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마! 불편하다고"
"뭐가 그렇게 불편하다고 그래?"
"아, 진짜! 하지 말라니까."
따뜻하고 강한 바람 사이로 귓가에 꽂힌 칼날이 내 심장까지 파고든다
'아침부터 난리법석이구만, 휴..' 날카로움에 흐른 피가 뜨겁게 느껴지지만 참아본다.
"나 불편하다고 하지마" 둘째의 짜증섞인 소리가 보이지 않은 상황을 내머릿속에서 그려지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해보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더 잦아지는 상황에 교육적 방법보단 내 감정폭발이 우선시 되었다.
힘차게 돌아가는 드라이기 굉음속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전원을 끄고 방으로 향했다.
몇걸음 되지 않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생각이 오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둘째와 침대 난간에 발을 대고 있는 첫째의 모습.
별 피해도 없는 둘째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고 동생이 화내고 있는 모습을 누워서 즐기고 있는 첫째를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찰싹' '찰싹' 큰 손으로 작은 엉덩이에 감정을 털어 넣었다.
"아야...아파.."하는 울음 소리를 들으며 마저 머리를 말렸다.
빨리 직장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체벌의 효과때문인지 아이들은 스스로 준비했다.
"아빠 오늘 아침은 어떤거야?" 첫째는 나의 마음을 풀어보려 화해를 청했지만 아직 단단한 마음은 "그냥 차려준대로 먹어" 차디찬 물을 뿌렸다.
따끈한 식탁이 차려지고 난 아무말 없이 샐러드를 먹었다.
아빠의 어색한 모습이 불편해서였을까? 생각이 없는 것일까? 두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서로 웃고 떠들어 댔다. 느닷없이 둘째는 포크와 나이프를 가져와 밥을 썰며 "난 이렇게 먹을래"라는 말에 첫째도 좋아보였는지 똑같이 따라했다.
그러고는 둘이 식기로 칼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 가슴에는 뜨거운 신물이 올라왔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힘이 없어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빨리 직장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아이들은 빠르게 준비를 해서 시간에 맞춰 등교와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 할 무렵 "너희들 양치질은 했니?" 나의 송곳같은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빤 먼저 출글 할테니 집에 들어가서 양치질 마저 하고 학교에가."라는 말을 남긴채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하주차장에 나오면 아이들이 기다렸다 인사를 해주던 장소에 잠깐 멈추어 창문을 내렸지만 당연히 아이들은 없었다.
텅빈 그 자리에서 잠깐 멈췄다가 창문을 올리고 출근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