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 패키지 협상
해외에서의 생활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가는 것은 혼자 또는 학생으로 있을 때와는 달리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해외 취업 시 비자(visa)나 노동허가(work permit)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이 필수적이지만, 일단 이 부분은 완료되었다 보고 연봉 협상, 주거지, 은행 계좌, 교육 등 홍콩 정착을 위해 신경 써서 체크해야 할 사항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기본 연봉(Base Salary) 확인
국내에서의 이직 시 평균 연봉인상률이 10-15%이라고 하지만, 해외 이직의 경우 단순히 연봉 인상률만 보고 결정을 내리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국가별 세율, 물가, 생활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급이 낮을수록 (놀랍게도) 홍콩의 초봉은 낮은 편이지만, 승진하면서 연봉 인상폭은 큰 편이다.
희망 연봉을 물어본다면 글래스도어 같은 사이트를 통해서 대략적인 범위를 참고해 볼 수 있다.
세율 비교: 동일한 연봉이라도 한국과 홍콩 실수령액은 큰 차이가 난다. 예컨대 연봉이 1억(gross)이라면 홍콩과 한국 실수령액(net) 차이는 약 30% 에 이르기도 한다.
물가 차이: 한국의 물가 순위는 24위인 반면, 홍콩은 8위로 특히 주거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패키지 협상 (Package Negotiation)의 중요성
기본 연봉이 협상의 출발점이지만, 회사마다 연봉 테이블이 있어 직급(band)이 정해지면 협상 여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기본 연봉 외에도 다양한 패키지 혜택을 협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리로케이션 패키지 Relocation Package -
홍콩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면서야 왜 다들 주재원 주재원~ 하는 줄 실감하게 됐다.
주재원 패키지에는 주거비, 교육비, 주재 수당 등이 포함되며, 홍콩처럼 주거비와 교육비가 비싼 나라에서는 이러한 혜택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주거비와 교육비가 전액 지원돼서 주재원 수당을 생활비로 쓰고 국내 연봉은 그대로 재테크하는 분 이야기도 들었다.
아쉽게도 예전만큼 주재원(expat package)이 많지도 않거니와 요즘은 현지 채용(local hire)이 대부분이다. 다만, 진정한(?) 현지 채용과는 달리 해외에서 이주하는 경우에는 협상의 여지가 있으니 아래 내용을 참고해서 필요한 지원을 협상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항공권 지원: 가족 이주 항공권과 추가 수화물 지원 (단, 가족이 없는 지인은 가족도 없고 짐도 적다는 걸 어필해서 연간 2회 한국 왕복 항공권을 제공받기도 했다)
이사 비용: 해상 또는 항공 운송 비용 및 주거지 찾기 전까지 창고 보관 비용 (공간이 넓지 않으니 다 들고 오면 버리는 것도 일이다)
임시 거주지: 최소 30-60일 간 서비스 아파트나 레지던스 등 제공
정착 지원금(Settlement Fee): 초기 정착 비용으로, 큰 가구나 가전 용으로 사용 (단, 웬만한 주거지에는 냉장고, TV 등은 있으니 주거지 구한 후 사용하는 게 좋다). 이 또한 사인 보너스처럼 일정 기간 근무하는 조건이 있기도 하다.
소프트랜딩 에이전트 서비스: 은행 계좌 개설, 핸드폰/인터넷 개통, 부동산 계약, 학교 등록 등 초기 정착 업무 지원
사인 보너스 Signing Bonus -
일회성 보너스로, 수습기간 이후 일정 기간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을 수 있다. 만약 퇴사 시에는 환급 조건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세부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주거비 지원 Housing Allowance -
해외 취업이라면 협상에 따라서 종종 지원하기도 한다. 주거비와 자녀 교육비가 가장 큰 지출 요소이므로,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고 협상해 보는 게 좋다. 전액 지원은 어렵더라도 일정 고정 금액이나 상한선 내에서 %로 지원하기도 한다.
