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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Oct 12. 2023

골프에 진심

국민학교 시절, 시골에 책장사가 방문한 적 있었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담벼락 아래 갖가지 책을 펼쳐놓고 팔았는데 책 보다 그 옆에 있는 야구 방망이, 글러브와 축구공이 눈에 들어왔다. 동생과 나는 엄마를 달달 볶아 고민 끝에 방망이와 글러브를 받는 조건으로 1년짜리 문제집을 정기구독 했다. 엄마한테 미안한 얘기지만 매달 받아 보던 문제집을 나중에는 포장 뜯지 않고 버렸다. 모든 국민이 열광했었던 야구를 어릴 때는 진심으로 좋아했다.


아들 따라 수영장에 갔다가 개헤엄 치고 망신살 뻗쳐 수영을 배웠고 10년 넘게 했다. 그때는 아무리 뛰어도 숨이 차지 않았고, 1분 40초 동안 물속에 있을 수 있었던 것도 수영에 진심이 있었기에 얻게 된 능력이었다.


아내 따라 뒷동산 몇 번 갔다가 등산에 재미가 붙어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미친 듯 찾아다녔고, 아무도 없는 산꼭대기에서 백패킹하는 담 큰 행동도 산을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캠핑, 여행, 사진도 모두 진심이었다.


근데 골프는?

평생 안 할 줄 알았다. ㅎㅎ

그랬는데 지금 골프에 진심이다.

왜 이렇게까지 골프에 진심일까?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어떤 것 보다 재미있고,

역동적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만히 있는 공을 맞추기 위해 온몸을 써야 한다.

남들 다 하는 운동이라 해서 배우기만 하자 생각했었는데 티칭프로를 생각하고 있다.


나는 뭐든 일로 삼으면 원하는 성과를 이룰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독한 구석이 있다.

골프가 나 같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운동이라 생각하는데, 18개 홀컵에 공을 넣어야 하는 목표가 분명하고 오직 자신을 믿고 처음부터 끝까지 즐겨야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코스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힘든 연습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즐겨야 한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승부욕이 커지고 목표지향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누구누구만큼은 쳐야지!' 또는 '올해 안에 싱글을 꼭 하고 말겠어!' 이런 생각으로 골프를 하고 있다면 분명 나와 같은 유형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하기 때문에 실수가 많다.

근데, 골프는 그래야 된다. 자신의 생각이 명확해야 하고 스스로를 믿어야 하며, 실수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내가 골프를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자신의 스윙과 그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자신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스윙을 조금이라도 의심하게 되면 곧 실수로 이어지고 연습할 때 잘 되던 스윙도 안 된다.


그렇다고 다른 성격유형을 가진 사람들이 골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골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골프를 즐긴다. 그러면서 좋아지기도 하고, 잘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골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력이 늘지 않아서 그렇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안타깝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스포츠에서 기록경신이라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고, 그 기록을 위해 많은 선수들이 열심히 연습하며 땀을 흘린다. 골프를 있는 그대로 즐기지 않으면 실력이 정체된 느낌이 들 때 자신을 원망하거나 쉽게 포기하게 된다. 골프뿐 아니라 뭘 하던지 노력 없이는 절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스포츠에 한계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흘린 땀방울은 절대 거짓말 하지 않는다. 

느지막한 나이에 시작한 골프지만 골프에 열정과 진심을 담고 있다.


"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

《논어 옹야》 자왈 :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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