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삼삼프로젝트 May 28. 2021

다정함 + 배려 = 모멘토 브루어스 & 모멘토 키친

[지극히 사적인 인터뷰 05] 모멘토 헤드 오피스 대표 케일럽

서울숲으로 가는 길, 숲으로 가지 않고 반대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길목 끝 모퉁이에 작은 커피숍이 있습니다. 바깥에 앉은 사람들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요. 안쪽 커피숍에서는 구석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하며 서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옹기종기 작은 의자에 모여 있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알지 못하면 찾아오지 못할 곳에 많은 이들이 모여있어 신기한 공간, 모멘토 브루어스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생경한 풍경이었어요. 앉을 곳도 마땅치 않고, 세상 힙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 같아서 몸은 가까워도 마음이 먼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마셔본 커피가 정말 맛있었고, 새로운 원두라며 커피를 내어주시는데 과하지 않은 담백한 친절이 묻어났어요. 그때부터 제 마음은 말랑말랑 흔들거렸어요. 노랑머리에, 긴 장발에, 문신이 가득한 팔에 잠시 정신이 아찔했던 제 모습을 반성했습니다.(조선시대 사람인가요...)

갈 때마다 반겨주셔서 더 자주 가고 싶은 곳, 다정한 배려가 넘치는 곳, 좋아하는 사람들을 자꾸 데려가고 싶은 곳. 모멘토 브루어스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석촌 호수 근처에 모멘토 동생이 생겼어요. 모멘토의 두 번째 공간 '모멘토 키친'에서 모멘토의 대표 케일럽을 만나 보았습니다.  

 

케일럽 대표 @모멘토 키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모멘토 헤드 오피스의 대표 케일럽입니다.


모멘토는 어떤 곳인가요?

모멘토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곳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지금은 함께하는 멤버들과 모멘토 브루어스와 모멘토 키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목표인지 궁금해요.

2019년, 서울숲 뒷골목에 모멘토 브루어스를 오픈했어요. 그때는 우리끼리 소소하게 운영하는 카페였어요.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으면서 그 사이 생각의 변화가 있었어요. 우리끼리만 재밌을 것이 아니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호스피탈리티를 제공해요. 아람이 같은 경우는 모멘토 브루어스의 한쪽 벽에 공간이 없어 고민하는 로컬 아티스트 분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지원하고 있어요. 우리가 좋은 영향력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스로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성장도 돕고 싶은 것이군요.

네, 그래서 목표가 바뀌게 되었어요.


먼저 모멘토의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모멘토 브루어스는 호주 멜버른의 스페셜티 커피 회사인 마켓레인 커피의 공식 디스트리뷰터죠? 성수동에서 호주 커피를 맛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행복해요.

네, 마켓레인은 제가 몇 년간 바리스타로 일했던 곳이에요. 생두 회사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 시즌에 맞는 원두를 제공하는 곳이고요. 길게는 10년 동안 관계를 유지하는 농장주 분도 계세요. 그래서 매 시즌마다 농장에서 좋은 원두를 받아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드리고 있어요.



쇼룸(모멘토 브루어스)이 생겼을 때가 생각나요. 친구가 성수동에 핫한 커피숍이 생겼는데 거기서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들어가니까 앉을자리가 없는 거예요. 사람들이 삼삼오오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바리스타 분이 환하게 인사하며 반겨주셨는데 ‘여긴 어디? 난 누구?’하며 문을 닫고 다시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처음에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갸우뚱하고 다시 나가요. ‘왜 저러시지?’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고요. 당연히 ‘앉는 공간이 부족하니까 그러시겠구나’ 했어요. 사실 공간이 작다 보니 테이블을 두기도 애매했고, 오는 분들의 간격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바깥에도 커피를 마실 공간을 두고 저희가 밖으로 커피를 가져다 드렸어요.


사진 제공: @eone_korea


특별히 그런 콘셉트로 운영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제가 일했던 호주의 ‘마켓레인’은 단골손님이 많았어요. 주로 서서 커피를 내리면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매일 오는 친구들, 출근 전에 테이크 아웃 하는 분들, 주말에만 오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는 것이 편하고 좋았어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은데 바쁠 때는 제가 바에서 나올 여유가 없어서요. 앉으면 거리가 멀어지고, 서서 이야기를 나누면 눈높이가 맞잖아요. 서서 커피를 마시고 가는 분들과 대화를 나눌 때 기분이 좋아요. 


