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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Dec 31. 2020

[Share]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내용 구성

정보 전달의 성공 여부는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우리의 생각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전달해야 할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된다. 때로는 과제를 발표해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프로젝트의 진행을 허락받기 위해 제안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교육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간혹, 우리가 아주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우리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이 '답함'을 느끼고 청자를 탓하게 되지만, 사실 우리 자신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딱히 청자를 탓할 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 본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의 성공과 실패가 청자보다는 화자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직장 생활을 20년 가까이하면서 프레젠테이션, 이메일 공유, 1:1 대화 등의 경험을 많이 쌓았고, 최근에 젊은 팀원으로부터 공유의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요청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경험적으로 체득한 것을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공유의 세 가지 경우


서론이 길었는데, 일단 이번 글에서는 공유의 목적에 따라 내용 구성을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할지 간략히 적어보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하려는 경우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 않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그 사람이 기억하게 하려는 경우

정보를 전달하면서 상대방에게 의사결정이나 어떤 행동을 유발하려는 경우


세 경우에 대해 각각 내용을 어떻게 담으면 될지 간략히 생각해 보자.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하려는 경우 - 매뉴얼, 레퍼런스


이 경우에는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과다를 걱정하기보다는 정보의 부족을 걱정해야 한다. 매뉴얼, 레퍼런스 문서, 위키 페이지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 같은데, 프린터를 이용하기 위해 프린터 이용 매뉴얼을 읽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것보다 필요한 정보가 누락되어 있는 것이 더 치명적일 것이다. 따라서, 내용을 준비하는 사람은 필요한 내용이 빠짐없이 담기도록 하는데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업에서 문서를 주고받다 보면,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서가 공유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자료를 준비하는 사람은 이미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정보를 기술하는 것이라서, 다른 사람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를 무심코 누락시키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내용을 준비하는 사람은 내용을 공유하기 전에, 공유하고자 하는 대상에 가까운 사람을 통해 부족한 부분이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꼭 거치는 게 좋다. 간혹, 옆자리에 있는 동료처럼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래서는 정확한 테스트가 되지 않으니, 꼭 공유받을 대상과 비슷한 입장의 사람에게 확인받는 것이 좋겠다.

필요한 내용을 누락되지 않게 하려다 보면,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루게 되어 방대한 내용을 담는 자료가 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준비할 때에는, 읽는 사람이 원하는 내용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목차 같은 것은 필수적이며, 이왕이면 링크를 통해 목차에서 원하는 내용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주면 더 좋을 것이다.

제품 매뉴얼이나 위키 페이지가 이런 종류의 자료로는 좋은 구성을 가지고 있는 편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 않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그 사람이 기억하게 하려는 경우 - 교육, 보고서


이번에는 매뉴얼이 아니고, 교육을 준비한다고 생각해 보자. 효과적인 회의 진행 기법을 전 직원에게 교육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직원들은 새 기법을 학습하는데 적극적이어서 방대한 내용을 다루더라도 다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 내용에 그다지 우호적이지도 않고, 그저 전 직원 대상 교육이니까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쏟아낸다면 그들은 그 내용을 다 이해하게 될까?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사람은 선별적으로 일부 내용만 머리에 기억시킨다. 기억시킬 정보를 선별하는 기준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비교적 최근의 정보 위주로 기억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 다르게 말하면, 뒤에 들어온 정보가 앞의 정보를 덮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기 전에 외운 영어 단어가 더 잘 기억되는 것도, 영어 단어를 외운 직후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선별적으로라도 기억한다면 다행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될 경우 아예 이해를 포기하는 상황도 곧잘 발생하며, 더 나쁘게는 이러한 이해의 어려움이 화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 심리학 실험에 의하면, 메시지가 너무 복잡해서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메시지의 설득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화자의 지적 능력을 의심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청자의 의지가 강하지 않을 때는 내용에 너무 많은 메시지가 포함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설명하는 내용이 조금 길 수는 있어도, 마지막에 세 개의 문장으로 요약되는 내용만 담는 것이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될 것이다.

전 직원에게 회의를 효과적으로 진행하도록 가르치는 데 세 개의 문장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육을 몇 개의 차수로 나누고, 차수 간 시간 간격을 두며, 각 차수마다 세 개 이하의 메시지를 담는 것이 한 번에 모든 것을 교육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상급자를 위한 보고서에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상급자일수록 더 넓은 범위의 업무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내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용을 상급자에게 보고할 때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고, 내가 보고한 내용을 잘 기억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때에도 사소한 내용까지 구구절절 담아내기보다는 중요한 내용만 추려서 세 개 이하의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적은 내용을 확실히 기억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으므로, 내용의 서두에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것인지 먼저 밝히고, 내용의 말미에 전체 내용을 짧게 한번 요약하는 내용이 포함되면 목적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보를 전달하면서 상대방에게 의사결정이나 어떤 행동을 유발하려는 경우 - 캠페인, 제안서


단순히 어떤 정보를 이해시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특정한 행위를 유발할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만들어 의사결정자 앞에서 발표를 한다면, 그저 새 프로젝트의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결국 그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좋다는 결정을 받아내는 것이 발표의 목적이 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메시지를 여러 개 준비하지 말고 하나만 준비하여, 그 하나의 메시지에 상대방이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프로젝트 제안서라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편의를 증대시키기 위해 OOO를 진행해야 한다'처럼 하나의 메시지로 쉽게 수렴될 수 있다. 제안서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쓰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을 위한 공유에서는 메시지가 여러 개로 나뉘는 경우가 그다지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가치관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할 때에는 여러 개의 메시지가 동시에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행동을 가르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경우가 있다. 혹은 경력을 많이 쌓은 사람이 신입 사원에게 도움되는 얘기를 해주려고 할 때, 알고 있는 노하우를 한꺼번에 전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처음부터 여러 이야기를 하려고 계획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처음에는 하나였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다른 좋은 이야기들이 떠올라서 내용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사람은 정보가 많으면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불편해한다. 세상에 기꺼이 설득당하고 변화하려고 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하나의 메시지에만 집중하여 상대방을 공감시키는 것만도 충분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메시지가 하나인만큼, 메시지의 내용만큼이나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메시지에 공감하도록 만드는 여러 가지 기법들은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고, 따로 정리되어 나온 서적이나 글이 많으니 찾아보면 금방 좋은 내용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같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공감시킨 책들이 하나의 메시지만 담고 있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일차적인 책임은 전달하는 사람에게 있다.


경청의 중요성이 많이 회자되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말하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를 풀어 주어야 한다. 내가 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가장 먼저 돌아볼 것은 내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는가이다. 내가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면, 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상대방의 노력이 적게 필요하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정확히 내 의도를 이해하고 나에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얼마 안 되는 내용이지만 간략히 요약하며 글을 마친다.


1.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하려는 경우

매뉴얼, 레퍼런스 등

필요한 내용이 빠지지 않게 하는 것에 주력할 것

대상 그룹에 포함되는 사람을 통해 내용을 테스트할 것

목차, 링크 등 방대한 내용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장치 활용할 것

2.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 않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그 사람이 기억하게 하려는 경우

교육, 보고서 등

세 개의 문장 정도로 요약되는 내용만 다룰 것

다뤄야 하는 내용이 많다면 여러 차수로 나눌 것

마지막에 내용을 한번 요약해 주고 끝낼 것

3. 정보를 전달하면서 상대방에게 의사결정이나 어떤 행동을 유발하려는 경우

캠페인, 제안서 등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할 것

메시지에 공감하게 만들 수 있는 도구, 기법들을 적극 활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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