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주변은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수천 수만 번을 걷고 또 걸었던 집으로 가는 길, 그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 시간들. 역을 지나 구불구불 골목길, 언덕을 한참 오르면 창에 앉아 밖을 보고 있던 두부. 손을 흔들며 두부- 하고 부르면 나를 보던 그 납작한 얼굴이 떠오른다.
두부가 죽고 매일 한 병씩 마시던 와인을 반병으로 줄이고 맥주로 바꾸고 매일 마시지 않게 되기까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어제 꿈에 두부가 나왔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너무 얌전히 가만히 앉아있었다. 어떤 시간은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가만히 밤거리를 끝없이 걷거나 영원히 계속될 그림을 그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