한국이랑 외국이랑 분위기가 다른가요?

그죠. 아무래도 성향이 다르니까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공간을 만들었는지 궁금하셨던 분들이 많이 방문해주셨어요. 의자도 없고 서서 커피를 마신다니 호기심으로 방문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들과 친구가 되면서 조금씩 편견이 없어진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키친 업무를 전담하고 있어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작년까지 90% 정도의 손님이 단골이었어요. 지금은 서울숲이 너무 상업화되었지만,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로컬 분들이 방문해주셨어요. 근처에 살고 계시는 분이 출근길에 토마토를 많이 갈았다며 가져다주시기도 하고요. 그러면 저희가 주스 받고 커피를 내어 드리기도 하고요(웃음)



멋있어 보이니까, 한 번 해볼까?


뉴질랜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어요. 한국의 기억은 거의 없고, 뉴질랜드가 제 고향이에요.


뉴질랜드에서 호주의 마켓레인 커피로, 한국의 모멘토 브루어스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했어요. 커피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단순해요. 커피숍에서 일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어요. 어떻게 보면 겉멋 든 거죠.(웃음) 그렇게 커피를 배우게 되었는데 1년 동안은 그냥 멋있어 보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진 제공 : @eone_korea


커피를 진지하게 대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뉴질랜드 커피숍은 로컬이라서 늘 오는 분들이 커피를 마셔요. 제가 매일 커피를 내리는데 항상 “잘 먹었어요.”라고 인사를 하고 가는 손님이 계셨어요. 그분은 항상 같은 걸 마시는데 어떤 날은 다 마시고, 어떤 날은 거의 입도 안 대고 가는 거예요. 잘 먹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던 거예요. 너무 궁금해서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커피를 마셔봤어요. ‘아, 진짜 맛이 없구나!’ 그때 정신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제, 누가 와서 먹더라도 동일한 맛을 내는 바리스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뒤에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주를 하신 건가요? 

네. 뉴질랜드에서 2년 정도 커피를 배우고 호주 멜버른으로 갔어요. 뉴질랜드를 사랑하지만 20~30대가 즐길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었고 마켓의 규모가 작아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호주나 영국으로 많이 가요. 



수중에 15센트가 남았을 때, 마켓레인 커피를 만나다.


호주에 가서 마켓레인 커피를 만나게 된 거죠?

네, 처음 호주에 갈 때는 자만했어요. 사전에 미리 멜버른에 여행 왔다가 일하고 싶은 커피숍의 리스트를 만들어뒀어요. 막상 호주에 와서 이력서를 넣었는데 아무도 안 뽑아주더라고요. 처음에는 여유롭게 ‘아~ 그럴 수 있지’했어요. 그러다가 ‘아… 이러면 안 되는데?’했을 때가 수중에 15센트 남았을 때였어요.(웃음)

친구한테 돈을 빌려서 마켓레인에 매일 커피를 마시러 갔어요. 한 5개월을 그렇게 있었나 봐요. 매장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친구에게 이력서 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이력서를 냈는데 회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매일 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바리스타 친구가 “옆 매장에 인사담당자가 왔는데 인터뷰 볼래?” 물어봐서 갑자기 인터뷰를 보고 일을 하게 됐어요. 그 바리스타 친구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날이었다면 기회가 없었을지도 몰라요. 



호주에서 다시 한국으로 오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요.

2017년에 한국을 여행하게 됐어요. 여기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이 맛있고, 사람들이 좋고, 많은 것들이 신기하고 흥미로웠어요. 호주에 다시 돌아와서 '한국에서 살아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당시에 마켓레인커피에 손님으로 왔던 (지금은 결혼한) 아람이를 만나고 있었는데 한국에 함께 가자고 했어요. 원래는 둘이 독일에 갈 예정이었는데 방향을 바꾼 거죠. 



나를 믿고 간다면! 자기 확신을 구체화하는 작업


‘모멘토’의 공간은 그때부터 구상했던 건가요?

