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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와 떠나는 여행 8 "절대로"

아들에게 절대로 해 주고 싶지 않은 경험

by cogito

"잘 조준해서 쏴"

경남 하동에 매화축제에 갔다가

하동읍내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할머니 두 분이 운영하는 오래된 로컬식당이었다

재첩국과 생선구이를 참 맛있게 먹었다


"아빠 화장실 가고 싶어"

시골의 화장실... 살짝 걱정은 했다

역시나...

위쪽의 줄을 당겨야 물이 내려가는 양변기다..


10살 큰아들에게 쪼그려서 사용하는 양변기는

남다른 첫 경험이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손으로 고추를 잡고, 아래쪽으로 향하게 해서

변기안쪽으로 조준해"

"나 못하겠어"...


두세 번 각도를 잡더니..

결국 조준실패...

바지에 소변을 봐 버렸다

난감한 상황이다

첫 클래식한 화장실과의 대결에서 의문의 1패 기록

어쩌면 경험을 안 해도 되는 경험이지만...


근처 시장에 가서

급하게 팬티와 수면바지를 사 와서 갈아입혔다


문득 잊고 살던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나는 천안의 할렘가에 살았다

이혼 후 양육비 지원 없이

여자 혼자서 자녀 둘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소득이 낮다보니 주거환경도 최악이었다


우린 상가건물에 살았다

그런데 우리 집 말고도 2집이 더 살았다

지하 호프집, 2층 당구장은 출퇴근했고

1층 대포집과 오락실은 우리 집처럼

상가 뒷방에서 거주했다


문제는 화장실...

상가 건물이다 보니 지하 호프집부터

2층 당구장 까지 1.5층의 화장실을 같이 썼다

하동에서 본 그 쪼그리고 사용하는 양변기...

외부에 화장실이 있다 보니 새벽에 가고 싶으면

쌌다를 올리고 계단 쪽으로 뛰어가야 했다


초등학생이 그 무거운 쌌다를 들어올리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새벽에 쌌다를 올리다가 못 올리고 대변을 싼적도 있었다

화장실에 가기싫어서 참다보니

어린시절 변비를 달고 살았다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갔던거 같다


요즘 친구들은 쌌다를 모른다

요즘이야 세콤이 경비해 주지만

옛날에는 유리창은 범죄의 타깃이었다

유리 깨고 들어오는 절도가 많았으니

상점은 모두 철썃다를 했다



내가 고등학교 갈 때까지 그 집에서 살았으니

내 인생 16년은 공용화장실을 사용한 것이다

나야 뭐 그렇다 쳐도 내 동생은 여자인데

얼마나 싫었을까...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화장실 청소를 매일 했다

지하 호프집 손님들이 밤에 항상

더럽게 썼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화장실이 얼어서 물이 안 나오면

라이터로 배관을 녹이곤 했다


이런 삶이 싫어서 중2 때

할렘가 동네 친구 3명과 가출도 했었다

가출하니 돈도 없고..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잡혀서 형사처벌은 면했으나

학교에서는 2주 정학을 먹었다


그나마 동생이 중학교 입학하면서

아파트로 이사 간 것이 다행이다


내가 쌌다니.. 공용화장실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무도 안 믿는다

81년 생인 나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산증인 같다


아무튼

이런 경험은 나의 자녀들에게 절대로 해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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