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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쟈씨 Jul 25. 2024

제 취미는 집안일입니다.

매일 방정리하라고 잔소리 듣던 학생은 자라서..

언제였더라..

수능이 끝나고 대학교 입학하기 전, 성인이라는 말을 붙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방금 레벨업을 마친 20.1살 때였던 것 같다.


내 방은 밖으로 나 있는 창문이 없어 불을 끄고 있으면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상태였다.

낮과 밤이 뒤바뀌었다는 개념도 없이 칙칙한 방 안에서 잉여의 시간들을 죽이고 있었다.


그날 따라 매일 보던 그 공간이 왜 이렇게 번잡스러워 보이던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에 들 법한 시간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100L짜리 쓰레기봉투를 방 한 켠에 쓰러지지 않게 세워 두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한 번 시작한 번잡함 정리는 멈출 수가 없었다.

밤은 어두워져 갔지만 정신은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마침내 바깥세상도 밝아졌을 무렵, 나는 내 방 청소를 끝마쳤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나의 취미가 정해진 순간.

(놀랍게도 이전에는 매일 엄마에게 방정리 좀 하라는 잔소리를 듣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지금은 내가 엄마한테 청소하라고 잔소리함.)


 이후로 기숙사에서도 살고, 원룸에서 자취도 하고 현재는 짝꿍이랑 아파트에 살면서 내가 머무는 공간은 대부분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생 첫 기숙사와 자취방)



다만, 나는 정리정돈이 잘 된 상태를 좋아하는 것일 뿐 생각보다 위생관념은 좋지 않다.

(위생관념은 오히려 짝꿍이 더 좋은 편, 그래서 가끔 피곤하다.)


현재는 내가 외부에서 일을 하지 않고 리빙 크리에이터라는 목표를 가지고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90% 이상의 집안일을 내가 하고 있다.


힘들 때가 없진 않지만 대부분의 집안일을 할 때 대체로 마음이 즐겁다.

깨끗해져 가는, 마침내 깨끗해진 모습을 보았을 때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실 내가 집안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비법은 별다를 게 없다.


설거지 후 그릇이 마르면 제때 찬장에 넣어두고,


요리하기 편한 동선과 조리대 상태를 유지하고,


 

다음 빨래가 없더라도 빨래가 마르면 개서 옷장에 넣고 건조대는 접어두어 거실에서 건조대가 한 자리 차지하겠다는 것을 기어코 말린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도 만들어 두면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고 싶은 욕망도 함께 올라간다.



어떤 대상이던지 마음과 몸을 쓰면 그것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집이 그렇다.

지금까지 살아온 공간 모두 내 손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채워 넣고 또 비웠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집이란 내 애정과 노력의 집합체로, 그것이 망가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별 거 아니어 보이는 집안일을 주제로 희로애락을 담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 이렇게 더운 날 에어컨 없는 컴퓨터방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매일 같이 하는 집안일에서 철학과 인생을 발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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