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말로, 독서 육아]-책정리 효과와 성과

8. 책 정리정돈 효과와 성과 경험

by book diary jenny




16. 큰아들의 책 정리정돈 효과 및 성과 경험


자기 책을 자기가 정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래야 투덜대는 불만이 없고 자기 관심거리에 대한 책임감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괜히 엄마가 먼지라도 치워주겠다는 마음으로 손을 대게 되면 그때부터는 아이가 별것 아닌 것에도 괜스레 투덜거린다.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둬야 뒤탈이 없는 법이다. 이건 7살짜리 동생도 같다.


홈스쿨링을 하기 전 하영이가 학교에 다니던 그 당시, 학교에서는 해마다 ‘독서 골든벨’이라는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유사한 행사를 개최했다.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누어서 시행했는데, 학년 당 다섯 권 정도의 두꺼운 책을 학교에서 미리 정해준다. 그 책들의 아주 세밀한 부분을 모두 기억해야 문제를 풀 수 있을 만큼의 완벽한 암기를 요구하는 대회였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와는 취지가 전혀 부합하지 않은 대회여서 큰 관심은 없었고 오히려 그런 대회에 대한 반대의 마음이 컸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유치원을 다니지 않아서 그런 행사 자체를 경험해보지 못한 하영이는 호기심과 관심이 많았다.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했던 것도 같고, 상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엄마, 진짜 재밌겠어요. 잘해서 일등을 하면 선물도 주고 학교 알리미 신문에도 나온대요.”


나가고 싶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어서 학교에서 선정해 준 책들을 빌렸다. 그 책들의 내용을 익히는 하영이에게 짬짬이 미니 퀴즈를 내주며 옆에서 지켜봐 주었다. 상을 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인지, 운이 좋아서인지, 어쨌든 하영이는 2년 동안 연속 두 번 모두 독서 행사에서 일등을 했다. 기분이 좋은 건 당연했지만, 여전히 그 대회의 목적과 의미에는 공감하지 못했고 그런 형태의 대회에 대한 찝찝함을 안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은 했지만, 과제로 나온 두꺼운 책들에 하영이가 몰입을 했기에 좋은 성과를 이룬 건 사실이다. 그 대회의 특징이 책의 내용을 A에서 Z까지 달달 외우다시피 해야 답을 적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1등을 할 필요는 없지만, 1등을 하려면 어쨌든 집중과 몰입이 필요했던 암기 중심의 대회였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니 어떻게 하영이가 다른 친구들보다 책의 내용을 쉽게 익힐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나름의 분석에 의하면, 하영이는 자기만의 방식을 사용해 체계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이 내용은 이 부분에 정리해두고, 저 내용은 저쪽으로 밀쳐 두는 등, 마구잡이로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구획을 만들어서 정리정돈을 하며 기억하던 것이다.


집으로 비유를 해보자면 거실에는 이 물건들을 구비해 두고, 주방에는 저 물건들을 정리해 두는 식으로 뭉뚱그려 큼직하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커다란 장소를 더욱더 세밀하게 부분들로 쪼개고 나누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리를 했다. 예를 들면, 베란다 끝부분에는 철 지난 가전제품을 정리해 두고, 중간의 윗부분에는 필요하지만 덩치가 큰 물건들을 구비해두고, 아랫부분에는 급하진 않지만 쓰임새가 있는 것들을 비치한다. 그리고 베란다의 잘 보이는 쪽은 주방에는 두지 않더라도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을 두는 식이다.


베란다라는 큰 공간을 한 공간으로 뭉뚱그려 사용하는 게 아니다. 베란다 전체에 물건을 마구 쌓아두는 게 아니라, 이곳저곳을 아주 세밀하게 구획을 나누어 자리 배치를 한 후, 필요한 물건들을 방향에 맞춰 바로 쏙쏙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를 하듯 그렇게 책 내용을 습득해 나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치 책장 가득한 책들을 필요할 때마다 바로 손쉽게 뽑아서 사용할 수 있듯이 말이다. 우리 뇌가 구획이 나누어져 활용되는 부분이 각각 다르듯이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이든 책이든 쪼개고 나누어 자기만의 정리정돈이 되어야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을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9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