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 버스에서 스타페리까지
작은 도시 홍콩이지만 교통수단은 정말 다양하다. 웬만한 도시에 다 있는 택시, 지하철 MTR과 버스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특히 버스는 구역별로, 사이즈별로, 색깔별로 차이가 있고, 이 중 하버를 건너는 스타페리나 홍콩섬 트램, 이층 버스는 관광객은 꼭 타보는 관광거리다. 경전철은 샤틴 등 신계 쪽에만 있고, 피크트램, 정크보트, 아쿠아루나(관광용 붉은 범선)는 교통수단이라 하긴 애매해서 여기선 쓰진 않았다.
이색적인 풍경의 주역, 홍콩의 이층 버스
런던과 더불어 홍콩의 상징적인 교통수단으로는 이층 버스 aka double decker 가 있다.
어느 한국인 관광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홍콩의 이층 버스는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이 버스 2층에 타서 홍콩인들을 깔아보기 위해 들여왔다는 설명을 했다는 걸 한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물론 터무니없는 소설이고 그 시절 영국인들이 승용차 두고 굳이 버스를 탔을 리가… 트램이 없던 시절 피크 올라갈 때 중국인들이 들던 가마를 타고 올라 다녔던 지배국 영국시민들이 버스를? 누군가 홍콩 판 로자 파크스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홍콩에서 이층 버스를 보면 이층이니 높기도 하지만 의외로 폭도 좁아서 “다들 와 이게 안 넘어지네 “ 싶은데, 매 해 한두 번쯤 이층 버스가 넘어졌다는 뉴스를 보곤 했다. 그렇다, 2층버스는 아주 가끔이지만 넘어지기도 한다. 주로 커브길이 많은 외곽 부근에서 사고가 나는 편이긴 하다.
이층 버스를 탄다면 종점이 아닌 경우 좀처럼 이층 맨 앞자리를 차지하기 힘들지만, 이층 맨 앞자리에 앉게 된다면 꼭 타임랩스로 비디오를 찍어 멋진 영상을 추억으로 남겨보자.
홍콩을 홍콩답게, 트램
홍콩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궤도 전차 트램은 1904년 처음 운행을 시작해서 무려 120년 역사를 가진 교통수단이다. 전차가 울리는 벨소리에서 이름을 따서 로컬에게는 ”딩딩'(叮叮)“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홍콩에서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성인 기준, 거리에 상관없이 3 홍콩달러(520원)다.
딩딩의 매력은 역시 천천히 이동하며 홍콩섬의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는 점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에어컨이 없는 딩딩이 아직도 많아서 진짜 더운 날은 더운 바람을 맞으며 홍콩섬을 횡단하게 된다.
또한 특별한 날을 위해 최대 30명을 태울 수 있는 파티 딩딩이 있는데, 크리스마스나 신년, 생일 등 트램을 전세 내어 홍콩시내를 가로지르며 신나는 음악과 함께 음식을 즐기며 파티를 할 수도 있다. 비용은 시간당 3,500 홍콩달러(60만 원) 정도인데 인당 따지만 2만 원 꼴이니 나쁘지 않은 이색 경험이다. 관광객이면 30명 어떻게 모아 싶지만 파티원들을 모으는 사이트도 있으니 한 번 경험해 볼 만하다.
빅토리아 하버를 한눈에, 스타페리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의 바닷길 '빅토리아 하버'에는 대형 크루즈부터 어선까지 수많은 배가 수시로 다니기 때문에 다리가 없고 해저터널만 있다. 그 해저터널들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빅토리아 하버를 넘는 사람들의 이동을 책임지던 게 바로 '스타페리'다.
홍콩에는 빅토리아 하버를 넘는 스타페리 이외에도 많은 섬들을 왕래하는 페리들도 있는데 센트럴 피어에는 '청차우'(長洲)나 '펭차우'(坪洲) 같은 섬으로 가는 페리도 자주 있으니 일정이 길다면 섬 투어를 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침사추이와 센트럴을 오가는 비용은 평일기준 4~5 홍콩달러(700~860원)로 저렴한 편이다. 비용은 윗 간판 Upper Deck 즉 2층이 조금 더 비싸지만 실수로 타지 않는 이상 굳이 2층에 타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홍콩의 지하철 MTR과 해저터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스타페리는 오랜 기간 동안 경영악화를 겪어서 없어진다는 말이 늘 나오지만 아직은 관광객들의 이용 덕분에 어찌어찌 유지되고 있다. 현재 총 12척의 페리가 운행 중이며 그중 오래된 페리는 1950년대에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홍콩의 상징, 빨간 택시
홍콩 하면 빨간 택시를 많이들 알고 있지만 사실 홍콩의 택시는 지역에 따라 세 가지 색으로 구분된다. 빨강(홍콩섬, 구룡), 초록(신계), 하늘색(란타우섬)이 그것이다.
홍콩의 택시는 운전자를 제외하고 4인승과 5인승이 있으며 차 앞뒤에 큼지막하게 표시되어 있으니 일행이 5명이라면 잘 확인하고 택시를 타야 한다.
문은 일본택시와 같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며, 가장 많이 보이는 모델은 홍콩택시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모델 도요타 크라운 택시인데 몇 년 전부터 도요타 콤포트 하이브리드라는 박스카 모델이 많아지고 있어 약간 아쉽기도 하다.
같은 빨간색 택시라고 해도 해저터널로 이어진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오가려 하지 않는 택시가 많아서 빅토리아 하버를 넘어간다는 의미 ‘Cross Harbour’라고 쓰인 정류장이 별도로 있는 경우도 있다.
