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앞에도 있다. 주문 시작과 동시에 내가 뭘 먹고, 뭘 안 먹을지, 뭘 넣고, 뭘 뺄지에 대해 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그곳이 사실 예전에는 싫었다. 귀찮아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면 잘 고르지 않았을 호밀빵을 괜히 건강을 생각해서 고르게 되고, 그냥 넣어줬으면 다 먹었을 채소를 취사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게 마음에 들었다. 패스트푸드를 먹지만 나름 몸에 좋은 것을 골라 먹고 있다는 일종의 보상 심리가 작용했다. 다만, 그곳엔 없는 게 있다. 코카콜라.
개인적으론 팹시에 대한 감정은 없다. 단지, 코카콜라가 없고 팹시만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선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곳은 왜 코카콜라 대신 펩시를 선택했을까? 워렌버핏이 평생 함께할 주식으로 좋아하는 코카콜라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도 코카콜라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평소에 적어뒀던 몇가지 이유를 풀어본다.
세계에서 애플, 나이키와 함께 브랜드 파워 1위를 다투는 상품이 있다. 코카콜라. 하루에 몇병이 팔린다는 코카콜라를 둘러싼 다양한 연구와 심리학이 있다. 사람들이 그만큼 관심을 가진다는 얘기이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코카콜라를 인용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물론 좋은 설득 소재가 된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이겼던 펩시... 왜?
코카콜라의 소비는 단지 맛이 전부가 아니다. 심리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례이다. 상표를 보고 이미 뇌가 먼저 반응을 한다는 주장인데, 주로 블라인드 테스트가 이용된다. 코카콜라에 가려 만년 2위에 머무르고 있는 펩시와 코카콜라의 블라인드 대결에서는 누가 승자일까? 눈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의외로 펩시의 맛이 낫다고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한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순수한 맛을 구별하기 위해 미각이 먼저 움직이지만 눈으로 상표를 보고 맛을 구별할 때는 기억을 관장하는 뇌가 먼저 움직이거나 적어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이다. 결국 시각과 미각의 대결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펩시 따라 단맛 도입했던 코카콜라... 왜?
과거 뉴코크(New-Coke)의 개발과 관련된 또다른 사례이다. 타임즈가 마케팅 역사상 10년에 한번 나올법한 대실수라고 의문을 제기했던 코카콜라의 실수는 펩시의 단맛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1985년 뉴 코크 출시 포스터 (출처 : 한국코카콜라 홈페이지)
1985년 코카콜라는 거의 100년을 지켜온 레시피를 바꾼다. 코카콜라의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버리고 단맛을 가미한 뉴코크가 출시됐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뉴코크를 선호한 경우가 절반 내외로 나왔다. 뉴코크 라벨을 보여줬을 때는 더 선호하기도 했다. 새로운 것은 희소한 것이었다. 결국 맛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실제 뉴코크가 출시되자 대중은 옛 것을 선호했다.
당시 소비자로부터 받았던 실제 편지 (출처 : 한국코카콜라 홈페이지)
뉴코크 출시 100일도 안돼 코카콜라는 손을 든다. 코카콜라 클래식은 다시 돌아왔다. 코카콜라는 스타일이었고, 유행이 아니었으며, 'THE REAL THING'였다.
익숙한 것에 대한 애착과 옛것을 더 선호하는 이같은 현상을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희소성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구하기 힘든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이다. 한정판에 소비자들이 왜 열광하는지 이해가 된다.
*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 로버트 치알디니, 2002)
사회 심리학 분야 교수인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설득의 심리학’ 3부작을 통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칙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와 실험실이 위험한 이유... 왜?
실험실의 착각이자 오류로 이른바 ‘블라인드 테스트’ 오류라는 것이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소비 행위와 실제 코카콜라는 마시는 환경이 다르다는 것인데 꽤 일리가 있다. 보통 시음회를 하면 사람들은 천천히 한모금을 마시고 맛의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 조용히 자세히 음미한다. 한 모금 테스트(sip test)인데 사람들은 적은 맛의 차이를 구별하고 이 경우 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것은 중심가 테스트라는 CLT(Central Location Test)이다. 보통 길에서 시음회를 하게되면 사람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한모금 맛보고 바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실생활은 전혀 다르다. 집에서 소파에 기대 피자, 치킨과 즐기기도 한다. 뜨거운 여름이나 갈증이 날 경우 야외에서 벌컥벌컥 마시는 경우도 많다. 다양한 음식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찾게되는 경우도 있다.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를 생각해보라. 평소에 탄산음료를 잘 마시지 않던 사람들도 콜라 한잔 생각날 때가 있다. 벌컥벌컥 마실 때 사람들이 선호하는 단맛과 청량감은 시음회와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실험과 실제 환경의 차이를 잘 지적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말과 글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혼잣말이나 일기는 여러 사람 사이에서 대화나 강연, 연설과 다르다. 환경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고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 한번의 연습이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더불어,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널리 알려진 사람들의 말, 권위있는 집단의 주장이라고 해서 항상 내 경우에 맞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글을 쓸 때 그대로 인용하고 내 주장을 펼친다면 공격을 당하거나 외면을 당하기 쉽다. 상대방은 막연하게 그럴듯하다고 내게 완전히 넘어오지 않는다. 전문가나 권위있는 집단의 의견이나 우리 주변의 일상 공간과 다른 곳에서의 실시한 연구는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코카콜라 사례를 통해 배우고 또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에필로그.
그래도 난 코카콜라 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코카콜라 만큼의 '쨍한' 청량감은 없고, 강한 '단맛'도 싫지만, 느끼한 패스트푸드를 먹고난 뒤 다른 음료를 선택했을 때의 기회 비용과 콜라 한모금이 가져다줄 한계 효용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