커피는 계속 해왔던 일이었고, ‘모멘토’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다음 해였어요. 아람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5월에 한국에 왔다가 그해 10월, 아예 한국으로 들어와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어요. ‘내 공간을 꾸리고 싶다’라는 마음보다는 내 안에 어떤 확신이 있었어요. 저는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일하던 회사였던 마켓레인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요. 


준비 기간이 대략 5개월 정도 걸렸다고 하셨어요. 그때 어떤 마음으로 준비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작은 공간이지만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했어요. 각자 좋아하는 파트가 다르다 보니 각자가 꿈꾸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시작하게 됐어요.


한국은 살던 곳이 아니었잖아요. 공간을 준비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10월에 한국에 와서 12월에 계약을 하고 2개월간 인테리어 공사를 했어요. 따뜻한 나라에서 자라서 영하의 추위를 겪어본 적이 없어요. 한국의 겨울이 너무나 추웠어요. 처음으로 패딩을 사서 입었어요(웃음) 추위 빼고는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성원이와 모멘토 준비를 함께 시작했어요. 저희가 할 수 없는 공사를 빼고는 성원이랑 둘이서 인테리어를 했거든요. 젤리처럼 생긴 난로를 하나 두고 영하의 날씨를 견뎠어요. 



인연이 쌓여, 함께하는 멤버가 되기까지


모멘토 분들은 갈 때마다 환하게 반겨주세요. 모멘토 만의 분위기가 있달까. 에너지와 생동감이 느껴져요. 

맞아요. 그렇게 하라고 멤버들에게 강요하지는 않고요.(웃음) 제가 그렇게 하니까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 같아요. 


멤버 분들에게 별도의 교육을 해주시나요?

방법을 가르쳐준다기보다는 호스피탈리티가 왜 중요한지 이해를 시켜줘요. 이렇게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말해주는 편이에요. 


직원을 채용할 때 모멘토에 맞는 사람을 어떻게 알고 뽑을까 궁금했거든요.

없어요 사실. 인터뷰에서는 다 알지 못하잖아요. 잘 보이고 싶어서 과장하거나, 솔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트라이얼을 해요. 실제로 바에서 2~3시간 일을 하는 거예요. 아침에 한 번, 제일 바쁠 때 한 번. 아침마다 오는 단골손님이 있으니까 소개를 시켜줘요. 그때 손님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보고요. 가장 바쁜 시간에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고 결정해요. 일을 하면서 합을 맞추다 보면 이 사람이 우리와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인터뷰보다 알기 쉽거든요. 


그래서인지 함께 일하는 멤버들 간의 합이 좋아 보여요. 

그렇게 되기까지 3년 걸렸어요(웃음) 


함께하는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모멘토 브루어스를 함께 시작한 성원이는 아람이의 오래된 친구고요. 준엽이는 2017년에 한국에 왔을 때 준엽이가 일하는 곳에 갔다가 우연히 친해져서 그 인연으로 같이 일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오픈한 모멘토 키친의 셰프인 도겸이는 카페에 자주 오던 손님이었어요. 쉬는 날이면 매장에 와서 종일 놀다 가는 친구였는데 키친을 오픈하면서 함께 일하게 됐어요. 


@모멘토 브루어스 / 사진 제공 : @eone_korea



좋은 식재료로 만들어,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곳 #모멘토키친 



키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새로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모멘토 키친은 커피와 디저트,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에요. 감성이 넘치는 공간이기보다는 좋은 식재료로 만든 메뉴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곳이에요. 사람들이 와서 한 끼 맛있게,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올 4월에 석촌 호수 근처에 오픈했습니다.



카페도 그렇고 키친의 운영 시간이 아침 일찍 시작해서 이른 저녁에 마감돼요.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시고 싶은 분들께는 좋은 소식일 거고, 저녁에 방문하고 싶은 분들은 아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개념이 달랐던 거 같아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저녁에 커피를 마신다는 생각을 안 했거든요. 저에게 커피는 아침, 점심에 마시고 끝이었어요. 원래는 쇼룸(브루어스 카페)도 오후 3시까지만 하고 닫고 싶었는데 성원이랑 아람이랑 반대해서 늘린 시간이 오후 5시였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일찍 닫냐고 많이 물어봤는데 지금은 그런 말이 많이 없어졌어요. 아쉬우면 일찍 오라고 얘기하거든요.(웃음)


브런치 메뉴를 선정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이 있다면요?

