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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늬 Jul 22. 2021

독일 영화박물관, 프랑크푸르트_ 1

Deutsches Filminstitut Filmmuseum (DFF)

방문일: 2021년 7월 17일 일요일

전시관: 독일 영화박물관 Deutsches Filminstitut Filmmuseum

전시구성: 상설전시실(1,2층) +

          기획전시실(3층) 재앙, 그 후에 오는 것은 무엇인가 Katastrophe - Was kommt nach dem Ende?

사이트: https://www.dff.film


코로나로 인해 작년 디즈니 기획전을 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이번 프랑크푸르트 방문 때 꼭 다녀오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어 다녀오게 되었다.

사진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디자인에 비해 전시관의 컨텐츠가 부족한 경우들이 있는데,

과연 이곳의 컨텐츠와 디자인은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으로 방문하였다.




1. 파사드 및 로비

프랑크푸르트 라인강변을 지날때마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독일 영화박물관.

오랜 시간을 간직한 건축물 위 간결하고 현대적인 유리로 마감한 박물관의 파사드는

박물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진 출처: 영화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독일의 고건축물들은 프랑크푸르트의 현대적인 고층 건물들 사이에서도 라인강변을 따라서 잘 유지가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그 중에서도 영화박물관은 시간과 사건을 다루는 영화라는 매체, 그리고 그것을 유리를 통해 그 본질을 투명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잘 맞아 떨어지게 디자인 되었다고 생각했다.


초기 흑백영화의 이미지를 표현한 자동문 디자인

(양쪽문을 모두 담기 위해 정면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서 이미지가 반대로 보임)

단순한 디자인의 시트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역사를 다루는 전시관의 컨텐츠를 잘 전달한 듯!




2. 기획전시실 (3층)

전시 관람은 3층의 기획전시실부터 시작한다.


이번 기획전시의 주제는

"재앙, 그 후에 오는 것은 무엇인가"으로,

0. 목가: 자연에 대한 감사함. 일상

1. 재앙의 역사적인 배경: 언제부터 재앙이라는 것을 인간이 인지하고, 인류 멸망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였는가.

2. 재앙의 시그널: 재앙이 시작되기 전, 인류가 어떻게 재앙을 예측할 수 있는가.

3. 재앙: 재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상상하는가.

4. 구출을 위한 노력

5. 세상의 종말: 대재앙 후 인류의 마지막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6. 새로운 시작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 중 '2. 재앙의 시그널' 부터는 독일의 일간지인 '슈피겔', 미국의 '타임즈' 등 에서 찾은 실제 자연의 시그널과 영화 속 장면을 교차구성하여, 현실 속 재앙과 영화 속 표현방식을 대비시키고, 관람자가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난번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 방문당시, 병렬적으로 이루어진 사건들을 부스형태로 구분하여 한명 내지 두명의 관람자가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였는데, 이곳에서도 그러한 형태로 전시된 부분이 있었다. 연결 되지 않는 다양한 사건들을 유물이 없이 그래픽과 영상으로 전달하기에 효과적인 디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렬로 쭉 나열된 그래픽들은 가시성이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있으니까)



본격적인 재앙에 대한 묘사를 다룬 '3. 재앙'은 진입로에 가벽을 설치하여 짧은 통로로 이동하도록 구성되어있었다. 이를 통해 공간을 분리하고 소리만 전달하여 재앙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관람자가 상황에 이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재앙 영화를 짧은 클립으로 연달아 상영해 주고 있었는데, 한국영화인 해운대도 함께 상영되었다. 홍수로 인해 큰 난리를 겪고 있는 독일에서 본 해운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4. 구출을 위한 노력'에서는 영화 속 연출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되어 있었다.



종말 이후에 대한 세상을 다룬 영화들을 소개하는 '5. 세상의 종말'

그래픽 뿐 아니라, 붉은 조명, 그리고 기울어진 벽 등을 통해 공간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종말 이후의 세상에 대한 영화 중 하나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소개되어 있었다.

포스터를 보니 오랜만에 설국열차 내용이 모두 다시한번 상기되었다.


영화로만 보았을 때는 하나의 판타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전시관의 맥락 속에서 접하니 이것 또한 어떠한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라는 것이 다시 한번 강력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내가 익숙한 영화이고 시각적으로 한번 경험을 했던 스토리인지라, 모든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전시에서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전시는 '6. 새로운 시작'은 재앙 이후의 마지막 희망적인 메시지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역시 기획전시의 매력이란...!

상설 전시와 달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인 현상을 빠르게 주제로 반영할 수 있고, 그래서 관람자들 역시 다른 전시보다 더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다. 또한 비싼 마감재를 쓰거나 어려운 매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내용만으로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전시 자체가 더 촘촘하게 논리적으로 기획되어야 하겠지만, 전시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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