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펭쟈씨 Aug 29. 2024

냉장고 정리; 과거의 욕심 청산의 날

 오늘 냉장고 정리를 했다. 나에게 냉장고 정리란 가장 하고 싶으면서도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 1순위이다.

음식을 하려고 냉장고를 열 때마다 번잡스러운 배치에 한숨부터 나오고 원하는 식재료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들쑤신다. 그럼에도 냉장고 정리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냉장고 정리를 마음 먹은 계기가 바로 오늘 생겼다. 최근에 마트에서 쌈장을 꽤나 큰 걸 샀는데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보니까 집에 쌈장이 있었던 것... 심지어 선물로 들어온 꽤 좋은 쌈장이였다. 평소에는 쌈장을 먹을 일도 별로 없고, 게다가 나는 저당쌈장을 먹고 짝꿍은 일반 쌈장을 먹어서 일부러 일반 쌈장은 작은 걸 사두는 편인데 그날따라 작은 쌈장이 다 팔리고 큰 쌈장만 세일 하길래 처음으로 큰 쌈장을 샀던 것이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그나마 소비기한이 약 1년 정도 넉넉히 남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앞으로는 고기를 열심히 먹여야 할 것 같은 느낌.


 냉장고 정리를 하기 싫은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역한 음식물 쓰레기들의 메들리를 직접 눈으로 또 손으로 온전히 느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집은 식재료를 많이 사두는 편도 아니고 냉장고 털이 느낌으로 집에 있는 재료로 최대한 해먹으로 하기 때문에 그나마 음식물이 덜 쌓이고 덜 썩는 편인데도 이번 냉장고 정리 때 1L짜리 쓰레기 봉투 3개가 나왔다. 문득 다른 집의 냉장고 상태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다이어트 한다고 놓은 양배추, 먹지도 않는데 받아와서 썩힌 복숭아, 쿠팡 로켓 프레쉬 배송 가격 맞추려고 사놓고 쓰고 남은 손질 등을 아깝지만 과감히 버렸다. 장점 하나, 잘 버리기.


 냉장고의 가장 위칸은 음료수로 가득 채웠고(짝꿍의 로망이다.) 두 번째 칸은 식재료, 세 번째 칸은 장류, 네 번째 칸은 계란과 소스류로 정리해 두었다. 냉동실은 맨 위 칸 아이스크림, 두 번째 칸은 조리만 하면 되는 즉석식품, 세 번째 칸은 요리를 해야하는 냉동 식재료, 마지막 네 번째 칸은 얼음이 차지했다.


 쌈장 사태와 같은 바보 같은 짓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작은 화이트 보드를 구매해서 냉장고와 냉동고에 칸 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적어두었다. 이 결심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결심이 습관이 되는 그날까지 유지해 보려고 한다.

이전 05화 식물 키우기; 초보 식집사와 고통받는 식물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