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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Jan 11. 2024

나는 언젠간 낚시를 할 운명이었다_1

어릴 적 소중한 추억.

어릴 적 낚시를 하러 갈 때, 겔로퍼 안 아빠 옆자리는 항상 내 차지였다. 창문은 반쯤 내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빠와 함께 가는 길은 얼마나 기대되고 설레던지. 아빠가 낚시를 하던 모습과 찰나의 장면들이 지금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은 걸 보면 정말 즐거웠던 것 같다.


아빠가 낚싯대를 펴면 나도 나름대로 엄청 바빴는데 컵으로 송사리를 잡고, 물장난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허기가 지기도 전에 배고플까 걱정되어 끓여준 아빠의 라면을 받아먹었다. 그러고 보니 아빠는 짐을 옮기는 것 하나 내게 시키신 적이 없던 것 같다.


돌을 던지고 놀았던 기억도 선명한다. 내가 던지면 그 자리에 방울을 일으키며 푹 잠수하던 돌이 아빠가 던지면 얼마나 통통 튀면서 멀리 가던지. 괜스레 돌 탓 같아 아빠 손에 있는 돌을 뺏어 던져 보기도 했다.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거의 민물낚시를 다녔던 터라 잡은 물고기를 먹지도 못했을 텐데 아빠가 물고기를 잡으면 내가 얼마나 방방 뛰며 기뻐했던지. 그 모습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똑같이 아빠의 낚시 동지가 되어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닐 텐데.


기술직인 아빠는 집에 들어올 때면 허리고 다리고 쑤시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다. 앓는 소리를 내기에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다. 힘든 걸 티 내지 않는 아빠인데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까지는 감출 수가 없나 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쬐끄마한 나를 데리고 낚시를 다니던 젊고 쑤신 데가 없는 아빠가 떠오른다. 아빠가 늙어가는 게 괜스레 내 탓 같아서 마음 한편이 찌르르 전기가 통하 듯 저려온다.


빨간 날인 토요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공장 문을 제일 먼저 여는 아빠가 존경스러우면서도 능력 없는 딸을 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아빠가 애지중지 키우던 그 딸은 아빠와의 추억이 너무 좋아 얼마 전부터 낚시에 취미를 들였는데. 그때부터 주말마다 실컷 낚시를 다니는데. 같이 놀러 가자며, 같이 낚시 가자며 손을 내미는 내 손을 선뜻 잡지 못하고 일을 하신다.


능력이 부족해 아직 해드릴 수 있는 게 얼마 없는데 아빠를 나이 들게 하는 시간이 야속하다. 일을 손에서 놓으실 수 있게 용돈도 부족함 없이 드리고 싶은데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다. 그러면서도 철이 덜 든 나는 내가 꾸린 가족들과 낚시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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