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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네 Jul 04. 2022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 음영

올가 그레벤니크, <전쟁 일가>

c. yses24





  전쟁이란 이런 것이구나. 격럴하게 모든 것을 파괴하는 동시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숨통을 옥죄고 찢어버리는 것. 전쟁에 관한 거시사는 많이 읽어보았는데 어째서인지 미시사는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전쟁에서 민간인은 어떻게 학살당하고 집을 잃고 도망다녀야 하는지. 그 공포는 어떤 것이며 크기는 얼마한지. 그것을 들여다볼 엄두를 하지 못했다. 그것을 반성한다.


c. 연합뉴스


  올가 그레벤니크는 원래 평범한 그림책 작가였으나, 전쟁의 공포를 달래기 위해 그림 수기를 그리기 시작한다. 색채로 가득했던 그의 그림책에서 색채가 빠지가 연필 드로잉만이 남은 것을 보며 그 공포와 건조함, 흑백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색채가 빠지고 음영만이 남은 세상. 이때의 음영은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그림자 효과로 나타난다. “뉴스가 전하지 못하는 전쟁의 진실이 이 작은 책에 모두 담겼다”는 김하나 작가의 추천사는 그런 의미에서 적합하다. 전쟁의 공포를 체험한 자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었기에 고통스러웠고, 그 고통을 돕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부디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우크라이나 금융 계정에 후원하고 그들에게 구호물품을 보낼 방법을 찾는 것뿐이라는 게 고통스럽다. 온 마음을 다해 전쟁이 끝나고 전쟁 범죄자들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작가가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고, 가족들을 만나 다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의 그림에 다시 색깔이 돌아오기를 바란다.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음영이 아닌, 부드러운 그림자로 우리 삶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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