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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by 취한하늘

저는 75년생입니다. 생각해 보면, 중학교 때까지는 학업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3년만 열심히 공부하면 명문대학에 갈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1년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간 경우들도 곧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또 2년 정도는 인생을 즐길 수 있었고요. 대학교 3학년 정도부터 다시 강한 경쟁에 뛰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년 정도 그렇게 달린 후, 보통 40대에 번아웃 위기를 겪는 것 같네요.


그런데 뒷세대에서는 조금 다른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강한 경쟁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에 가서도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정 세대가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세대가 거듭될수록 그런 경우가 많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들이 10살 때부터 경쟁에 내몰렸다고 하면, 20년 동안 경쟁에 시달린 후인 30대에 번아웃을 겪는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그들 중 한 명이 제 앞에 있다면, 저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요? '이제까지 달려온 것이 아까우니 10년만 더 달려보세요.'라고 해야 할까요? '이미 20년을 달려왔는데 얼마나 더 달려야 합니까?'라고 물어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10살 때부터 쉼 없이 달려야만 했던 사람의 마음을 제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저에게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현재이지만, 그 현재의 뒤에 그 사람의 삶이 있고, 그 삶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아야 그 사람의 현재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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