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라는 연습

이별한 연인을 상상하며 쓴 글

by kaei

강아지처럼 머리를 무릎까지 몸을 말고 누웠다.

내 몸이 이렇게 유연했던가?

올해의 겨울밤은 유독 더 추운 것 같다.

침대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녹여줄 너의 온기가 그리워진다.

몸을 웅크린 채 이불속에 파묻혀 나의 숨소리를 듣는다.

내가 너를 그렇게 숨 막히게 했니?


너는 떠났다.

미안해! 이젠 나도 숨 좀 쉬고 싶어.라는 말을 남긴 채.

너와 있는 시간들이 나는 정말 좋았어.

그래서 더욱 너를 원했고 함께 하고 싶었어.

너만 있으면 나의 세상은 완벽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친구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길 바랐고

나의 모든 것을 너와 함께 하고 싶었어.

너와 연락이 안 닿으면 네가 이 세상에 사라질까 봐 두려웠어.

나만 바라보길 바랐던 건 나의 욕심이었단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네가 떠난 빈자리는 아직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있어.

그 공간은 무엇으로 채워지지 않아.

나의 가슴에 뚫린 그 구멍을 매일 바라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눈물이 마르지 않는 날들을 보내며

나는 무작정 너에게 기대기만 했던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알게 되었어.

너는 그런 내가 얼마나 버거웠을까.

나만 바라보라고, 나만 사랑하라고

너의 얼굴을 잡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못하게 애쓰던 나를.

많이 괴로웠을 거야 너도.


혼자가 된 시간이 많이 힘들었어.

사실 지금도 여전히 힘들지만

너에게 완전히 기울여졌던 마음을 조금씩 중심으로 돌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어.

넌 그동안 나를 늘 잡아주고 있었다는 걸

홀로 우리가 자주 가던 가게에서 밥을 먹으면서

홀로 둘이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홀로 우리가 애정하던 카페에 앉아 멍 때리면서

다시는 답장이 오지 않을 너와의 메시지 창을 보면서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어.


너는 이미 나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고 있었지만

나는 늘 너의 사랑이 고프다고 폭식증에 걸린 사람처럼 집착했다는 것을

나는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내가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그래서 나도 너처럼 나에게 기대라고 어깨를 빌려주었더라면

숨을 쉬라고 너를 놓아주었더라면

우린 아직도 함께 손을 잡고 이 길을 걷고 있었을까?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나의 첫 뮤지컬, '빨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