많은 메뉴를 만들기보다는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메뉴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기가 들어있는 메뉴 / 베지테리언 메뉴 / 비건 메뉴를 만들었어요. 비건 메뉴는 아직 생소하니까 재미있는 메뉴를 만들어 소개하고 싶었어요. 도겸 셰프랑 집에서 매일 메뉴 개발을 하고, 농장을 컨택해서 직거래로 식자재를 받고요. 외국 케일은 모양이 다르게 생겼는데 한국에서는 길러지지 않아서 비슷하게 생긴 꽃 양배추를 넣기도 하는 작업이 재미있어요. 그리고 저랑 도겸이 모두 향신료를 좋아해서 메뉴에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


두 분이 좋아해서 향신료를 쓰는 건가요? 

네.(웃음) 저희는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해요. 손님에게 먼저 맞추지 않는 이유는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잖아요. 불특정 다수에게 많이 맞추다 보면 우리가 없어질 것 같아서요. 우리가 좋아하는 걸 재미있게 만들어서 대접하고 싶어요.


브런치 문화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브런치라고 하면 사실 간단해요. 밥 한 끼 먹고 가는 것. 오셔서 “커피만 마시고 가도 돼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는데 상관없다고 말씀드려요. 어떤 정의를 내려두고 모멘토 키친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아요.


코로나 시기에 매장을 오픈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사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키친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전부터 해왔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하는 게 맞을까? 고민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코로나가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는 거예요. 이렇게 고민할 바에 그냥 하기로 결정했어요. 제 안에 확신만 있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택이었던 공간의 구조가 잘 살아 있어요. 창으로 빛이 드는 것도, 바깥 풍경이 보이는 것도 좋고요.

원래는 다 헐어버리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지금의 공간으로 구현했어요. 


공사할 때 매일 나와 계셨죠? 

매일 나와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달라고 참견을 많이 했어요.(웃음) 저는 간섭하는 것도,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안 된다고 하면 이유를 물어보고 되게 해달라고 해요. 아까 말씀해주신 창문도 원래 더 두꺼웠는데 밖에서 보니까 얇았으면 좋겠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떼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해달라고 계속 말씀드려서 붙였던 걸 다시 떼고 지금의 창문으로 바꾸게 되었어요. 대문도 디자인을 4번 정도 바꿨어요.  



키친에서 손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나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부끄러운데요. 키친은 저도 아직 알아가고 있는 공간이에요. 공간은 아니지만 같이 일하는 친구들을 1순위로 추천하고 싶어요. 


그렇죠? 그렇게 말씀해주실 것 같았어요.(웃음)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가 있다면요?

오픈하고 아침 8시가 조금 지났을 때의 풍경을 좋아해요. 햇빛이 잘 들어오는 난간에 멍하니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좋아요. 그때가 저의 쉬는 시간이자 행복이에요.  




내가 만든 공간이, 다른 이의 꿈이 될 수 있다면


성수동에 헤드 오피스 사무실이 따로 있으시죠?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마켓레인 커피의 원두를 유통하고 있어요. 다른 매장의 거래처로 신선한 원두를 납품하고, 쇼룸과 키친에 판매하고 있는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해요. 엄마(장모님)가 베이킹을 좋아하셨는데 지금은 아람이와 디저트 파트를 전담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목표가 여기서도 이뤄지는군요(웃음)

네, 하고 싶었던 꿈을 펼칠 수 있도록요. 나중에는 모멘토 베이커리를 내고 싶어요.



원두는 몇 군데 납품되고 있나요?

서른 개가 조금 넘는 곳에 납품하고 있어요.


성장폭이 어때요?

처음보다는 많이 늘었죠. 코로나 기간에는 저조했어요. 요즘에는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니 저와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계셔서 거래처가 늘고 있어요.


카페도 코로나로 매출이 많이 떨어지셨을 것 같아요. 

