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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 다녀온 예준이

by 몽쉐르

“교회 가서 종이접기 해야지~ 그런데 아이패드가 어디 있는 거야?” 카랑카랑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책 사이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패드를 확인하곤 “잘 찾아봐 평소에 있는 곳에 있을 거야” 힌트를 줬다.

그럼에도 첫째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짜증 섞인 큰소리로 외쳤다.

바쁜 아침 신경 쓸 일이 많아 작은 소리로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찾아보지도 않고선’ 중얼거렸다.

패드를 찾은 뒤 나갈 준비를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양치는 언제 할 거야?” 한 숨을 내 쉬고 말했다.

“할 거야” 예준이는 동생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화장실을 가로막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인상을 쓰며 아이에게 달려들었다.

“아! 아! 나 오늘 교회 안 갈 거야” 무서운 벌레를 보듯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 문을 닫았다.

나는 질세라 “그래 가지 마!” 말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아내는 아이를 달래며 “예준아 우리 진짜 갈 거야. 다시 돌아오지 않아 너 혼자 오랜 시간 집에서 있어야 해” 설득했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아내와 둘째만 데리고 출발했다.

해결할 방법은 없었고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아 머리가 아팠다. 혹시나 싶어 심박변이 수치를 보니 믿기 어려운 낮은 숫자 4가 찍혀 있었다.

운전하며 혼잣말로 궁시렁 욕을 하는 내 눈치를 보며 아내는 혼자 있는 아이가 걱정스러운지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렇게 표현히지 않으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15분쯤 지나자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그때 아내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엄마 진짜 갔어?”

“진짜 갔지 예준아, 엄마가 말했잖아 돌아갈 수 없다고”

예준이는 진짜 당황스러워 “헐...” 말하곤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이대로 두면 하루 종일 혼자 즐겁게 지낼 것 같고, 데리러 돌아가기에는 교회 예배시간이 늦을 것 같아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순 없었다.


“자기랑 예온이를 3호선 라인에 내려 줄 테니 지하철을 타고 가. 내가 집에 다녀올게”

말은 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예준이 지하철 타고 오라고 하자.”

“혼자 올 수 있을까?”

“우리랑 지하철 타본 경험 있으니까 전화로 코칭하면서 gps로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어. 2호선 종합운동장에서 내리라고 하자. 잠깐 주차해서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아.” 왠지 예준이는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바쁜 시간에 떼쓴 결과로 어려운 일을 겪어보는 것도 필요해 보였다.

예준이가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연동된 gps를 열었다. 약 10초에서 15초 사이에 업데이트가 되면서 지도 위에 움직임이 나타났다.

예온이도 형이 걱정되었는지 안전벨트를 메어 불편하지만 앞자리의 나와 아내 사이까지 몸을 밀착시켜 휴대폰에 움직이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아내와 예온이를 교회에 내려다 주고 종합운동장으로 출발했다.

지하철 탄 걸 확인했지만 휴대폰 gps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일원동에서 종합운동장이 까지 거리가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걱정이 되어 역사로 내려가고 싶기도 했지만 목표 지점까지 혼자 도착하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출구를 찾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망설여졌다.

잘못한 부분에는 혼을 내야 했지만 이미 내 마음속엔 혼자서 찾아왔다는 대견함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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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활짝 웃는 모습에 어깨가 하늘을 치솟아 있는 예준에게 “어땠어?” 물었다.

“음.. 세상이 달라 보였어. 다른 세계에 다녀온 것 같아.”

아이의 말은 마치 동화 속 세계를 다녀온듯한 느낌이 나서 이성적인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물었다 “어떻게 세상이 달라 보일 수 있지?”

예준이는 창밖을 보며 잠시 생각하더니 “외국에 다녀온 느낌 같아. 엄마와 탔던 지하철이 아닌 것 같았어.”

아이는 부모의 보호 아래 신경 쓰지 않았던 주변 상황들, 새로운 감각들이 마치 다른 세계에 있던 것처럼 느끼게 했나 보다.

분명 남들이 보기엔 내가 긴장한 만큼 위험한 시도처럼 보였겠지만 예준이에게는 다른 세계를 다녀온 것처럼 신선하고 좋은 자극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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