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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Oct 07. 2021

닿을 듯 말 듯한 목표

온라인 바둑을 한참 둘 때, 나랑 같은 급수보다는 나보다 한 두 급수 높은 사람과 대국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플레이어들이 자신보다 한 두 급수 높은 사람과 바둑을 두고 싶어 했다. 당연히, 이길 때보다 질 때가 훨씬 많았지만, 그럼에도 나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과 바둑을 두고 싶어 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바둑을 두면, 내 바둑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보다 급수가 낮은 사람과 두는 바둑은 대체로 이기는 바둑이지만,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보다 급수가 낮은 사람과 바둑을 두어주어야 누군가 자신보다 급수가 높은 사람과 바둑을 둘 수 있다. 그래서, 급수가 높은 사람과 바둑을 둘 때면 승패와 상관없이, 나와 바둑을 두어준 것에 대해 크게 감사를 표하고는 했다.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는 성장을 이루어내기 어렵다. 내 역량으로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에 도달하려고 할 때, 결과와 상관없이 성장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어려운 목표가 모두 성장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서너 급수 높은 고수와 대국을 하면 뭐가 뭔지 몰라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끝날 수도 있다. 내 역량보다 높은 곳에 있는 목표지만, 손을 뻗으면 닿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목표, 이길 수도 있을 것 같고, 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애매한 지점, 바로 그곳에 나를 성장으로 이끌어 줄 목표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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