테이크아웃만 되는 시기에는 매출이 60% 이상 떨어져서 직원들을 무급 휴가 보낸 적도 있어요. 한 명으로 일을 해도 될 정도였어요. 그때 커피 배달을 저희가 직접 다녔어요. 플라이어를 따로 만들어서 회사 빌딩을 돌면서 꽂고 오고요. 은근히 주문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웃음)


지금은 회복이 되었나요?

그 이상이에요. ‘아, 이럴 수가 있나? 우리가 힘들게 보낸 시간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거구나!’해요. 감사한 일이죠. 코로나에 맞춰서 사람들도 적응해 나가는 거 같아요.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일, 나만의 쉼을 찾기


모멘토를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가요?

체력이요. 똑같은 루틴으로 일을 하니까 멘탈과 체력 관리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모멘토 키친의 경우 올해 4월 4일에 오픈했는데 3월 중순부터 계속 준비를 했거든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지금까지 하루도 안 쉬고 일해주고 있어요. 지칠 법도 한데 그런 티를 한 번도 안 내더라고요. 그 자체가 저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사실 가장 체력이 필요하신 분은 케일럽이잖아요.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하고 있나요?

딱히 없어요. 성수동에 있을 때는 자전거를 많이 탔는데 지금은 키친을 운영하느라 그럴 겨를이 없고요. 아직까지 체력은 괜찮아요. 쇼룸 바깥에 앉아서 멍하니 풍경을 보거나, 키친의 난간에 앉아 있는 것, 일 끝나고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는 게 저에게는 쉼이에요. 스위치를 끄고 쉬는 것은 저랑은 안 맞아요. 몸은 쉬더라도 뇌는 끊임없이 움직이거든요. 그럴 바에는 저만의 쉬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지치거나 번아웃 왔던 적이 있나요?

없어요. 사실 체력적으로는 힘들어요.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근데 번아웃이랑 체력적으로 힘든 건 다른 이야기니까요. 함께 일 하는 친구들이 열심히 일을 해주니까 제가 힘들어하는 티를 내를 내지 않도록 컨트롤하고 있어요.



주 7일을 일하는 건가요?

네, 하루도 안 쉬고 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요. 그래도 저만의 쉬는 방법을 잘 찾은 것 같아요.


인터뷰 전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가게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사실 보이는 거 말고도 뒤에서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하루에 10시간이 넘게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창업을 반대한다기보다는 추천을 해주지 않는 게 체력이 정말 좋아야 해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숫자를 계속 봐야 하는데 매출이 좋지 않을 때는 해결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스트레스가 상당해요. 


그럼에도 자기 만의 공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감히 제가 조언을 하기는 그렇지만요. 지치지 말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내 것을 하든, 내 것이 아닌 것을 하든 지치지 않았으면. 그리고 재지 않기. 너무 많이 재다보면 실행하기 어려워요. 계속 미루다 보면 나중에 후회하거든요. 우선 해보고 아니면 빨리 접는 게 가장 빠른 길 같아요. 


준비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쇼룸은 얼마 안 들었어요. 머신도 호주에서 중고로 가져온 거라서요. 인테리어 및 설비 모든 것을 포함해서 9천만 원 정도 들었고요. 키친이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갔어요. 테라스도 있고, 주방 설비 비용이 만만치 않았거든요. 대략 3억이 조금 안 되게 들었어요.


많은 비용을 투자를 하신 거네요.

그렇죠. 투자할 분을 찾아서 함께 투자했어요.


15센트만 남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많은 것들이 바뀌었네요!(웃음)

아직도 저는 용돈 받고 살아요.(웃음)



어려움 점도 많지만 내 공간이 있어서 좋은 점은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거요. 다른 사람 신경을 안 쓰면 돼요. 누군가에게 맞춰주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사업을 하면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이 오지 않나요?

맞아요. 그렇지만 저는 단순해서 확신이 들면 하고 아니면 아예 시작을 안 해요. ‘그래서 될까? 안 될까?’하며 재지 않아요. 확신이 들면 우선 질러요. 일에 몰두하다 보니 워라밸의 개념이 없어요. 창업을 하신 분이라면 제 말을 이해할 거예요. 내 삶의 일부분이 일인데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나만의 쉬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 보여요. 아니면 금방 번아웃이 올 수 있어요.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멤버들이 바로 오케이 하나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전쟁터예요.(웃음) 각자의 역할을 나누기 전까지는 새로운 일에 모두가 투입됐어요. 이제는 각자의 역할을 나눴고요. 제 의견보다는 다른 멤버들이 낸 의견을 가지고 결정을 해요. 꽤 오랜 시간을 합을 맞춰나가다 보니 멤버들도 회사를 위해 어떤 것이 좋을지 알아가기 시작해서 오히려 저는 편해졌어요. 


