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고 싶은 팀 매니저 되기 - 그 두 번째 이야기
너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UX전략팀을 맡은 후 멤버들에게 처음 물어봤던 질문이다. 아직 멤버들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디자이너의 모습과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또, 명확한 방향성이 있다면 어떤 경험을 하고 싶고 지금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싶었다.
・'I'자형 인재가 아닌 'T'자형 인재가 되고 싶어요
・그냥 두루두루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잘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냥 이것저것 경험하고 싶어요
・아직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일단 지금 맡은 일을 해나가고 싶어요
명확한 방향성이 부족한 조금 두리뭉실한 답변이었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이직해 온 멤버들이 많았기 때문에 디자인 제작에 대한 경험은 많으나 자신이 어떤 디자이너의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였다.
그럼 왜 이 회사로 이직한 거야?
자사 서비스를 가진 사업회사로의 이직이기 때문에 무언가의 이유나 계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UX/UI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경험하고 싶어서 왔는데 실제는 달라서 고민이에요
・솔직히 연봉이 나쁘지 않은 데다 대기업이라서 왔어요
・이전 회사가 싫어서 왔어요. 그 회사는 페이는 적은데 잔업이 너무 많았거든요
UX/UI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멤버도 있었지만 대부분 디자이너의 종류와 핵심 역할, 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상태로 이직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명확한 방향성이나 자신의 신념을 지닌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매니저로서 멤버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1on1을 통해 멤버의 현재를 알아가고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내가 주니어 시절에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 혼란으로 반년 간 방황했던 적이 있었다. 디자이너이지만 팀 내에 엔지니어가 많았고 나의 매니저도 엔지니어였다. 그러다 보니 코딩을 하고 있지 않는 나 자신이 잘못된 것인가, 나도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하는가, 엔지니어의 일을 엔지니어처럼 깊게 이해를 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 것을 할 줄 아는가, 등 내 존재감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나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해 했던 것이 일단 잡히는 대로 도전해보자라는 마인드였는데 도전은 좋았으나 한 가지 크게 놓친 것이 있었다. 바로 '계획 없이 그냥 잡히는 대로 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 경험들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굉장히 비효율적이었고 답을 찾는 데 있어서 많이 돌아가며 헤맸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런 경험 없이 명확한 방향성을 바로 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계획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즐거운 것, 행복한 것, 잘 맞는 것, 반대로 맞지 않는 것 등을 알아가길 바랐다.
그래서 커리어 플랜을 기획했다
커리어 플랜을 만들어 가는 것은 멤버 본인뿐만 아니라 멤버를 이끌어가는 매니저와 팀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단순히 아웃풋으로서 만들고 끝내는 것은 의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커리어 플랜을 진행하기에 앞서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멤버들의 모티베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명확한 목적을 정의했다.
멤버의 목적
・자기 분석을 통한 커리어 설계하기
・'진짜' 자신을 이해하기 (엄격하게)
・단기/중기/장기적 관점으로 계획적인 경험과 도전을 설계하기
・종합적인 커리어의 방향을 이해하기
매니저의 목적
・커리어 설계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어사인을 계획하기
・각 멤버에 대한 커리어의 방향성을 이해하기
팀의 목적
・팀의 과제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계획하기
・팀의 강점과 단점을 이해하기
・팀의 효율적인 신입채용을 위해 활용하기
총 4개월에 걸쳐 커리어 플랜을 작성했다. 커리어 플랜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형식을 사용하되 팀의 상황에 적합하게 응용하는 형식으로 전체 틀을 잡았다. 우리 팀 멤버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컸기에 '자기 분석'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 일적인 면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격이나 특성까지 깊이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본적으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전달하고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도록 했다. 일의 중간에 리프레쉬를 겸해 짬나는 시간을 활용해 1주일간의 개인 워크를 실시했다. 스스로 생각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1on1을 통해 공유하고 여러 질문을 통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리포트를 채워나가며 워크를 진행했고 모든 워크가 끝이 났을 때 완성이 되는 형식의 폼을 제공했다. 그리고 완성된 자신의 커리어 플랜을 선언하는 것으로 커리어 플랜을 끝을 맺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실제 진행한 방식을 공유합니다. 실제 내용을 제시할 수 없기에 일부 예를 전해드립니다. 팀의 상황에 맞게 응용하거나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자기 분석을 시작해보자.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오히려 과대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을 명확히 분석해 언어화하여 자신만의 기준점을 발견해보자.
자신의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기준점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언어화해보자.
<생각에 도움이 되는 질문>
・일을 할 때 어떤 면에서 보람을 느끼는가?
・일에 있어서 자신만의 즐거움, 행복함은 무엇인가?