정류장이 따로 없을 때 하버 터널을 건너는 택시를 잡으려면 기사님에게 한 손으로 “인어공주 웨이브(?)”를 보여줘도 된다. 어떻게 하는 건지는 아래 영상을 참고하자. 1998년 영화 <유리의 성>에서 구룡반도에 있던 옛 카이탁 공항에서 홍콩섬으로 넘어가려는 승객이 택시기사와 벌이는 무언의 흥정을 자막으로 표시해 봤다.
홍콩의 택시요금은 한국보다 더 비싸지만, 서울을 미니어처로 만들었다 생각하면 대충 비슷한 요금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완차이까지 41km를 밀리지 않고 갈 경우 톨비, 짐 두 개 가정하면 363.5 HKD (62,105원)이 나온다. 참고로 이 거리를 서울 택시로 가면 약 34,800원이 나온다. 다만, 위치상 인천공항에서 홍대(대략 완차이 위치라 두고)를 가면 약 6만 원 정도 예상되니 감 잡기가 편하다.
공항에서 택시를 탈 경우 택시 정류장에 가면 안내하는 사람이 어디 가냐 물어보고 종이 한 장을 뽑아주는데 바가지 쓰지 말라고 대략적인 예상요금을 뽑아주는 것이니 참고하도록 하자.
택시 이동비 말고 톨비는 별도고, 트렁크에 싣는 짐 한 개당 추가비용이 있으니 이것도 참고해서 괜히 바가지 썼다 생각하는 오해는 피하자.
홍콩의 마을버스, 초록지붕 미니버스
홍콩의 미니버스는 우리의 마을버스 포지셔닝이고 정식명칭은 공공소형버스(Public Light Buses)지만 다 미니버스라고 부른다.
미니버스는 지붕이 초록색인 것과 빨간색인 것 두 종류가 있는데 우선 버스 자체에 70km 속도제한이 걸려있다. 왜 속도제한이 있냐 하면 타보면 안다. 70km만으로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좌석이 다 차면 정차하지 않고 지나가니 출퇴근 시간은 몇 대 놓칠 각오를 해야 한다.
미니버스는 하차벨이 거의 없어서 기사님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수다.
초록버스를 탄다면 내려야 할 정거장이 다가오면 기사님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 광동어로 “니도~야우록~음꺼이“(여기 내려주세요) 정도로 해보자. 영어로 얘기하거나 손짓발짓해도 내릴 수 있지만 하차벨에 익숙한 우리는 때맞춰 기사님께 직접 말을 걸어 내리는 게 영 쉽지 않다.
그나마 이 초록 미니버스는 정류장이 있으니 어디서 내리는 줄 안다면 의사소통해서 내릴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 말은… 빨간색 버스는?
관광객에겐 미션임파서블 & 현지인이 애용하는 빨간 지붕 미니버스
빨간 지붕 미니버스가 앞에 소개한 초록지붕 미니버스와 다른 점은 정거장과 번호가 없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이미 이걸 더 이상 버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지만 일단 넘어가자.
이 버스는 번호가 없는 대신 버스 앞에 미니버스 특유의 유려한 경조체(?) 필체로 목적지가 쓰여있다. 이 필체와 표식은 너무나 유니크해서 마그넷이나 키링 같은 관광상품까지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게 목적지가 정해져 있고 가는 길이 정해져 있어서 그 경로 위기만 하면 가다가 아무 곳에서나 사람들이 내리고 탄다. 말 그대로 door-to-door 서비스가 가능한 데다가 심지어 미리 전화로 예약하면 자리도 맡아준다. 현지인 입장에서는 “내 기사처럼 편리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위에도 말했지만 미니버스는 입석이 불가해서 사람이 가득 차 있으면 탈 수 없다. 승객이 많은 정거장 다음에서 타는 사람은 아무리 버스가 와도 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화로 내가 어디쯤 탈 건데 자리를 맡아줘 하면 기사님이 자리를 맡아 놓고 운행한다는 게 엄청난 혜택이다.
홍콩 날씨에 한 시간 정도 꽉 찬 미니버스를 열대쯤 놓치면 평정심 수련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만, 관광객에게 굳이 이 더위에 지쳐 버리는 경험은 비추다.
요금은 내릴 때 현금으로 내면 거스름돈도 주니 눈치껏 내자.
단! 미리 준비 안 하면 광동어 욕도 배울 수 있다.
홍콩의 발, 지하철 MTR
홍콩의 지하철 MTR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겁나 빠른 에스컬레이터 속도로도 유명하다.
성격 급한 한국 사람에게 딱인 MTR의 에스컬레이터는 한국보다 약 1.5배에서 역에 따라 2배까지 빠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또한 MTR 중 초기에 건설된 라인들은 환승이 엄청나게 쉽고, 플랫폼에 내리면 바로 걷지 않고 반대편에서 탈 정도로 간단하다.
러시아워에 배차간격이 짧기로도 유명한데, 역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면 이 많은 사람이 언제 다 타나 싶지만, 열차가 거의 붙어있나 싶을 정도로 자주 도착해 금세 인파들이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요금은 5~30 홍콩달러(870~5,200원)까지 거리에 따라 다르며 주의할 점은 한국과 달리 3세 이상이면 요금을 내야 하며 11세까지 어린이 요금을, 65세 이상이면 경로우대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오래 있는다면 옥토퍼스 카드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나중에 보증금을 환급받는 게 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소셜에 진심이라면 독특한 배경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MTR 역의 이름 앞에서 추억을 남겨보는 것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