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많은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해 준다.
어른이 빨리 되기를 바라던 어린 시절에는 더디 가는 시간을 원망했었고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제대를 며칠 앞둔 시간은 완전히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지겨움의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던 때에는 설렘의 감정이 들던 시간이었고 소중한 자식의 탄생을 기다리던 때에는 긴장감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때로는 단 1분도 기다리지 못하고 시간에 늦는 사람과는 교류를 끊을 정도로 여유 없이 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다림의 끝은 만남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는 일도 시간에 따라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오픈 후 1시간 정도는 대박을 꿈꾸며 흥겨운 마음이 유지되지만 2시간이 넘으면 슬슬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오늘은 맥주 한잔 하기 딱 좋은 날씨인데 왜 이리 다니는 사람이 없지…’
‘이러다 오늘 개시도 못하는 것 아닌가’
‘오늘은 최저 매출 기록 당첨이네’
불안감으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들 즈음엔 항상 동종업계의 대학 선배님으로부터 카톡이 온다.
”대박집 사장님. 오늘은 어떠신가? “
”대박은 개뿔 개뿔. 아직 노개시인데요. 흐흐흐. “
”나도 개점 3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노개시다. 아르바이트생이 두 명인데 인건비도 못 건지겠다. 휴…“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상가에 다니는 사람이 없네요. 휴…“
깊은 한숨을 쉬는 이모티콘과 함께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불안한 마음을 숨기려 티브를 응시하지만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활력이 넘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어서 오세요. 편안한 자리로 앉으세요.”
주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은 설렘으로 바뀌고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만드는 시간은 즐거움으로 바뀐다.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에 가게 안은 시끌벅쩍해지고 맥주를 따르는 아르바이트생의 손놀림도 덩달아 바빠지고 순서대로 음식을 만들어 내고 반응도 살펴야 하는 순간은 또다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남겨진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싹 비워진 접시를 마주하면 긴장감은 즐거움으로 바뀌고 때로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지금 자리가 없는데…”
“조금 일찍 올 걸 그랬네요.”
“전화번호 남겨주세요. 곧 자리가 날 것 같은데 바로 연락할게요.”
“네. 고맙습니다.”
이런 대화가 매일 있으면 좋겠지만 만석이 되는 순간에는 기쁨이 두 배가 되는 시간으로 변한다.
우리 가게는 서두르지 않으면 앉을자리가 없다는 인식이 생길 테고 사전에 예약을 하려는 손님들도 많이 늘어나서 판매 예측이 가능한 상태가 되고 음식 재료도 신선하게 준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폭풍 같은 만석의 시간이 지나고 마감을 하는 시간은 피곤함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마법의 순간이 된다.
나쁘지 않은 매출과 집으로 들어가서 편하게 맥주 한잔 마실 생각으로 몸이 바쁘게 움직이며 활기가 넘치는 순간이 바로 마감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가게문을 닫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듣는 라디오 DJ의 음악소리는 평온함을 유지해 주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바뀌게 해 준다.
’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이 음악을 듣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는 완벽한 하루였기를 바랍니다. 모두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