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flexibly
10월을 시작하는 한 주가 끝나간다. 늘 평화롭기만 했던 일상에 작은 지각 변동이 찾아왔던 한 주였다. 수요일 오후는 완연한 가을의 맑은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날이었다. 그 순간까지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한가롭게 책을 읽으며 친구들과 카톡으로 수다를 떨던 중, 갑자기 밖에서 쾅! 하는 굉음이 울렸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번갯불처럼 순식간에 스쳐갔다. 설마… 정말로 그 설마가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집 앞에 세워 둔 내 차가 저 멀리 날아가 앞집 뒷벽 모서리에 엉덩이를 콱 박고 있었다. 앞부분은 이미 큰 충격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사고를 낸 건 우리 동네 주민으로, 그녀는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있었다. 깜짝 놀라 바위처럼 굳어진 채로 서있는 나에게 그녀는 “죄송합니다”를 되풀이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 순간, 할 말을 잃은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내 머릿속은 이미 하얘져 그저 입을 틀어막은 채 내 차와 그녀의 차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다행히 그녀와 아이는 큰 부상 없이 무사해 보였다. 속으로 “그래,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보았지만, 처참하게 망가진 차를 바라보노라면 속이 말이 아니었다.
차 사고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선 상대방 보험사를 부르고 기다렸다.
지친 표정의 얼굴을 한 그녀를 보며 “어떻게 된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당황하며 말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아이 아빠를 데리러 가던 길인데, 정말 정신이 나갔나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를 안고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오히려 아이가 괜찮은지 걱정이 됐다. 보험사에서 파견된 조사원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차를 견인해 가며 그날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폭풍 같던 시간들이 지나 집에 들어오니 그제야 억울함과 화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대체 눈을 어디에 두고 운전한 거야? 가만히 서있는 차를 왜?”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화가 나고 짜증이 올라왔다. 맑은 날 벼락을 맞은 느낌이랄까! 갑작스러운 상황에 마음은 아직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몸도 많이 긴장했는지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었다. 놀란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긴 거지?”
“난 지금 분노의 5단계 중 어디쯤 온 걸까? 부정과 분노의 단계인가?”
“아무리 계산해 봐도 난 손해인데, 이 손해를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지?”
억울함과 원망이 불처럼 계속 타올라 가슴은 화로 가득했고, 이 손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조급하기도 했다. 결국 그날 밤은 쉬이 잠들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한 밤을 보냈다.
다음날은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하며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다. 하루 종일 통화하며 사건을 곱씹었다.
며칠이 지나자 나는 조금씩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해자 부부와도 통화를 하며 이 일을 잘 마무리하자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과 마음이 크게 흔들렸지만, 다시 나의 리듬을 되찾고 이번 일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 차분히 대처하기로 다짐했다.
속상한 마음을 친구에게 털어놓던 중, 친구가 보내준 한 문장이 큰 힘이 되었다.
“인생은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대처하는 것, 유연하게 잘 살아봐요.”
그 말처럼, 그때그때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인생이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일주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