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는 많이 어렸던 초등학생 때쯤의 이야기이다. 저녁 무렵 어딘가를 다녀오는 길, 엄마의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문득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하늘 표정이 어두워진 줄은 알았는데, 어느새 그 사이로 노란 달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줄은 늦게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이야 달을 보면 만월이겠거니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키가 꽤나 작았을 테고 아직 과학의 존재도 몰랐을 때였다. 그저 집에 다다를 때까지 달이 제 갈 길을 가지 않고 여전히 내 머리 위에 있다는 게 신기한 시절이 있었다. 달이 집까지 따라서 들어오면 같이 살아야 할까 걱정을 했던 것 같다. 나의 걱정을 엄마가 알았다면 웃음을 지어 보였을 텐데.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해보다는 달이 좋다. 해가 뜨는 낮보다 달이 뜨는 밤이 좋고, 해가 긴 여름보다는 밤이 긴 겨울이 좋다. 가장 어두운 곳까지 비추는 달인 바람에 그 아래에서 걸을 땐 조금 솔직해지는 게 아닐까. 걸어갈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에 있어서 안을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그래도 세상 무엇보다 가까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달을 보고 있자면 오늘 밤도 잠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