교육비 지원 Tuition Allowance -
국제 학교 학비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교육비 지원 여부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국내 기업은 차등은 있더라도 대부분 자녀 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것으로 아는데 해외 기업은 의외로 이런 복지 혜택이 없다. 하지만 지인 한 분은 회사와 협상을 잘해서 회사 최초로 일정 고정 금액을 지원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로 이런 케이스는 못 봤지만 가능하다는 거니깐...)
의료 보험 Health Insurance -
해외에 살면 느끼겠지만 한국 의료보험은 정말 세계 최고인 것 같다. 반면 홍콩에서는 기업이 의료보험을 제공할 의무가 없으므로, 회사가 해주지 않는다면 가족 모두를 포함한 의료보험을 챙겨두어야 한다.
집으로 이사 들어간 날, 아이가 콧물이 나서 칭얼대서 GP(general practitioner, 일반의)를 찾아갔는데 간단한 코감기 시럽 3일 치 처방받고 HKD 500 (85,000원)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인센티브/보너스 Incentive/Bonus - 인센티브 역시 직급(band) 별로 가이드가 있어 협상의 여지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영업직이라면 협상이 가능할 수 있다.
이 외에 스톡옵션이나 RSU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등 추가 혜택이 있는지 확인하고 협상해 본다.
연금 Pension -
홍콩은 MPF (Mandatory Provident Fund)와 ORSO (Occupational Retirement Schemes Ordinance) 중 선택이 가능하다.
홍콩에서 오래 근무하거나 65세 이후 연금을 받을 생각이면 MPF, 싱글이거나 잠깐만 일하고 홍콩을 뜰 생각이 있는 사람은 ORSO를 많이 하는 편이다.
MPF - 회사와 근로자가 각각 월 급여 5%씩 공여, 단 최대한도는 각각 HKD 1,500 (월 총합 HKD 3,000)
ORSO - 기업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회사만 공여
나는 (1) MPF는 HSBC 은행과 연계되고 (은행 앱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2)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 변경할 수 있으며, (3) 홍콩달러(HKD)가 미화(USD)에 연동되기에 달러 보유하는 차원에서 MPF를 선택했다.
이 연금은 "홍콩을 영구적으로 떠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에 1회에 한해 해지가 가능하다. 따라서 다시 일을 하러 홍콩으로 오게 된다면 그전에 재가입은 불가하고, 이때 새로 한 연금은 해지가 불가하다.
예컨대, ORSO를 해지했다면 그다음엔 무조건 MPF, MPF를 해지했다면 그다음은 ORSO를 해야 하며, 이 때는 영구적으로 홍콩을 떠난다 해도 해지가 안된다.
내 경우라면 나중에 MPF를 해지한다면, 이후에 다시 홍콩에서 일할 일이 있다면 선택의 여지없이 ORSO를 해야 하고, 이 ORSO는 해지할 수 없다. 뭐, 홍콩에서 연금 탈 일이 없을 것 같기에 (해지를 못한다면) 그나마 회사만 공여하는 (= 내 돈 안 들어가는) ORSO 낫겠다 싶었다.
MPF 해지는 HSBC 지점에 증빙자료 제출 후 계좌 내 자금을 일시불로 인출 가능하고, ORSO는 고용계약서 명시된 조건에 따라서 일시불로 인출하거나 확정 조건에서 유지 가능하다.
홍콩은 퇴직금(severance pay)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국내처럼 퇴사할 때 근속연수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급되기보다는 고용주가 해고하는 경우에만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패키지 협상이 잘 끝났다면 절반 이상은 온 거다.
이 밖에도 복리후생으로 사내 동호회, 휴가, Summer Fridays (여름 6월-9월 첫 주 금요일까지는 오전 근무 또는 근무 단축을 하는 제도), 연말 사무실 폐쇄 (Holiday Office Closure) 등 비현금성 혜택도 있을 수 있으니 잘 살펴보도록 하자. 회사에 따라 점심시간에 팬트리(pantry)에서 요가 클래스, 쿠킹 클래스를 하기도 했고, 연차는 기본+협의 하에 30일까지 사용한 적도 있다.
(다음 편에 "초기 정착 가이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