Chabris, C. F. (2025). Overconfidence persists despite years of accurate, precise, public, and continuous feedback: Two studies of tournament chess players. Psychological Science, 36(9), 732-745.



Study 1: 미국 체스 연맹(USCF) 대규모 데이터 분석


수천 명의 플레이어의 실제 레이팅과 자기평가를 비교한 결과.

-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50~100점 더 높게 추정

- 10년 이상 피드백을 받아온 베테랑도 똑같은 패턴

- 체계적이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어도 과신은 거의 줄지 않음

결론: 충분한 피드백이 정확한 자기 인식을 이끈다는 직관은 사실이 아니다.


Study 2: 선수 대상 실험


선수들에게 자신의 실력뿐 아니라 향후 성장 속도까지 예측하게 했다. 결과는 더 흥미롭다.

- 대부분의 선수는 현재 실력과 성장 속도 모두 과대평가

- 실력이 선수일수록 과신이 심하지만 강한 선수도 예외 아님 (단지 정도가 낮을 뿐)

- 반복적 피드백 경험이 있어도 과신은 그대로 유지

연구진은 이 현상을 피드백 불감증(feedback-resistant)이라고 표현한다.


왜 과신은 사라지지 않을까?


1) 피드백이 아무리 정확해도 해석이 왜곡된다


인간은 부정적 피드백을 "상대 스타일이 나와 안 맞았어”,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지”와 같이 실력보다는 상황 탓으로 바꾸는 데 놀라울 만큼 능숙하다. 데이터는 정확해도 인지적 해석 체계가 편향되어 있다.


2) 자기개념 보호 및 자기 고양(self-enhancement) 동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을 낮게 보는 방식을 견디지 못한다. 자기평가는 성취 동기와 자존감의 중심이다. 그래서 사람은 실제보다 5~15% 더 잘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하려 한다. 과신은 단순 오류가 아니라 동기 유지 전략이다.


3) 메타인지 한계 때문이다.


저성과자일수록 자신의 부족을 볼 능력이 부족하다. Dunning–Kruger 효과가 그대로 드러난다. 능력이 낮으면 오류 탐지 능력도 낮아 피드백이 들어와도 인지적 업데이트가 일어나지 않는다. 즉, 과신은 메타인지 결함(meta-cognitive deficit)의 결과다.


과신이 지속되는 심리 메커니즘


① 피드백 해석의 선택적 왜곡

이겼을 때: “내 실력이 좋아서

졌을 때: “컨디션 안 좋아서 / 상대 스타일 때문”

결국, 피드백은 정확하지만 해석이 부정확하다.

② 자기개념 보호(self-concept maintenance)

실력이 객관적으로 낮다는 정보는 자존감 손상 위험 신호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과신을 유지한다.


③ 과신을 유지하는 것은 동기적 보상

‘나는 생각보다 조금 더 잘한다’는 믿음은 도전을 지속하고 포기하는 것을 방지해 성취지향성을 유지토록 한다. 즉, 약간의 착각은 동기부여의 수단이다.


④ 메타인지의 한계

실력이 부족한 선수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피드백이 제공돼도 배우지 못한다.


결국, 피드백을 아무리 잘 줘도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


1. 정교한 평가 시스템이 과신을 교정하지는 않는다

성과 평가 리뷰, KPI, OKR, 역량 평가… 아무리 피드백이 많아도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착각’은 유지된다. 결국 문제는 피드백의 양이 아니라, 피드백을 처리하는 심리 메커니즘에 있다.


2. 낮은 실력 + 높은 확신 = 조직 리스크

낮은 실력에 과잉 확신은 과도한 자신감에 기반한 행동으로 팀 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


3. 목표는 ‘과신 제거’가 아니라 ‘과신 관리’다

과신은 인간의 기본값이기 때문에 제거하려고 하면 실패한다. 대신 과신을 관리해야 한다. 즉, 피드백이 아니라 ‘피드백을 읽는 사고 습관’을 바꿔야 개선이 일어난다.


피드백을 받는다고 사람이 배운다는 믿음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체스 선수처럼, 수천 번의 정확한 피드백을 받고도 자신을 정확히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피드백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그 피드백을 어떻게 해석하게 만들 것인가?” 이것이 성과를 바꾸는 진짜 질문이다.









<부록>

해석 편향을 줄이는 메타인지 훈련

1) Prediction → Outcome 비교 훈련(Prediction–Outcome Reflection)


사람들은 결과를 보고도 예측이 왜 틀렸는지를 자동으로 탐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예측 → 결과 → 오차 원인 분석>이라는 구조적 루프를 만들어줘야 한다.


업무 시작 전, '이 작업이 3일 걸릴 것 같다'와 같은 예측 로그 작성하고, 결과가 나오면 예측과의 차이를 분석해 과신/과소신의 원인을 분석해 다음 예측에서 반영한다. 이는 전 세계 퀀트 트레이딩, 의료 진단, 체스 그랜드마스터 훈련에서 사용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2) “사실–해석–감정” 분리 훈련(Fact–Interpretation–Feeling Triplet)


피드백이 ‘정체성 공격’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사실과 해석, 감정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를 분리만 해도 해석 편향이 30~40% 감소한다.


피드백이나 결과 리뷰 때 다음 3가지를 명시한다.

- Fact(사실): 실제 일어난 것

- Interpretation(해석): 내가 의미 부여한 것

- Feeling(감정): 그때 들었던 감정

예를 들면,

- 사실: “기획안 핵심메시지가 없었다.”

- 해석: “팀이 나를 무능하게 봤을 것이다.

- 감정: “당황했다.”

이 과정은 해석과 감정을 사실과 분리해 문제를 객관화하고 과신이나 과소신을 줄인다.


3) Error Diary: ‘내가 틀린 판단’ 기록하기


사람들은 자신이 틀린 순간을 쉽게 잊는다. 그러나 ‘틀림’을 기록하면 자기 신뢰와 실제 능력의 간극이 눈에 보인다. 매주 ‘내가 틀린 판단 3가지’ 기록하고 틀린 이유를 세 가지(정보 부족, 해석 오류, 성급한 결론)로 분류한다. 이를 반복하면, 과신을 만든 ‘해석 습관’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며 방어적 태도 감소하고 학습 속도가 증가한다.


4) Counterfactual Thinking Protocol(반사실적 사고 기반 피드백 재해석)


사람은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자기합리화 때문에 과신이 유지된다. 반사실적 사고(“다르게 했다면?”)를 강제하면 이러한 해석 편향이 약해진다. 따라서, 피드백 회고 시 다음 질문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다른 해석 가능성은 무엇인가?", “이 상황에서 더 낮은 자신감으로 판단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묻는다. 이를 통해, 자기 중심적 해석이 축소되고, 과신의 핵심 구조(자기고양 편향)를 직접 약화시킬 수 있다.


5) Explicit Uncertainty Statement(불확실성 명시 훈련)


인간은 판단할 때 ‘확신의 강도’를 자동으로 과대 평가한다. 결정 전에 나의 불확실성 수준을 수치화하면 과신이 줄어든다. 업무 시작 전에 이번 판단에 확신 수준(예: 70%)과 불확실성이 큰 이유 3가지를 기록한다. 불확실성을 떠올리는 것으로 확신의 강도가 줄어들고 ‘확신 중독(Conviction Overconfidence)’의 위험이 감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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