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기존의 공법으로는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였고, 그렇게 혁신이 이루어진다. 이런 극적인 신화는 사람들에게 곧잘 소비된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훌륭한 드라마가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드라마는 흔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리면 자신의 생존부터 확보하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혁신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투여하여 이루어졌다. 많은 시도와 실패를 쌓은 끝에, 마침내 성공하여 이루어진 혁신이 오히려 일반적인 혁신의 모습인 것이다.
혁신을 요구하면서 시간이나 자원에 쫓기는 상황을 부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고,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두 번의 실패로 조직에서의 위치를 위협받는다면, 적극적으로 혁신을 시도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배수의 진으로 성과를 거둔 한신도 배수의 진이 좋은 전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병사들을 사지에서 싸우게 하는 것은 병법에서 기피하는 일이다. 사지에 놓인 병사는 죽을힘을 다해 싸우기보다, 생존에 대한 걱정으로 오히려 전투력이 낮아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장군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병사들이 더 열심히 싸우고 성과를 낸다. 구성원이 혁신과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 구성원의 안전이 먼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