리더의 역할을 하며 어려운 점은 어떤 건가요?

저는 좋아요. 컨트롤하는 것을 좋아해서요.(웃음)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봐야 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 중 하나일 것 같은데 그걸 하지 못하고 혼자 몰입할 때가 많아요. 저는 항상 달리고 있고, 친구들은 걷고 있으니 옆에 있는 사람들만 힘든 거죠. “왜 빨리 안 뛰어? 나랑 속도 맞춰야지?” 하며 질질 끌고 가게 되니까요. 지금은 함께 걷는 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시너지가 나요. 


사업 3년 차. 그때의 케일럽과 지금의 케일럽은 어떤가요?

많이 달라졌어요. 방금 얘기했던 것처럼 멤버들과 속도를 맞출 수 있게 된 것. 우리끼리 조그맣게 해 보자에서 지금은 더 커보자 하게 된 것. 그리고 한국말을 잘할 수 있게 된 거요? 처음에는 한국말을 잘 못해서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했어요. 언제까지 변명을 할 수는 없으니까 열심히 노력했어요. 준엽이가 국문학을 전공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옆에서 아람이가 많이 교정해주어서 지금은 사업을 꾸리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한국말 실력이 늘었어요.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스포 하면 안 되는데요.(웃음)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의 규모를 키우고 싶어요. 3년 / 5년 / 7년 계획을 다 세웠는데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땅을 사고 싶어요. 그래서 그 공간에 우리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다 채워 넣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는 뉴질랜드에 집을 사고 싶어요. 그래야 아람이랑 가끔 갈 수 있으니까요.


이 곳에 오시는 분들에게 모멘토가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특별한 걸 바라지는 않아요. 모멘토를 떠올릴 때 좋은 기억이었으면 좋겠고요. 그게 공간보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공간에 방문했을 때 저희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요?

네, 저는 행복해요. 저는 단순한 사람이라서 복잡하게 생각하면 머리가 안 돌아가요. 어려운 걸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한 마음으로 계속 이렇게 걷고 싶어요.




케일럽과 나눈 몇 시간의 인터뷰는 심플하고 명확했습니다. 질문을 던지면 "네", "아니요."로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내가 즐거운 일, 우리가 하고 싶은 일로 채우기에도 바쁜 그의 일상이지만, 놓칠 수 없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어요. 


함께 일하는 멤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멤버 분께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았어요.


"지금까지 오래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배려' 덕이었다 생각해요.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의 일을 덜어주려 본인이 더 일하려 하고,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챙겨주려 노력하고, 또 이런 모습이 진심으로 전해지니까 이제는 동료 이상이 되었어요." 



이런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은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른 아침 시작한 인터뷰에서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고, 가는 길에 달달한 디저트를 손에 쥐어주며 행복해하는 사람. 이런 행복을 주는 사람의 곁은 다정하고 배려 넘치는 사람들이 채워주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년 뒤에 이 인터뷰를 다시 꺼내보았을 때, 모멘토에서 계획하고 있는 그 이상의 것을 이뤄냈기를 바라봅니다. 그곳에서도 사랑과 배려와 다정함을 만날 수 있기를! 


모멘토 인스타그램: @momento_brewers_ @momento__kitchen_





삼삼삼 프로젝트의 시작

한 때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은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셋이 모였습니다. 간헐적으로 만나던 셋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한 달에 한 번 지극히 사적인 인터뷰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사적인 인터뷰의 대상은 자꾸 찾아가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공간 뒤에 숨은 이야기를 자꾸 묻다 보면 공통의 것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우리의 느슨하고도 소중한 프로젝트의 시작이 누군가에게 새로 시작할 용기와 영감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스타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samsamsam.project

작가의 이전글 모두 안 된다고 할 때 가능성을 만드는 곳, 보틀팩토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