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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Dec 31. 2022

2022년 12월 31일


외장하드를 열자 뒤죽박죽으로 담겨있는 두부 영상이 잔뜩 나왔다.

오래전 벽 귀퉁이 곰팡이가 슬어있던 작은 단칸방부터 그 집이 두부에게 너무 좁은 것 같아 이사했던, 넓은 것 이외에는 딱히 장점이 없던 체리 몰딩의 낡은 집까지.

그 모든 배경 속에 두부가 있다.

화질도 엉망인 데다 초점도 잘 맞지 않고 웃느라 잔뜩 흔들린, 그저 두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유도 없이 찍어둔 영상투성이였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아직 카메라로 찍었던 두부가 왔던 날의 영상을 재생해보았더니 침대에 앉아있는 두부도, 두부야 하고 부르는 내 목소리도 너무 앳되어 그만 또 울어버렸다.

언젠가는 닥치고야 말 미래 같은 건 마치 있지도 않다는 듯 들떠있는 그때의 나를, 모든 것을 잃고 황무지에 선 채로 미래를 보고 만 예언자 같은 눈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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