・최근 반년 혹은 1년간 자신이 가장 큰 성과를 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자신은 다른 멤버를 이끌어가는 입장인가? 아니면 서포트하는 입장인가?
・어려운 문제에 부닥쳤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는가?
・안정적인 일, 급변하는 일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일에 있어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연봉, 프로젝트, 워라밸, 업무환경, 문화, 인간관계 등 자신만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가?
자신의 가치관을 제대로 이해를 했다면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입장에 서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가장 원하는 나의 모습인가?
<생각에 도움이 되는 질문>
・현재 나의 업무와 직종에 만족하고 있는가? 만족도는 어떠한가?
・앞으로 어떤 업무와 직종을 해나가고 싶은가?
・어떤 면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싶은가?
・어떤 Grade혹은 직함을 목표로 하고 싶은가?
・프로페셔널의 길을 걷고 싶은가?
・매니저의 길을 걷고 싶은가?
・팀의 결속력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은가?
・목표로 하는 연봉은 얼마인가?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해를 했다면 '이상적인 자신'이 되기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잘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 과제를 넘을 수 있는가? 그런 용기가 있는가?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로 나눠서 자신을 엄격하게 분석해보자.
'하드 스킬' :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적인 기술, 지식, 경험, 능력 등
'소프트 스킬' : 업무 수행과 그 외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팀워크 등
<생각에 도움이 되는 질문>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잘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은 무엇인가?
・경험해봐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행복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스킬은 무엇인가?
・능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환경은 무엇인가?
'자신의 역량'을 파악했다면 2x2매트릭스에 분류하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 분석의 '가치관'과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통해 이해한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STEP 1. 우선순위를 결정해 매트릭스에 나열하기
모든 것을 동시에 실시할 수 없는 법. 어떤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시행할지 우선순위를 결정해 나열하자.
STEP 2. 적성 및 성장 분석
'취미', '직무', '인내', '줄임'의 4개 영역으로 분류하고 자신의 적성과 성장의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자.
'취미'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지만 큰 흥미를 느끼고 있으므로 경험을 쌓아가며 직무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부분이다.
'직무'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이므로 전문성을 더 높여갈 수 있고 성장할 가능성이 큰 부분이다.
'인내'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는 있으나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으로 직무로 옮겨갈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줄임'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하고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으로 직무에 있어서 줄여나가야 할 부분이다.
(스트레스를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기 분석을 통해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현재 상황을 확인하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파악하고 단기〜장기적 전략으로 계획을 세우자. 무작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닌 'SMART'를 활용해 적합성을 확인하자.
※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설계하자.
<SMART로 적합성 확인하기>
・Specific
구체성을 가진 계획인가?
・Measurable
정량/정성적 측정이 가능한가?
・Attainable
달성 가능한 목표인가?
・Relevant
기업, 서비스의 목표와 연결점이 있는가?
・Time-bound
적절한 기간인가?
좋은 아웃컴은 '긍정적 행동'으로 연결된다
개인 워크와 1on1을 통해 멤버별로 커리어 플랜을 만들었지만 멤버의 모티베이션의 유지와 팀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선언하기'를 필수로 지정했다.
크게 '팀 멤버 간의 선언'과 '매니저에게 선언' 2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팀 멤버 간의 선언'의 경우, 서로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자극을 받길 원했고 선언을 통해 모티베이션을 유지하길 바랬다.
'매니저에게 선언'의 경우, 나뿐만 아니라 더 높은 매니저와 함께 2on1을 설정해 각 멤버들이 어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UX전략팀의 활동'과 '멤버들의 의지'를 알릴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렸다.
주 1회 매니저 정례를 실시하는데 UX전략팀의 활동으로서 기획과 진척상황 등을 공유했다. PM, FE엔지니어, BE엔지니어 등 개발 팀의 매니저들이 참여하고 본부장 급의 매니저도 참여하기 때문에 서비스 전체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미팅이기도 하다. 서비스 내에서의 첫 시도이다 보니 처음에는 그냥 듣던 매니저들도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결과물을 보면서 자신들의 팀에서도 해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커리어 플랜'의 기획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서비스가 제공하는 채널을 통해 커리어 플랜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는 서비스의 성장 외의 사내 활동과 문화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서비스의 이미지도 전달할 수 있는 뿐만 아니라 일의 방식, 가치관도 전달할 수 있기에 이직을 생각하는 후보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채용에도 연결될 수 있는 계기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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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https://brunch.co.kr/@hayeon0529/17
https://brunch.co.kr/@sudana/23
https://brunch.co.kr/@vigorous21/420
https://brunch.co.kr/@vigorous21/762
https://www.robertwalters.co.kr/career-advice/career-plan.html
https://www.robertwalters.co.kr/career-advice/rediscovering-your-care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